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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230] 터키 제2신(11) : 암굴(巖窟) 속에 꽃 핀 인간의 생존본능-카파도키아의 충격(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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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1-05 01:07 조회 99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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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제2신(11) : 암굴(巖窟) 속에 꽃 핀 인간의 생존본

                     능-카파도키아의 충격(11) 



로즈계곡은 숙소로부터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었다. 숙소의 주인 베컴이 가이드를 맡았다. 그는 자칭 타칭 '베컴(영국의 프로축구 선수 데이비드 베컴)'이라 부르는, 터키의 미남이었다. 독학으로 마스터했다는 그의 영어가 무척이나 매끄러웠다. 가이드 참가자들은 우리 둘과 허이훈·허이준 형제 등 모두 4명이었다.

 우리는 죽순에 뚫려 있는 구멍들 모두를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모두가 ‘사람들이 꾸며 준’ 비둘기집이란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비둘기와 거미는 회교도들이 중시하는 동물들이란다. 특히 비둘기의 똥은 포도나무, 사과나무에 더 없이 좋은 비료라는 것. 뿐만 아니라 비둘기는 해충을 잡아먹기도 하니 과일 농사에 빼놓을 수 없는 존재라고 했다. 이들은 화학비료를 결코 쓰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주변의 췸니들 대부분에 비둘기 집이 뚫려 있었다. 비둘기들에도 비둘기 집들에도 모두 임자가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췸니들 주변엔 포도밭이 있었고, 사과나무엔 사과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베컴 덕분에 우리는 밤톨보다 훨씬 큰 무공해 사과 맛을 볼 수 있었다. 

 베컴은 우리를 끌고 여러 췸니들을 찾아갔다. 그곳들엔 공동생활의 흔적들이 다양하게 남아 있었다. 암벽을 깎거나 긁어낸 자국들을 통해 암굴 주택이 만들어진 시기를 판별해내는 방법도 배웠다. 암굴 속 교회들의 벽면에 그려진 십자가의 모양을 통해 거쳐 내려온 시대 또한 알아낼 수 있었다. 

 우리는 연두색 아이스크림 모양의 테를 두른 암벽들이 눈앞에 보이는 곳까지 올라갔다. 그곳에서 까페를 만났고, 다양한 십자가를 볼 수 있는 하클르 교회도 만났다. 터키의 뜨거운 사과차를 마시는데, 멀리 바라보이는 동쪽의 암벽들에 석양이 겹쳐졌다.

 로즈 색깔이 열기가 채 식지 않은 석양에 섞이니 군 호박고구마의 속살 같이 따스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그 기분을 안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하클르 교회의 프레스코 화들을 감상했다. 시대에 따라 달라진 십자가들도 확인했다.

 눈 아래 펼쳐지는 무수한 죽순들이 조용히 어둠을 뒤집어 쓸 무렵, 우리는 가슴 가득한 감동을 어쩌지 못한 채 살그머니 계곡을 빠져 나왔다. 

<계속>



**사진 위는 로즈밸리 투어 도중 우리들에게 사과를 따주는 가이드 베컴 씨, 아래는 투어 도중 산상 까페에서 차를 마시는 일행들


2005-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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