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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278] 이탈리아 제2신(3) : 깊고 화려한 역사, 그러나 감당할 수 없는 무질서-나폴리의 환상과 현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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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1-05 14:07 조회 1,08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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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제2신(3) : 깊고 화려한 역사, 그러나 감당할 

                           수 없는 무질서-나폴리의 환상과 현

                           실(3)


                  


생략한 것들까지 모두 헤아린다면 나폴리 시내의 의미 있는 역사 유적들은 무려 250여 군데. 그것들을 어찌 다 살펴볼 수 있으랴. 더구나 그토록 복잡한 거리를 헤매고 다니면서! 그것들을 다 보기로 한다면 나폴리에서 한 달을 묵어도 모자랄 듯 했다. 그래서 우리는 애당초의 계획대로 카스텔 누오보, 카스텔 델로보, 플레비스치토 광장과 왕궁 등 해변 구역과 단테광장을 중심으로 하는 중앙 구역을 둘러본 다음 국립고고학박물관에 들러 폼페이의 유물들을 살피기로 했다.

 해변구역에 들러서야 비로소 이 도시를 지키려 애쓴 역대 지배세력의 노력을 읽을 수 있었다. 카스텔 누오보. 우리말로 ‘신성(新城)’ 쯤 될까. 프랑스 건축가 삐에르 드 샤울이 설계했고, 앙주 가문의 샬이 통치하던 1279년부터 짓기 시작한 성. 왕족의 주거지이자 요새였다. 그보다 오래 된 오보(Ovo)나 카푸안(Capuan)성과 구별하기 위해 카스텔 누오보(Castel Nuovo)라 부르게 된 것. 이 성이 더 유명해진 것은 이곳에 머문 유명 예술가들이나 문인들 때문이었다. 앙주 가문의 로버트가 통치하던 기간 이곳은 문화의 중심이 되었다. 지오또(Giotto), 페트라르카(Petrarch), 보카치오(Boccaccio) 등 예술과 문학의 대가들이 머물기도 했다.

 아라공(Aragon) 가문이 통치하면서 이 성은 중세의 성이나 왕궁에서 근대적인 요새로 전환되었다. 군사적 필요에 더욱 적합한 방향으로 변하게 되었던 것. 그 후 프랑스, 스페인, 오스트리아의 비체로이(Viceroy) 등으로 지배세력이 바뀌면서 많이 변한 이 성. 지금은 시민들을 위한 뮤지엄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 성 주변에선 한창 발굴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땅 속으로부터 많은 폐허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몇 년 후에는 이곳에서도 폼페이에서 본 것과 비슷한 유적들을 볼 수 있을까.

 우리는 멋진 외관의 이 성에 올라 바다를 조망하고, 시가지들을 살폈다. 여기서 비로소 나폴리가 미항이라는 사실이 약간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완벽하진 않지만, 이 성은 나폴리를 바라보기 위한 ‘미학적 포인트’였다.

 나폴리를 지배하던 세력들은 이곳에 올라 나폴리 시가지를 바라보며 더러움보다는 아름다움을 느꼈으리라. 어쩌면 잘 보호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저분하나마 나폴리가 이렇게 잘 유지되고 있는 것도 이 성의 덕분이 아닐까.

 그로부터 대략 100여m 떨어진 플레비스치토 광장이나 왕궁, 2km 정도 떨어진 카스텔 델로보 등에 가서 나폴리의 매력에 점점 빠져 들었다. 특히 카스텔 델로보는 원래 메가리데(Megaride)로 알려진 곳이었다. 그리이스로부터 도착하여 피쪼팔코네(Pizzofalcone)의 깎아지른 듯한 암벽에 정착한 로데스(Rhodes)인들이 처음으로 상륙한 지점이다.

 뒤에 로마의 지배를 받으면서 요새 겸 유흥의 장소로 바뀌었고, 492년과 496년 사이에는 파노니아에서 온 일단의 수도사들이 정착하면서 ‘성 세베린 루치아노 종교 공동체’를 건설했다. 그 때문에 이곳은 ‘성 살바토레의 섬’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 후 시간이 흘러 베네딕토 수도사들이 정착했고, 베드로에게 봉헌된 두 번 째 교회가 건립되기도 했다. 그 후 지배세력의 교체에 따라 건설과 파괴가 반복되어 왔고, 마지막 단계에는 이 섬이 퇴역군인들의 주거지나 군대 감옥 등 군사시설로 쓰이게 되었다. 그 후 복원작업을 거쳐 현재는 일반인들에게 공개되고 있었다.

 주변엔 수많은 요트들이 정박해 있는 선착장이 있었고, 그 바로 앞의 해변에는 고급호텔들이 늘어서 있었다. 그 뿐이 아니었다. 파란 물이 넘실대는 서북방의 해변을 따라 형성된 아름다운 신시가지가 우리의 눈을 부시게 했다. 나폴리를  미항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이곳에서 비로소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속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지저분함이 기다릴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우리는 나폴리를 ‘1km 미학의 항구도시’로 규정했다. 최소한 1km 이상 떨어져야 그 지저분하고 복잡한 실상이 가려지는 ‘미학적 착시 현상’이 작동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가지에선 가급적 미학적 심안(心眼)에 안대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바닷가 높은 곳에 오를 때만 육안(肉眼)·심안 모두를 열어놓기로 했다. 그것은 나폴리에 대한 기대를 더 이상 망가뜨리고 싶지 않았던, 우리의 고육책이었다.

<계속>  


**사진 위는 캐슬 누오보, 아래는 캐슬 델로보


2006-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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