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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241] 에피소드 11(2) : 터키에서 만난 터키사람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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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1-05 01:18 조회 1,04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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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키에서 만난 터키인들(2)



12월 22일 셀축의 캔버라 호텔Hotel Canberra. 비수기라서인지 손님이 없었다. 도시 전체가 죽어 있었다. 관광지에 관광객이 없으면 도시는 활기를 잃기 마련. 어딜 가도 축 늘어진 상인들이 ‘없는 파리’만 날리고 앉아 있었다. 그래서 그들 보기가 민망했다.

 호텔도 마찬가지였다. 문을 닫은 곳도 있고, 열어 놓은 곳도 손님 만나기가 쉽지 않은 듯 텅텅 비어있었다. 이 호텔을 잡은 것도 누군가의 추천사 때문이었다. 남의 추천사를 보고 들어갔다가 낭패를 본 파묵칼레의 쓴 맛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몇 군데의 호텔을 거치고 나니 그 집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관심은 주로 ‘뜨거운 물은 제대로 공급되는지, 난방에는 문제가 없는지’ 등이었다. 주인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24시간 뜨거운 물이 공급되며,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숙박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큰소리를 쳤다.

 호텔 안에서 인터넷이 된다는 장점과 함께 주인의 큰소리를 한 번 더 믿어보자는 생각에서 투숙하기로 했다. 손님은 우리뿐인 듯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날 저녁부터 생겼다. 뜨거운 물 대신 미지근한 정도 이하의 물이 나왔다.

 대충 씻은 우리. 점잖은 체면에 너무 다그칠 수 없으니 아침을 기약하기로 했다. 아침에도 마찬가지였다. 프론트에 전화를 걸었다. 졸린 듯한 목소리의 벨보이는 영어를 못 알아들었다. ‘예스, 예스’는 반복했으나, 물은 뜨거워지지 않았다.

 바쁜 일정 때문에 저녁때를 기약하기로 했다. 주인의 동생이 프런트를 지키고 있었다. 전화로 말했다. ‘어제, 오늘 뜨거운 물이 안 나와 고생하고 있다. 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 그러자 그는 즉시 올라왔다. 수도꼭지를 직접 틀어 보더니 30분만 기다리란다. 즉시 뜨겁게 해주겠노라고. 30분은커녕 한 시간, 두 시간이 지나도 물은 더워지지 않았다. 또 속은 것이었다. 


             ***


 외견상 터키 사람들은 붙임성 좋고 참으로 친절했다. 그러나 그 친절 속에는 하나같이 ‘암수’가 숨어 있음을 최근에서야 깨닫게 되었다. 지면관계로 이곳에 다 밝히지는 못하나 지금까지 만난 터키 사람들의 90% 이상으로부터 사기성을 발견했다.

 거의 모두 사기를 치려고 하거나, 그 단계 가까이 간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보기에 관광객은 봉이었다. 사기를 쳐서라도 돈을 뺏어야 할 대상이었다. 특히 한국에서 온 젊은이들은 집중 대상이었다.

 물론 터키인 중에도 좋은 사람들은 있었다. 카파도키아 트래블러스 펜션의 주인. 계산이 정확하고 깔끔했다. 지저분하게 눙치려고 하지 않았다. 터키에 온 이래 처음으로 ‘쿨’한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었다.

 파묵칼레의 무스타파 펜션과 식당도 아주 좋은 곳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우리도 두 번쯤 찾아가서 밥을 사 먹어보았다. 주인이 나이스하고 음식 맛도 좋았다. 지저분한 친절이 아니었다.

 그 때문인가. 트래블러스 펜션이나 무스타파 펜션은 한국의 배낭여행 학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한국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면 분명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만난 대부분의 터키 업자들은 삐끼들 이상으로 우리를 속이려 했다.

 ‘잘못 했다간 크게 당할 지도 모르겠다’는 우려가 늘 우리를 떠나지 않았다.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도 불안했다. 우리의 표정에 따라 부르는 값이 달라질 뿐 아니라, 무조건 따라붙는 행태가 끔찍했다.

 우리가 터키를 ‘형제국’이라 부르는 것은 우리가 어려울 때 그들이 군대를 파견해 주었고, 상당한 희생까지 치른 점을 생각해서다. 그러나 터키는 우리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봉으로 삼을만한 한국의 관광객들이 밀려오는 것만 고마울 뿐이다. 실제로 그들이 벤치마킹하는 대상은 우리가 아니라 일본임을 알게 되었다. 우리의 자동차가 거리에 많지만, 일본차 보다 좋아서가 아님은 자동차 회사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가 만난 터키인들은 주로 호텔 종사자들, 가게 주인들, 인포메이션 센터 직원들, 주유소 직원들, 매표소 직원들이다. 이들을 우리식으로 표현한다면 ‘아주 닳고 닳은’ 사람들이다. 아마도 터키의 일반인들을 만나면 순수한 친절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차를 타고 지나면서 길을 물어보기 위해 만난 주민들, 길가의 과일노점상들, 지나가는 ‘이쁜’ 학생들. 모두 정이 많고 순박했다. 그러나 이들을 만날 기회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관광업자들만 만나 보고나서 그 나라의 이미지를 논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기 쉽다. 그런 줄 알면서도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단 며칠의 관광을 통해서 그 나라의 모든 것을 논하려고 한다. 그게 바로 우리의 한계이자 약점이다. 

터키는 아름답고 재미있는 나라다. 그러나 관광객으로 갔으면, 이유 없이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을 ‘특별히’ 경계해야 한다. 그런 친절에 무수히 당해본 ‘선배들’의 조언이다. 

<계속>


**사진 위는 파묵칼레의 무스타파 펜션 겸 레스토랑에 내걸린 광고판, 아래는 셀축 캔버라 호텔의 야경


200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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