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여행단상(5)-1 : 알펜가도Alpen Straβe의 아름다운 농가에 묵으며 > 여행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여행기

유럽여행기 [74] 여행단상(5)-1 : 알펜가도Alpen Straβe의 아름다운 농가에 묵으며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12-30 00:43 조회 1,798회 댓글 0건

본문

여행단상(5)-1 : 알펜가도Alpen Straβe의 아름다운 농가에 묵으며




 길 찾기와 집 찾기.

 여행의 90% 이상을 차지하면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어딜 가나 지도가 잘 구비되어 있고, 사람들이 친절하니 길 찾는 일은 수월한 편이다. 그러나 숙소 구하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다. 한 발만 가면 호텔이나 모텔, 하다못해 러브호텔까지 도처에 널린 우리나라에서야 가는 곳이 곧 내 집인 셈. 그러나 이곳에선 방값도 방값이려니와 ‘분위기’ 자체가 우리를 긴장시킨다. 철저한 ‘사생활 보호’로부터 조성되는 분위기.

 유럽에 오니 ‘PRIVATE’ 혹은 ‘PRIVAT’라고 쓰인 주차장이 종종 눈에 뜨인다. 이곳엔 절대 주차하면 안 된다. 국가가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공간이 바로 ‘프라이빗’ 혹은 ‘프리밧’이다. 스위스의 호숫가를 지나는 길이었다. 호수와 산이 어울린 경치가 아름다워 한 컷 찍고 싶었으나, 좁좁한 길에 차를 세울 수가 없었다. 우연히 길 가에 비어있는 주차공간이 있었다. 차를 세우고 카메라를 꺼내는데 누군가 지나며 차를 세우지 못하는 곳이라는 신호를 한다. 이상하여 내려보니 바로 ‘PRIVAT’ 아닌가. 사방을 둘러보아도 집 한 채 보이지 않는 한적한 도로변에 금을 그어놓고 ‘자기 것’이라 한단 말인가.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거미처럼 절벽에 붙어사는 스위스인들. 개중엔 아마도 이곳에 차를 주차시킨 다음 언덕 위의 자기 집으로 걸어 올라가는 이들도 있었던 모양. 국가에서 보장한 공간이었다. 아차 싶어 즉시 떠난 건 물론이다. 

 이런 분위기. 만약의 경우 날이 저물어 잘 곳을 찾지 못한다 해도, 민가의 문을 두드릴 상황은 결코 아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에서야 다급하면 남의 집 대문도 두드릴 수 있다. 말만 잘 한다면, 비어있는 방 하나쯤 못 빌릴까. 그러나 이곳에선 다르다. 일터에서 돌아와 문을 탁 걸어 잠그면 그들의 집은 난공불락의 성이 된다. 몇 년 전 서양 어느 나라에서 친구의 집을 찾던 일본 청년이 실수로 남의 집 문을 두드렸다가 총에 맞아 죽은 사건도 있지 않은가. 그런 점이 서구사회의 어두운 단면이다. 개방 사회를 표방하지만, 철저히 폐쇄된 사회. 우리가 ‘열린 마음’으로 번역해 쓰는 ‘open-mind(ed)'. 그들이 왜 이 말을 자주 쓰는지 역으로 생각해보면 그 분위기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 나그네들은 초조해진다. 물론 떠나기 전 숙소 예약을 해둔 경우야 별 문제 없다. 그러나 바퀴 굴러가는 곳이 여행 코스인 자동차 여행자들은 예약을 할 수가 없다. 가다 보면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멋진 곳들이 널려있다. 이곳저곳 들르다보면 어디서 석양을 맞을지 알 수 없다. 아무데나 호텔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있다 해도 그 가격 또한 만만찮다. 선뜻 호텔에 들었다 해도 세계 공통인 그 시스템 속에서 현지의 분위기를 맛본다는 건 ‘절에 가서 삼겹살 찾는’ 격이다. 


             ***


 독일의 농촌마을이나 농가들처럼 아름다운 곳이 세상에 또 있을까. 울창한 숲에 둘러싸여 있거나 널따란 초원 위에 올라앉은 집들, 그리고 마을들. 창틀에 올려놓은 화분들엔 알록달록 ‘이쁜’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초원에선 소 울음소리, 숲에선 까마귀들의 우악스런 노래도 들려온다. 여분의 방을 내 놓고 손님을 맞이하는 농가들이 적지 않다는 것. 우리가 독일 코스를 좋아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가 지나온 스위스. 자연은 더 할 나위 없이 멋진 곳이다. 그러나 스위스의 참맛을 느끼기란 어렵다. 숙소 때문이다. 독일처럼 스위스의 아름다운 농가 주택에서도 자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계속>


**사진 위는 라우펜엑Laufenegg의 농가-Ferienhof Michael und  Karin Lingenhel의 아름다운 모습, 아래는 알펜가도의 라우펜엑Laufenegg의 농가-Ferienhof Michael und  Karin Lingenhel의 방(이틀을 묵음)


2005-10-24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개인정보처리방침 서비스이용약관

:::白圭書屋:::
대표자 : 조규익 | Tel : 010-4320-8442
주소 : 충청남도 공주시 | E-mail : kicho@ssu.ac.kr

Copyright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