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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119] 에피소드(10) : 공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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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1-03 14:37 조회 1,39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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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단상 10 : 공짜는 없다



 11월 9일. 프라하 성에 간 날이었다. 투어를 하고 있는데 배에서 기별이 왔다. 아침 식사가 부실했는가, 그날따라 춥고 배가 고팠다. 해를 보기 어려운 이곳 날씨. 가만히 있으면 집 안에서도 춥다. 춥고 배고픈 게 나그네의 일상이라지만, 당해보면 견디기 어렵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우선 먹기로 했다.


             ***

            

 밖으로 나왔으나 까마득한 광장.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주변엔 식당이고 뭐고 보이는 게 없었다. 덜덜 떨면서 한 마장이나 걸었을까. 레스토랑 하나가 나왔다. ‘오늘의 식단’을 보았다. 체코말로 꼬부랑꼬부랑 써 놓은 음식 이름을 알 수는 없었으나, 하여튼 한 사람에 180 크로네로 되어 있었다. 게다가 아름다운(?) ‘삐끼 아가씨’가 문 앞에서 우리를 반기는 게 아닌가. 망설임 없이 들어갔다. 안내를 받아 구석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식탁위에 하트 모양의 과자(빵?)가 쭈욱 걸려 있는 게 아닌가.

 잠시 후 웨이터가 메뉴표를 들고 왔다. 물었다.


 “이거 먹어도 돼요?” 

 “당빠! 드셔도 돼요.”


  이런 대화의 내포적(內包的) 의미는 두 말 할 것 없이 다음과 같다.


 “이 과자 공짜예요?”

 “물론 공짜입죠!”


 우린 그런 문화에서 자랐다. 횟집에 가면 수북하게 내 오는 ‘쯔께다시’(일본말이지만 오늘은 그냥 쓰기로 하자.). 찻집에 가도 과자를 내온다. 체코에 오기 전에 들렀던 서유럽의 여러 나라들에서도 요리를 시키면 빵은 그냥 리필해주는 게 상례였다. 그런 문화에 젖어온 우리인지라, 그건 당연히 공짜였다. 그래서 그 과자를 하나씩 먹었다. 겉에 소금이 묻어 고약하게 짠 과자였다. 그래도 공짜라니 안 먹을 수 없었다. 시킨 음식은 기다려도 나오지 않고, 잠시 후 웨이터가 ‘빼빼로’ 비슷한 과자 한 봉지와 빵 한 접시를 우리 식탁 모서리에 슬그머니 놓고 가는 것이었다. 

 

 “야, 이것도 공짜겠지?”

 

배고팠던 우리는 체면불고하고 봉지를 뜯어 하나씩 쑥 빼 물었다. 아까 먹은 하트모양의 과자처럼 밀가루로 만든 것이었다. 기술이 젬병인지 웬 과자가 그리도 맛이 없을까. 그래도 공짜라고 아내는 하나 더 집는 것이었다. 내가 말렸다.


 “아니 곧 메인 메뉴가 나올 텐데 무슨 애피타이저를 그리도 많이 먹나? 공짜 좋아하면 나처럼 돼.”    


그러자 아내도 한 입을 베어 물곤 아쉬운 듯 손을 떼었다. 한참 만에 음식이 나오고, 우린 정체도 모를 그 음식을 ‘간신히’ 먹었다. 먹고 나니 웨이터가 다가와 ‘커피 갖다 주랴?’고 물었다. 가만히 생각하니 아무래도 커피는 돈을 받을 성 싶었다. ‘음식 먹으면서 음료수 마셨는데 쓰디쓴 체코 커피를 무엇 하러 마시리? 비록 공짜라 해도 커피는 싫다’ 판단하고는 사양했다. 그러자 그 녀석은 서운하다는 표정으로 돌아섰다.


             ***


 잠시 후 계산서를 가져왔다. 우리는 음식값으로 400(180×2+음료수 값)크로네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맛은 없었어도 싸게 먹었으니 30크로네 정도의 팁을 줄 요량이었다. 그런데 585크로네가 청구된 것이었다. 설명을 요구했다. 그러자 그는 새삼 지렁이 모양의 과자 개수를 헤아리는 것 아닌가.

 참으로 황당한 일이었다. “이것 아까 공짜라고 하지 않았니?” 하자, 그는 알 수 없는 체코어로 쏘아대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그 웨이터는 필요한 몇 단어밖에 영어를 모르는 친구였다. 알면서도 안 쓰는지, 일부러 안 쓰는지 알 수는 없었으나, 의사소통이 안 되었다. 그러면서 그 녀석은 과자봉지를 우리의 턱 밑에 들이댔다. 봉지 아래쪽에 보이지도 않는 글씨로 ‘35’라는 숫자가 쓰여 있는 게 아닌가. 그 뿐이 아니었다. 이 녀석이 살살 우리 주위를 돌아다니며 하트 모양의 과자를 몇 개나 먹는지 헤아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가 조막만한 과자 하나에 20크로네의 가격으로 따지는 그였다. 아, 기활 좋게 커피까지 시켰더라면 우린 큰 바가지 쓸 뻔 한 것이었다. 우리는 뜯은 과자를 봉지 째 들고 나오다가 입구의 쓰레기통에 버렸다. 주려던 팁까지 도로 주머니에 넣고 나오려니 기분이 좀 이상했다. 돈으로 따지면 몇 푼 되지 않지만, 작은 바가지를 우리에게 뒤집어씌운 그 녀석이 좀 괘씸했다. ‘프라하의 프라이드’는 어따 던져두었단 말인가. 


그렇게 공짜 좋아하다가 프라하에서 한 대 얻어맞은 날이었다. 


<계속>


**사진 위는 프라하성 근처의 레스토랑의 모습, 아래는 계산서를 꽂아온 '큰 손'


200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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