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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69] 스위스 제5신(1) : 숨어있던 글라루스Glarus, 대어(大魚)로 나타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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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12-30 00:35 조회 1,88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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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제5신(1) : 숨어있던 글라루스Glarus, 대어(大魚)로 나타나다




 10월 15일 오후 3시 반, 붸기 출발. 오후가 되니 꽉 막혔던 안개가 실실실 풀리고 햇볕도 내려 쪼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적당한 곳에서 하룻밤을 지낸 후 스위스를 벗어나 독일의 알펜가도Alpen Strasse를 달리기로 했다. 1차 목표지점은 독일의 퓌센Fussen. 붸기로부터 '2번→8번→3번→A3'로 번갈아 탔다. 나중에 보니 우리는 A3을 벗어나 17번 지방도를 달리고 있었다. 본의와는 상관도 없이.

 원래 우리는 A3 아우토반을 타고 달리다가 아무래도 스위스 영내에서 하룻밤을 묵으면서 느긋하게 다음의 계획을 확정하는 것이 좋으리라는 판단을 내렸다. 문제는 숙소. 사실 우리는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 같은 전문 숙박업소보다는 붸기의 숙소와 같은 민가의 방을 선호했고, 그게 수월하리라 낙관했다. 전문 숙박업소는 비싸기도 하려니와 스위스의 맛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 흠이었다. 그러나 고속도로 주변에서 ‘Frei Zimmer’를 찾기는 어려운 일. 국도 혹은 지방도로만 고수하게 된 것도 그 이유였다. 그러다가 깜빡 방향과 길을 잃고 말았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갈 곳 없고 찾을 이 없는 신세가 된 것이다. 첩첩산중 스위스. 해도 빨리 지는 곳. 간혹 나타나는 마을들은 있어도 우리를 기다리는 방은 없었다. 괜찮았던 붸기의 경험이 우리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만든 것이었다. ‘다음 마을엔 나타나겠지’ 낙관의 연속이었다.

 알프스 산중에서 오소리 떼와 함께 차숙을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슬금슬금 찾아들 즈음, 겨우 한 마을 어귀에서 호텔을 발견. 늦은 저녁과 함께 안면의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다.  밤에 보니 황량한 산골 마을에 불과한 곳이었다.  


             ***


 10월 16일 아침. 일찍 눈을 떴다. 대체 우리가 잔 곳이 어딘지 궁금하기 때문이었다. 호텔 이름도 도시 이름도 모르는 우리. 답답했다. 커튼을 젖히니 앞을 가로막는 큰 산 하나. 그 앞으로 호텔까지 쪽 뻗은 길이 나 있고, 그 길이 끝나는 곳의 산 앞에는 ‘이쁜’ 건물이 서 있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반호프Bahnhof였고, 그 뒤에 버티고 선 것은 쉴트산Mt. Schilt이었다.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형태의 도시임을 다른 창들을 열어보고 나서야 확인할 수 있었다. 멋진 고풍의 건물들이 즐비한, 제법 큰 도시였다. ‘컴컴한 저녁에 더듬거리며 찾아왔지만, 제대로 올 곳을 왔구나!’ 우리는 내심 쾌재를 불렀다. 예상치 않았던 대어(大魚)를 낚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우리를 흥분시켰다. 

 호텔직원의 설명은 자상하기도 했다. 과연 우리는 대어를 낚았던 것이다. 일찍 체크아웃을 한 다음 거리에 나왔다. 세 방향에 큰 산이 둘러싸고 있는 분지형의 글라루스Glarus란 도시였다. 인근에 리데른Riedern, 넷스탈Netstal 등의 도시가 접해있고, 린트Linth강을 경계로 엔네뷜스Ennebuhls와 접해 있었다. 우리가 묵은 호텔(Hotel Stadthof)을 중심으로 동북쪽에 퇴디산Mt. Todi, 서북쪽에 해발 2327m의 글뢰르니쉬산Mt. Glarnisch, 남쪽에는 쉴트산이 둘러싸고 있었다. 퇴디는 돌 투성이의 악산(嶽山), 글뢰르니쉬와 쉴트에는 제법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모두 엄청난 규모로 돌출하여 글라루스를 옹위하고 있었다. 

 반호프의 매표원은 친절하게도 인포메이션 센터 상담원 역할을 해주었다. 그의 설명으로 글라루스의 도시 규모와 관광 포인트가 명확해졌다. 통나무로 만든 풍만한 여체의 상이 반호프 회랑의 한 복판에 기둥처럼 서 있었다. 젊은 남자들의 가슴을 울렁거리게 할 만큼 아주 사실적인 묘사였다. 작품을 어루만지며 기념사진 한 컷. 새삼 아내의 눈치를 보는 순간이었다.

 일요일이라 거의 모든 건물들이 셔터를 내렸고, 관광객 몇을 빼면 사람들의 낯을 볼 수조차 없었다. 빠져나온 호텔을 다시 찾아가 그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다음 세 개의 포인트를 정해 이 도시를 탐색하기로 했다. 도심의 교회 한 곳, 인근의 호수와 그 언저리에 있는 작은 교회 한 곳, 그리고 도심에서 약간 떨어진 곳의 박물관 등. 

<계속> 


**사진 위는 글라루스의 글뢰르니쉬산Mt. Glarnisch, 아래는 글라루스 반호프 내의 멋진 여체


2005-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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