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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279] 이탈리아 제2신(4) : 깊고 화려한 역사, 그러나 감당할 수 없는 무질서-나폴리의 환상과 현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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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1-05 14:08 조회 1,03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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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제2신(4) : 깊고 화려한 역사, 그러나 감당할 

                           수 없는 무질서-나폴리의 환상과 현

                           실(4)


                   


여러 광장들, 여러 교회들, 파운틴 등 기념물들이 많았지만, 우리의 가장 큰 목표는 폼페이의 유물들을 친견하는 일이었다. 우리에게 나폴리는 폼페이의 존재를 입증할 수 있는 ‘역사의 한 부분’에 불과했다. 복잡한 거리를 뚫고 도착한 국립고고학박물관. 마침 정체를 알 수 없는 두 사람이 점거농성 중이어서 예정보다 한 시간 정도 늦은 시각에 들어갈 수 있었다.

 과연 대단했다. 기원전의 아득한 고대부터 기원 후의 시대를 아우르는 각종 묘지석(墓誌石)들, 이집트 유물들, 깜빠니아 지역의 로마 조각들, 그리이스 거장들의 작품, 파르네스 컬렉션, 모자이크 컬렉션, 폼페이와 베수비우스 유물들, 선사시대 유물들, 나폴리 만에서 출토된 그리이스 유물들 등등. 빛나는 컬렉션들이 그득했다. 그러나 모든 것들에 눈길을 줄 수는 없을 만큼 엄청난 양과 질을 자랑하는 컬렉션들이었다. 

 폼페이와 베수비우스 도시들의 유물. 그 중 우리의 눈을 끈 것은 모자이크를 사용한 장식예술들과, 출입 제한 지역에 전시된 외설(혹은 음란) 표현물들이었다. 놀랍도다, 그 사실성과 예리한 표현력이여!

 우선 모자이크 그림들. 각각의 그림들을 구성하고 있는 셀들이 아주 작았다. 그러나 완성된 그림들 치고 작은 것이 드물었다. 어떻게 밑그림을 그렸고, 컬러풀한 모자이크는 어떻게 만들었으며, 전체를 어떻게 조합해 나갔을까. 도대체 누가 그런 작업을 수행했단 말인가.

 나무 곁에서 트럼펫을 밟은 채 포효하는 호랑이, 그 아래엔 우리나라의 인동초 같은 문양도 있었다. 수탉 두 마리가 볏을 세우고 싸우는 그림, 그 수탉들에게 풀을 먹이는 남자와 수탉의 해학적인 눈(깔) 모습, 목에 줄을 매고 있는 개가 무엇을 먹으려는지 혀를 내밀고 고개를 숙인 모습, 쓰러질 듯 위태로운 말 위의 기사와 그 말을 일으키기 위해 머리와 꼬리를 붙잡고 안간힘을 쓰는 두 시종들의 모습, 징을 치며 마주 보고 춤추는 두 남녀의 모습, 신전인 듯한 곳에서 춤추고 있는 두 남녀와 사자의 모습, 바다 속의 광경(문어·뱀장어·도미·오징어·가오리· 새우...), 인간과 괴물의 싸움, 분장실에서 가면극을 준비하는 배우들의 모습, 무대 위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춤추는 모습, 저울의 중심에 달아맨 두개골과 그 양쪽에 달아맨 인간 형상의 연필과 돈가방(?), 해골로 나타낸 인간의 모습, 물을 마시는 새들의 모습, 사방에 새를 배치한 둥근 원 모양의 그림, 연꽃 핀 연못에서 짝을 지어 노니는 두 쌍의 원앙, 새의 형상을 한 무인(舞人), 건어물과 원앙새, 그릇 안의 물건을 쪼고 있는 새들, 남녀들과 수탉 한 쌍이 함께 한 모습, 새를 잡은 고양이 그리고 연꽃잎을 입에 문 원앙과 각종 물고기·조가비들, 사자를 탄 천사, 연꽃 핀 연못에서 한가로이 노니는 원앙과 오리들 그리고 개구리, 기하학적 도상(圖像) 등등.

 손에 잡힐 듯 생생한 터치와 묘사력이 두드러졌다. 정확한 대비와 균형을 바탕으로 했으되, 살짝 비틀어 자신들의 개성적인 미학을 드러낸 기교들. 지금의 화가들인들 따라잡을 수 있을까.

 그림이 원래 그러하듯 이 모자이크 그림들도 당시의 삶 전체를 보여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화폭에 묘사된 삶의 편린들을 통하여 개인의 삶, 가족의 삶, 더 나아가 공동체의 삶까지 상상할 수 있었다.

 예술의 기본은 상상력. 향수자로 하여금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세계를 유영(遊泳)하며 더 넓은 환상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작가의 능력이라면, 이 모자이크를 만들어낸 폼페이의 화가들은 당연히 초일류 급의 예술가들이었으리라. 그들은 단순히 눈앞의 사실들만을 그렸을지 모르나, 그것을 보는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기원전에서 기원후로 이어지는 그 시절의 폼페이와 그 때를 살던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상상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계속>


**사진 위 아래 모두 폼페이에서 발굴된 모자이크화(아래 그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상상이 가시는 분 계시면 이곳에 한 말씀 댓글로 달아 주십시오.)-이 모자이크화들은 나폴리 국립고고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2006-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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