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기 [83] 오스트리아 제1신(2) : 인강River Inn과 노르트케테Nortkette 연봉(連峰)들이 빚어낸 티롤Tirol주…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12-30 00:59 조회 1,701회 댓글 0건본문
오스트리아 제1신(2) : 인강River Inn과 노르트케테
Nortkette 연봉(連峰)들이 빚어
낸 티롤Tirol주의 보석, 인스브룩
Innsbrucke(2)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한 우리. 혹시나 하고 반호프를 찾았다. 일요일임에도 인포메이션센타는 문을 열고 있었다. 나이 지긋한 안내원은 친절했다. 역사 유적과 관광 포인트들을 조근조근 설명하는 그의 표정이 너무나 진지했다. 그의 설명은 우리의 사전지식과 합치했다. 다시 구시가지를 향해 나오던 우리. 보즈너 광장Bozner Platz에서 벌어지고 있는 군사 이벤트를 만났다. 광장의 한쪽에 가교를 설치하는 공병대의 시범을 시민들이 몰려들어 구경하고 있었다. 진지한 군인들과 시민들의 표정 모두 볼 만 했다. 거기서 비로소 오늘이 오스트리아 창군 기념일임을 알았다. 그러고 보니 도처에 군인들로 가득했다. 12만에 불과한 모든 시민들이 몰려나온 듯. 일요일임에도 구 시가지는 북새통이었다.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행사들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걷다 보니 성 안나 기념탑Annasaule이 나타났다. 구 시가지의 중심.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 때 바이에른Bayern의 침공으로부터 도시를 지켜낸 것을 기념하여 1706년에 세워진 대리석 탑이라 한다. 맨 위에는 성모 마리아가 대좌엔 성인들과 성 안나 상이 세워져 있었다. 그 주변에도 군인들이 모여 있었다.
우린 흥겨운 주악소리를 따라 안나탑 건너편으로 갔다. 독일영사관 건물 안쪽 광장이었다. 군악대가 연주를 하는 무대 주위로 시민들이 가득 모여 있었다. 시민들은 의자에 앉아 음식을 먹으며 군악대의 음악을 감상하고 있었다. 뜨거운 수프와 빵을 시민들에게 공짜로 제공하는 광장 한 구석. 길게 줄을 서 있는 그곳에 우리도 동참한 건 물론. 군대 요리사들인 듯, 듬뿍 퍼주는 수프와 갓 구어낸 빵 맛이 일품이었다. 유럽에 온 이래 비로소 ‘손님’의 대접을 받은 우리. 흐뭇했다. 우리가 인스브룩 입성의 날 하나는 기막히게 잡은 것이었다.
그 뿐인가. 목이 마르고 오슬오슬 추워지기 시작한 석양 무렵. 이곳에 다시 오니 잔치의 흥은 정점에 오르고 있었다. 빵과 수프를 나눠주던 맞은편에서 술과 음료수까지 공짜로 나눠주는 게 아닌가. 우리는 와인을 뜨겁게 데워 만든 ‘글뤼바인’ 한 잔씩을 시켰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던 독일 칼브의 장터. 썰렁하던 그곳에서 마신 글뤼바인 한 잔의 추억이 떠올랐다. 뜨거운 글뤼바인 한 모금이 뱃속으로 들어가자 온몸이 훈훈해지던 기억. 그래서 우리의 차 트렁크 안에는 글뤼바인 한 병이 들어있다. 어릴 적 막걸리를 뜨겁데 데워 드시던 아버지를 생각하며 우린 가끔씩 글뤼바인을 애용하게 된 것이었다. 해장술(?) 글뤼바인. 우리가 발견한 유럽의 빅히트 물건이었다.
국군의 날 행사는 시내 도처에서 하루 종일 열리고 있었다. 갓난쟁이부터 노인들까지 모든 시민들이 몰려나와 군인들과 하루를 즐기는 모습. 참으로 좋았다. 각종 무기를 진열해놓고 시민들에게 만져보게 하고 친절히 설명해주는 그들. 테러범 제압의 시범을 보여주기도 하고 교통사고 처리 시범을 보여주기도 했다. 가상의 산을 만들어 놓고 아이들로 하여금 암벽타기의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했다. 옛날 식 기념 엽전을 제조해주는 코너도 있었다. 우리 역시 참여하여 무거운 쇠메를 휘두르고, 기념주화 하나를 챙긴 것은 물론이다. 민간과 군의 친선도모. 바로 그들 창군기념 행사의 컨셉이었다. 시민과 동떨어진 군이 아니라, 시민의 친구로 조력자로 존재한다는 점을 끊임없이 알리려는 그들. 영세중립을 표방하면서도 역사의 경험을 통해 군대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그들.
‘시민과 함께 하는 군대’. 어느 나라인들 중요하지 않으랴. 요즘은 계룡대에서 열린다던가. 재미없는 우리나라 국군의 날이 생각났다. 전국의 놀이공원에 헌 탱크나 안 쓰는 미사일이라도 몇 대 갖다 놓고 시민들에게 설명해준다면, 오죽 좋으랴. 선량한 시민들 앞에서 ‘◯폼이나 잡아야’ 군인인 듯 착각하는 우리의 수준이 슬퍼지는 하루였다.
