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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255] 그리이스 제1신(1) : 카오스Chaos와 코스모스Cosmos의 엇갈린 순환-아테네의 무질서와 미학(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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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1-05 13:25 조회 99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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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이스 제1신(1) : 카오스Chaos와 코스모스Cosmos

                           의 엇갈린 순환-아테네의 무질서와 

                           미학(1)



12월 27일 오후 5시. 뜻하지 않게 3박 4일이나 묵었던 체쉬메 항. 페리에 모든 것을 싣고 그리이스의 키오스 섬으로 향하는 마음이 설렜다. 호수처럼 잔잔하던 에게해. 바람이 일자 물결이 이빨을 드러냈다. 가끔씩 날을 세우는 파도 소리에 만 하루 낮, 하루 밤을 애태운 우리였다. 터키의 에게 해 끝자락인 체쉬메. 부두에 서서 소리만 질러도 들릴 듯한 키오스를 건너는 데 3박4일이라니!

 제법 큰 페리호가 내항을 벗어나자 팔랑거리기 시작했다. 파도만으로 보면 에게해도 만만치 않았다. 그 배에 실린 건 우리 자동차와 승객 십여 명이 전부였다. 대단한 롤링과 피칭. 그 옛날 오딧세이아가 겪었던 뱃길의 어려움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었다. 안락한 선실에 앉아 깨뜨릴 듯 널뛰며 배 밑창을 쳐대는 물결에 아내는 좌불안석이었다. 배의 앞쪽이 하늘로 솟았다 나락으로 꺼지길 50분이나 계속했을까. 키오스항의 따뜻한 불빛이 흐릿한 선창으로 비쳐들었다. 아, 드디어 그리이스로구나! 

 하선하여 입국심사를 받으면서 그리이스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고압적일 만큼 딱딱한 관리들의 말투와 호흡의 불일치. 바다를 건너는 덴 채 한 시간도 안 걸렸으나, 문지방 하나 넘는 데 40분 가까이 걸렸다. 

 밤에 만난 키오스 항. 복잡하고 어수선하여 마음 붙이기 어려웠다. 항구의 생리란 원래 그런 것일까. 차량들은 성급하게 좁은 길을 질주하며 경적을 울려댔다. 터키보다 한 술 더 뜨는 각박함이 초조한 나그네들의 마음을 더 졸아붙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먼저 피부에 와 닿는 것이 그리이스인들의 다혈질, 무뚝뚝함이었다. 앞 차가 멈칫거린다 싶으면 냅다 경적부터 울려대는 그들이었다. 4각형의 내항은 잰 걸음으로 걸어 40분쯤 걸릴까. 그다지 넓진 않았으나 깊이는 보통이 아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 서너 개 동을 합친 크기의 산 봉우리만한 여객선들이 여유 있게 드나들 정도였다. 

 밤 10시 출발, 다음날 8시 아테네 인근의 피래우스 항에 도착하는 넬라인(Nelline) 사의 테오필로스 호. 해양국 그리이스의 면모를 보여주는 멋진 배였다. 수백 대의 차를 실을 수 있는 밑창의 차고, 공동 선실과 2인용 침실로 꾸며진 무수한 캐빈들. 캐빈엔 화장실과 샤워실, 전기 시설까지 완비되어 있었다. 수천 명을 수용할 듯한 넓이와 높이였다. 어릴 적 충청도의 바닷가와 인천항을 멀미의 추억으로 이어주던 수백 톤급 은하호나 황진호, 기껏 이삼백 명을 수용할 뿐인 한국형 구축함만이 배에 관한 지식의 전부인 내에게 ‘테오필로스’는 경이로운 편안함을 안겨주었다. 

 배 안의 ‘리셉션’에 표를 제시하고 방을 배정받는 대로 웨이터가 일일이 안내하는 시스템이었다.  바다에 떠가는 호텔인 셈이었다. 타이타닉호의 화려함은 아니지만, 에게해를 감상하기엔 모자람이 없는 배였다. 

 10시간이 넘는 항로. 처음엔 컴퓨터 작업을 해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침대에 등을 대자 스르르 미끄러지는 배 밑창의 느낌. 흡사 다독여주시던 어머니의 손길 같아 그냥 잠이 들고 말았다. 깨어나니 피래우스 항. 항구는 성근 빗발에 젖어가고 있었다. 미항이었다. 우중충한 화물선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관악산만한 여객선들이 부두를 채우고 있었다. 대부분 화이트와 블루가 적절하게 배합된 산뜻함을 바탕으로 에머럴드 빛 바닷물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기름 한 점  떠 있지 않은 항구의 물. 대양의 꿈에 젖은 여객선들은 그 출렁이는 내항의 물 속에서 취침 중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에게 해를 경험했다.

<계속>


**사진 위는 그리이스 키오스 항에 들어온 페리 테오폴리스호, 아래는 테오폴리스 호 갑판에서 본 키오스 항의 야경


200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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