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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88] 오스트리아 제3신(1) : 호수에 가라앉은 마음을 건지는 곳, 할슈타트Hallstatt(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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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12-30 01:07 조회 1,82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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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제3신(1) : 호수에 가라앉은 마음을 건지는 

                              곳, 할슈타트Hallstatt(1)




 10월 28일(금). 창문을 여니, 할슈타트 호수가 밤새 피워 올린 안개는 숙소 주변의 목장에서 멈칫거리고 있었다. 사방의 풀잎을 깔아뭉갠 ‘된 이슬’, 곧 서리로 변할 것이다. 숙소에서 올려다 보이는 해발 2109m의 크리펜슈타인Krippenstein 산봉우리. 갓 올라온 말간 햇살을 머리에 이고 있었다. 조만간 저 햇살과 이 안개가 할슈타트 호면(湖面)에서 만나 견디기 힘든 판타지를 만들어낼 것이다. 

 잠시 후 크리펜슈타인의 햇살은 1768m의 자이달름Gjaidalm산봉우리로 내려앉고 있었다. 그러다가 금방 우리 숙소의 지붕을 덮칠 것이다. 그 햇살이 호숫가의 고요를 집어삼키기 전에 우린 서둘러 숙소를 나섰다.   

 밤새 내린 ‘된 이슬’로 축축해진 길을 걸었다. 호숫가의 길이 늘 그렇듯, 길 가는 우리들을 비틀거리게 했다. 왼쪽은 단단한 아스팔트길, 그리고 무성한 숲. 오른쪽은 끝이 보이지 않는 맑은 물. 호수는 자꾸만 우리를 당기고 아스팔트는 우리를 밀어낸다. 병풍처럼 사방을 두른 산들이 호수의 거울에 아침단장을 하는가. 알록달록한 단풍들이 물 속에 가득하고. 물 속에 비친 ‘이쁜 얼굴들’이 자꾸만 우리를 유혹한다. 현실과 환상의 사이에서 겨우 균형을 잡은 우리. 물 밖의 단풍이 진짜인지 물 속의 단풍이 진짜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이렇게 비틀거리며 우린 어디로 가는가. 잠시 걱정에서 헤어날 수 없었다. 


             ***


 잘츠카머굿Salzkammergut. 잘츠부르크의 동쪽 산악지대를 말한다. ‘소금의 영지(領地)’로 번역되는 ‘잘츠카머굿’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잘츠부르크에서 붸르펜을 거쳐 할슈타트로 오던 길을 생각한다. 한없이 올라가는가 하면 끝없는 나락으로 내려가고. 뾰족한 봉우리를 새끼줄로 감아놓은 듯 빙빙 돌아가는 길이 혼란스럽기도 했다. 단 한 번도 평탄한 길을 5분 이상 달려본 기억이 없는 지역. 그러나 가파르고 폭 좁은 길을 그곳 차들은 잘도 달렸다. 가끔씩 우리의 등마루에선 땀이 흘렀다. 

 깊은 계곡 아랫마을은 어둑어둑했으나, 산기슭의 마을들엔 한낮의 햇살이 따가웠다. 소금광산들이 밀집해있는 지역. 서해안의 갯벌에서 따가운 햇살과 바닷물로 만들어지는 것만이 소금인 줄 알고 있던 우리. 험준한 바위산에 광맥으로 존재하는 줄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금 캐듯 소금을 캐어 부를 이룬 이곳 작은 마을들.

 근대 이후 대부분의 소금광산이 폐쇄되어 해발 2000m 안팎의 소금마을들은 낙후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미개발이 복음(福音)’임을 알게 된 사람들. 근대화의 패러다임에 갇혀 허덕이던 세계인들이 ‘근대화=환경의 파괴’임을 깨달으면서 비로소 이들 지역의 가치를 인정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백규부부 같은 세계인들이 몰려와 돈을 쓰고 있지 않은가.

 굴뚝산업으로 돈을 벌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잘 보존된 산과 물, 그리고 공기가 재화의 원천임을 이들이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유네스코도 이 지역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것 아닐까. 

 세계인들이 몰려와 많은 돈을 뿌리기 때문인가. 주민들로부터 악착같은 모습을 발견할 수 없다.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에서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것 한 가지. 너무 짧은 근로시간이다. 스위스에 들어간 언제이던가, 오후 세시까지 점심도 못 먹고 숙소 체크인도 못한 날이 있었다. 오전 10시쯤 열고 12시면 ‘칼 같이’ 닫아거는 점포들. 오후 3시나 되어야 다시 열고 6시쯤엔 또 닫아건다. 휴일에는 아예 철시(撤市)해버리고. 유리창으로 바라보이는 진열대 속의 빵들.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나도 개점 시각 전엔 ‘그림의 떡’일 뿐. 개점 시각 5분전쯤 ‘이젠 열겠지’ 하고 찾아간 우리. 안엔 사람이 보이는데도 출입문은 굳게 닫혀있다. ‘땡!’하고 정각을 알려야 문은 열렸다. 

 이렇게 일 하고도, 아니 ‘일을 안 하고도’ 밥 먹고 살 수 있는 나라들을 우린 돌아다니고 있다. 새벽같이 문을 열고 밤늦도록 일 해도, 심지어 휴일을 반납해가면서까지 일 해도 왜 우리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 것일까.  


<계속>


**사진 위는 오버트라운의 숙소에서 도보로 할슈타트 가는 길에 만난 할슈타트호수Hallstattersee와 건너편 산들, 그리고 그림자들, 아래는 호수 앞을 걸어가는 백규


200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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