늘 ‘오스트리아’ 하면 겨울철 스키나 즐기는 곳으로 알고 있는 우리. 영세 중립국에 기껏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 정도만 알고 있는 우리. 그러나 근세 이전에는 유럽을 지배하던 강국, 화려한 역사를 갖고 있는 강국이었다. 합스부르크가(家)의 역사를 조금만 훑어보아도 그 영광의 역사를 알 수 있는 나라.
사실 이 도시의 구시가지는 황제 막시밀리안 1세에 의해서 구축되기 시작했다. 프리드리히 3세의 아들 막시밀리안 1세. 1477년 부르고뉴 공작의 딸 마리아와 결혼하면서 부르고뉴의 궁정문화는 오스트리아에 도입되기 시작했고. 이곳에 궁정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막시밀리안 황제가 인스브룩을 방문한 1493년부터. 막시밀리안 황제 자신 뿐 아니라 그로부터 훨씬 후의 여 황제 마리아 테레지아도 이곳을 아주 좋아했다는 것. 그 이유 때문인가. 앞에 말한 것처럼 이곳엔 합스부르크 가의 영광을 보여주는 건축물들이 아주 많다.
빠리의 것 비해 아주 작지만, 화려한 인스브룩의 개선문. 황제 마리아 테레지아의 아들 레오폴드 2세와 스페인 공주 루드비카의 결혼 기념으로 건립된 문. 그러나 건립 중 황제의 부군 프란츠 슈테판 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애당초 설계와는 달라졌다는데. 문의 남쪽에 ‘삶과 행복’이, 북쪽에 ‘죽음과 슬픔’의 뜻을 담은 그림이 새겨진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것. 지배계층 역시 삶과 죽음의 수레바퀴는 피해갈 수 없는 공리(公理)임을 이 문은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성 야콥 대성당, 헬블링 하우스, 황금지붕의 막시밀리언 박물관, 서비텐클로스터Servitenkloster 등을 들렀다. 웅장한 야콥 대성당과 헬블링하우스의 화려한 궁중문화에 놀랐다. 잘 몰랐던 오스트리아의 옛 문화 역시 유럽의 보편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 지배세력의 통치 기반 위에서 문화가 전승되고 있다는 것 등을 오스트리아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황금지붕 안의 막시밀리언 박물관. 사진촬영을 엄금했다. 까닭을 묻자, 카운터 옆의 카드 판매대를 가리켰다. 우리가 사진을 찍으면 저 카드가 팔리겠느냐고 반문하며 웃는 아가씨. 우리도 웃고 말았지만 씁쓸했다. 오스트리아 궁정문화를 보여줄 만한 사진 한 장도 건지지 못한 우리. 서운했지만, 일견 맞는 말이기도 했다. 그냥 눈으로 보고 마음에 새겨둘 수밖에.
서비텐클로스터에서 우리는 참으로 ‘이쁘게’ 꾸민 성모자를 만났다. 피에타상의 슬픈 얼굴과 대비되는 기쁘고 아름다운 성모를 발견하자 우리의 피로는 싹 가셨다. 오스트리아는 어딜 가나 예수 고상과 성모상이 서 있다. 90% 이상이 가톨릭교도인 오스트리아. 종교에 심취한다는 면에서, 인정이 많다는 면에서 어쩌면 우리 민족과 서로 통하는 면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잘츠부르크에도 엄청난 성당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데, 과연 어느 정도일지.
해는 넘어가고, 집을 찾는 나그네의 마음은 초조해진다. 우리는 인스부르크의 북쪽 노르트케테 연봉 아래쪽 높은 마을의 숙소를 찾기로 했다. 시가지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 야경을 보고 싶었다. 어둑발이 완전히 깔릴 즈음 우리는 산 중턱 봐이헤르부르크가Weiherburggasse에서 멋진 숙소 하나를 구할 수 있었다. 펜션 파울라 가르니Pension Paula Garni. 꽃으로 아름답게 치장한 3층 목조건물의 꼭대기 층. 창밖으론 인스브룩의 시내가 한 속에 잡힐 듯 정답다. 오후 잠깐 뿌리던 빗방울도 사라진 저녁. 마지막 황혼은 케르테 산을 넘었고, 시각을 알리는 교회의 종소리들만 남아 청랑하게 울리는 인스브룩의 밤. 그리고 내일, 모차르트의 음악과 함께 펼쳐질 잘츠부르크의 화려함을 꿈꾸는 우리...
<계속>
**사진 위는 국군의 날 행사장에서 음식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공짜로 나누어 주는 광경, 아래는 숙소 'Pension Paula Garni'에서 찍은 아침나절의 인스브룩 풍경-환상적인 산과 안개 그리고 도시
2005-10-30
- 이전글[84] 오스트리아 제2신(1) : 잘차흐Salzach 강변에 꽃핀 영욕의 역사, 잘츠부르크Salzburg(1)
- 다음글[82] 오스트리아 제1신(1) : 인강River Inn과 노르트케테Nortkette 연봉(連峰)들이 빚어낸 티롤Tirol주의 보석, 인스브룩Innsbrucke(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