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3] 터키 제4신(1) : 무너진 천년의 영화, 폐허 속에 잠든 인간의 꿈과 시간들-에페소와 셀축(1) >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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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243] 터키 제4신(1) : 무너진 천년의 영화, 폐허 속에 잠든 인간의 꿈과 시간들-에페소와 셀축(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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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1-05 01:20 조회 1,04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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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제4신(1) : 무너진 천년의 영화, 폐허 속에 잠든 인

                     간의 꿈과 시간들-에페소와 셀축(1)



김형! 

우리는 아프로도시아스와 히에라폴리스를 배회하며 인간의 ‘욕망과 허무’를 깨달았소. 그러나 한편으론 그게 전부가 아닐 것이라는 믿음 또한 가져보고 싶었소. 미래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우리가 어찌 하룬들 온전히 부지할 수 있었겠소? 파괴가 바로 끝을 의미한다면, 인간의 역사는 벌써 종말을 고하고 말았겠지요.

 그러나 보시오. 인간은 이렇게 번성하고 있고, 그들이 만든 문화 또한 다양하게 꽃피어나고 있지 않소? 인간 의지의 발현을 가능케 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고 믿을 수밖에 없는 증거는 도처에 있소. 그걸 편의상 ‘신의 섭리’라 합시다. 말하자면 철저한 허무로부터 인간을 일으켜 세우는 의지의 실체. 그걸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오. 아프로도시아스와 히에라폴리스에서 우리의 의지를 꺾지 않고, 시리도록 눈부신 에게 해변의 에페소를 찾은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소. 

 우리는 12월 22일 11시 50분 파묵칼레를 출발하여 오후 3시쯤 셀축에 도착했소. 멀리서부터 보이는 셀축 고성. 그 고성을 등대 삼아 셀축의 센트룸으로 진입할 수 있었소. 셀축과 에페소는 한 동네인 셈이오.

 겨울이라선지 셀축의 거리는 휑하니 비어 있었소. 관광객이 찾지 않는 관광도시. 흡사 말라가는 연못 같다는 사실을 이미 카파도키아와 파묵칼레에서 확인한 우리요. 우리의 출현을 보고 반색하며 달라붙는 이곳 업소의 사람들. 그들을 그냥 지나치려니 민망하기 짝이 없었소.

 호텔에 여장을 풀고 셀축 시가지와 에페소를 스킴한 다음,  중점 학습 포인트를 선정했소. 성모 마리아의 집,  에페소, 세븐 슬리퍼스의 동굴(The Cave of the Seven Sleepers), 이사베이 모스크(Isabey Mosque), 성 요한 교회, 고성, 에페소 박물관, 아르테미스 신전 등이오. 겨울철이라서 고성은 폐쇄되어 있었지만, 나머지만으로도 셀축이나 에페소가 지닌 정신사적 궤적은 충분히 살필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오.

 에페소의 지정학적 위치를 알기 위해 터키를 한 번 살펴봅시다. 북쪽은 흑해를, 서북쪽은 마르마라 해와 보스포러스 해협을, 동쪽은 아르메니아·이란·이라크 등을, 남쪽은 시리아와 지중해를 각각 접하고 있으며, 셀축과 에페소가 있는 서쪽은 에게해를 접하고 있소. 에게해는 그리이스와 이태리를 이어주는 물길이오. 말하자면 엄청난 문명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 바로 에게해란 말이오.

 그 뿐 아니오. 우리는 지금도 술에 취한 게 아니라 에머럴드 빛 에게해의 물 색깔에 취해 있소. 세상에 그토록 아름다운 바닷물 색이 어디 있단 말이오? 에페소를 건설한 주역들은 바로 그 바다를 통하여 들어온 세력들이오. 성모 마리아를 모시고 전도여행을 온 사도 요한이나 바울도 육로를 통해 그 끔찍스럽도록 먼 길을 걸어 중동에서 이곳까지 오지 않았겠소?   서로 다른 문명들이 무엇 때문에 이곳까지 와서 만나게 되었을까요? 단순히 살기 좋은 곳, 안전한 곳을 찾아서 온 것일까요? 역사적으로 보면 서로 다른 세력들의 각축장이 바로 이곳이었는데, 굳이 위험할 수도 있는 이곳을 찾아온 것이야말로 우리에겐 풀 수 없는 수수께끼로 아직도 남아 있소.

 더구나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인 아르테미스 신전에서 순결의 신 아르테미스를 숭배하던 당시의 이곳 사람들. 이들을 전도하며 우상숭배를 하지 말 것을 강조하던 사도 바울도 결국 쫓겨나지 않았소? 그런 위험과 고통을 감수하며 이곳을 찾아온 데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모종의 섭리가 있지 않았겠소? 에페소의 폐허들을 보아도, 성모 마리아의 집을 보아도, 아니 거대한 넓이의 터를 잡고 있는 성 요한 교회를 보아도 풀리지 않았소. 이 점은 앞으로의 과제로 남겨둘 생각이오. 

 성 요한교회가 있는 아야술룩 언덕에 오르니 셀축 시가지와 에페소의 일부가 보였소. 아르테미즈 신전은 손에 잡힐 듯 했고요. 셀축은 내륙에, 에페소는 에게해 쪽에 위치해 있소. 3km 정도의 거리이니 셀축이나 에페소는 대충 같은 지역인 셈이오. 박물관도 셀축에 있지만 명칭은 에페소 박물관이고 소장품의 대부분은 에페소 혹은 아르테미즈 신전 출토품들이오. 

<계속>


**사진 위는 셀축 근교의 감귤밭, 아래는 벨레디예시 하부즈 레스토랑에 진열된 음식


2005-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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