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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122] 체코 제4신(2) : 바츨라프 광장Wenceslas Square의 서사(敍事), 그리고 인형극(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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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1-03 14:41 조회 1,54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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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제4신(2) : 바츨라프 광장Wenceslas Square의 서

                    사(敍事), 그리고 인형극(2)



 체코 건축의 발달상을 보여주는 바츨라프 광장의 빌딩과 궁전들. 그 중 압권이 국립박물관이다. 1885-90년 요셉 슐츠Josef Schulz에 의해 세워진 국립박물관. 입구의 조각 장식은 안토닌 바그너Antonin Wagner의 작품이다. 프라하 신 르네상스 건축물의 대표작인 국립박물관. 체코 과학의 중심일 뿐 아니라 체코인들의 문화적·정치적 자부심 또한 극명하게 드러낸다. 4개의 큰 계단을 통해 위·아래층이 연결되는 호화로운 건물. 1층엔 체코의 위인과 예술인들의 동상이나 흉상들이 42점이나 전시되어 있고, 각 방은 테마별로 나눠져 있다.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각종 유물들이 출토 당시의 모습과 함께 전시되어 있으며, 광물학·동물학 등의 엄청난 출토품들과 표본들이 전시되어 있다. 

 체코에서 가장 많은 도서를 소장하고 있는 국립박물관. 그러나 기대했던 각 시대별 회화나 조각은 소장되어 있지 않았다. 국립박물관의 간판을 달고 있으면서 자연사박물관과 국립도서관의 기능을 합한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았다. 


             ***


 오후 6시. 어둠이 깔린 구시가 광장. 글뤼봐인 한 잔으로 밤의 한기를 다스리고 있었다. 국립 마리오네뜨 극장Narodni Divadlo Marionet의 8시 공연 표를 예매해둔 상태였다. 모차르트의 돈 죠반니Don Giovanni. 한국인들이 인형극을 좋아하고, 그 가운데 이 작품을 특히 좋아한단다. 표를 사러 가서 영어로 된 프로그램 좀 달랬더니 ‘한국어로 된 것도 있다’고 했다. 받아보니 네 쪽 분량으로 요약되어 있었다. ‘아마도 오늘 밤 한국인들을 제법 많이 만날 수 있겠구나.’ 기대가 되었다. 

 공연시각까지 두 시간. 그동안 미사를 못 드렸다고 걱정인 아내. 갑자기 틴 성모성당에서 종소리가 울렸다. 불도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광장에서 한기를 다스리기보단 아내 말대로 성당에나 들어가는 게 나았다. 가 보니 과연 미사가 시작되려는 순간이었다. 황급히 문을 밀고 들어가 좌정하니 사제들이 나온다. 그 넓은 성당에 신도는 겨우 십수 명. 사제 두 분과 복사 두 명이 십수 명의 신도를 위해 미사를 드리고 있었다. 텅 빈 성당. 게스트로 앉은 나도 사실은 내내 좌불안석이었다. 미사가 끝난 후 광장을 걸어가면서 아내는 못내 흐뭇해  했다. 프라하의 구시가 광장, 그 아름다운 틴 성모성당에서 그 밤에 미사까지 드렸으니 오죽이나 좋았을까. 나도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


 인형극 시작 1 시간 전. 좌석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과연 좌석의 대부분을 한국 사람들이 차지하는 것이었다. 한국인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인형극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인형극보다도 그 점이 궁금하고 놀라웠다. 우연히 우리의 옆 자리에 앉은 한국 아가씨. 이스라엘 출장을 마치고 이곳 체코에 들렀다고. 멋지고 부럽도다, 젊은 세대여! 국제화된 그녀의 용기와 열린 마음이 특히 매력적이었다. 오늘 아침 그녀의 이름이 라경아임을 알게 되었다. 체코 인터넷의 덕분이다.

 우리에게도 인형극은 있다. 그러나 체코 인형극은 우리가 알고 있거나 예상한 그것과 달랐다. 서사(敍事)를 구축하고 음악에 맞춘 것은 모차르트가 한 일이나, 인형극은 그의 것이 아니었다. 오페라 ‘돈죠반니’와는 다른 차원의 서사적 해석이 가해지고 있었던 것. 인형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존재를 관객에게 보여줌으로써 해학의 질이 높아지는 효과를 거두는 듯 했다. 우리 같으면 가급적 움직이는 사람들을 감춤으로써 ‘감쪽같은’ 효과를 거두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의외의 효과를 거두는 것이었다. 

 그리고 섬세함. 동작 하나, 효과음 하나, 음악 등 모든 것들이 톱니바퀴 물려 돌아가듯 섬세했다. 어쩌면 인형극장르가 한국에 쉽게 정착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극의 전반적인 문화나 분위기는 서양의 그것이었으나, 그곳에 개입된 해학은 우리의 그것과 그리 멀지 않았다. 사흘간의 프라하 답사로 얻은 마음의 짐을 인형극으로 풀어낼 수 있었다. 고마운 일이었다.


             ***


 돌아오는 트램을 타기 위해 건너던 카를 대교. 중간쯤에 이르자 불꽃이 피어올랐다. ‘팡팡팡’ 쏘아대는 불꽃 축포가 블타바 강 위에 지는 꽃처럼 떨어져 내렸다. 우리가 이제 떠나려는 걸 알아챈 걸까. 왜 이 시각에 난데없는 불꽃놀이란 말인가. 우린 감격했다. 그러잖아도 ‘아름다워 죽을 지경인’ 카를 대교의 야경. 그 감동이 불꽃놀이로 인해 열배 쯤 팽창하는 순간이었다. 흡사 서운함일랑 다 풀어버리고 가라는 뜻인 듯 마구 쏘아대는 화포(花砲)가 예사롭지 않았다. 


             ***

 

 프라하. 굴곡진 역사가 예술로 승화되어 숨 쉬는 곳. 현재의 아름다움을 즐기며 미래를 준비하는 그들. 그러나 지나치게 돈을 탐하는 듯한 그들의 자세는 옥의 티. 아직 덜 세련되어서일까. 서유럽의 나라들에서 발견되는 여유와 세련됨을 갖추기 위해서는 꽤 많은 날들이 필요하리라. 


<계속>  


**사진 위는 프라하 마리오네뜨 극장, 아래는 카프카 뮤지엄의 뜰-'오줌 누는 사내들'


200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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