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4] 터키 제3신(1) : 욕망과 허무, 그 파노라마의 현장-파묵칼레(1) > 여행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여행기

유럽여행기 [234] 터키 제3신(1) : 욕망과 허무, 그 파노라마의 현장-파묵칼레(1)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1-05 01:11 조회 980회 댓글 0건

본문

터키 제3신(1) : 욕망과 허무, 그 파노라마의 현장-파묵

                     칼레(1)



 김형! 오랜 만이오. 

 지금껏 우리는 흥망성쇠(興亡盛衰)의 발자취만 끈질기게 찾아다녔소. 흥성(興盛)과 쇠망(衰亡). 그것들은 대극(對極)을 이루는 두 현상이지만, 사실 인간사의 공평한 순환 고리에 속해 있지요.

 흥성하는 쪽이 있으면 쇠망하는 쪽도 있는 법이오. 그러나 과연 흥성은 승리이고 쇠망은 패배인가요? 용어의 외연으로만 보면 그럴 것이오. 그러나 자연과 우주는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돌아가는 법. 당장의 흥성에 희희낙락하고 쇠망에 좌절하는 것은 하루살이 수준의 통찰일 뿐이오.

 단 하루만 앞을 내다볼 수 있어도 그것들은 인간사에서 불가피한 순환의 영역임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오. 대개 쇠망하는 자는 흥성하는 자를 바라보며 자신의 운명을 자탄하기 마련이지요. 그건 양자의 입장이 조만간 뒤바뀌게 되어 있는 ‘우주적 순환법’을 모르기 때문이오.

 물론 우리는 대부분 잘 정비된 옛 시가지들에서 쇠망의 그림자를 찾기란 어려웠소. 그저 흥성의 역사를 지속해온 영광의 흔적들만 도처에 널려 있었소.

 그러나 사실 그러기란 불가능하지요. 오히려 똑똑한 후손들이 조상들의 과거를 그런 식으로 해석하고 분식해 놓은 결과들일 뿐이었소. ‘쇠망의 과거는 흥성의 현재를 위한 밑거름’이라는 믿음. 역사적 잔존물들을 통해 그런 인간사의 순환법을 보여주려는 그들의 가상한 노력 때문이었소.

 예컨대 우리의 ‘옛 중앙청’을 생각해 봅시다. 일제의 잔재라 하여 김영삼 정부 때 쇠톱으로 싹둑 잘라내고, 파괴해 버렸지요. 그건 역사에 대하여 저지른 ‘만행(蠻行)’이었소. 역사 교과서를 왜곡한다고 일본을 비판하면서 정작 우린 ‘더한 짓’을 저지른 거지요.

 그걸 없앤다고 일제가 우리를 지배한 역사가 사라지는가요? 오히려 그것을 더욱 ‘멋지게’ 치장하여 현재와 미래를 위한 밑거름으로 쓸 수는 없었을까요? 그보다 더 생생한 역사 교육 자료가 어디 있겠소? 그걸 없애놓고 무엇으로 후세들에게 역사를 가르친단 말이오?

 그 알량한 교과서로? 우리가 툭하면 날조한다고 비판해 마지않는, 그 (역사)교과서 만으로 역사교육을 시킨다는 건 시대착오적인 생각이오. 한 발 더 나아가 지금 유럽의 여러 나라들처럼 이민족 지배의 흔적을 관광자원으로라도 삼는다면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도 있지 않겠소?

 요컨대 지배층의 역사관이 문제이지요. 박정희의 글씨를 없앤다고 그가 대통령으로 있던 시기의 역사가 사라지는가요? 역사를 공부한 자로서 권력에 빌붙어 역사를 왜곡하는 지식인이 행세하는 데가 한국이라면, 우리에겐 정말로 미래가 없소. 

<계속>


**사진 위는 터키 콘야 시가지 전경, 아래는 아프로디시아스의 폐허


2005-12-24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개인정보처리방침 서비스이용약관

:::白圭書屋:::
대표자 : 조규익 | Tel : 010-4320-8442
주소 : 충청남도 공주시 | E-mail : kicho@ssu.ac.kr

Copyright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