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기 [80] 독일 제18신(1): 독일인의 미학 훔쳐보기, 오버아머가우Oberammergau와 미텐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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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12-30 00:54 조회 1,864회 댓글 0건본문
독일 제18신(1) : 독일인의 미학 훔쳐보기, 오버아머가
우Oberammergau와 미텐발트
Mittenwald의 담벼락 그림들(1)
10월 21일 12시가 약간 넘을 무렵. 비스교회의 감동을 되새기며 우리는 인근의 오버아머가우로 출발했다. 오버아머가우와 미텐발트는 건물들의 담벼락에 그려진 프레스코화로 유명한 마을들. 그러나 위치상 비스교회와 오버아머가우를 21일에 들렀고, 린더호프 성Schloss Linderhof과 에탈 수도원Kloster Ettal, 그리고 미텐발트를 22일에 들렀다.
알펜가도와 로만틱가도가 교차하는 퓌센. 그곳을 기점으로 비스교회는 30km, 오버아머가우는 50km, 린더호프 성은 45~50km, 에탈 수도원은 55km, 미텐발트는 70km 정도 떨어져 있다. 서로 인접한 이 지역들은 대체로 알펜가도 중반 이후의 고지대에 속하며 아름다운 산천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22일에 1박을 한 그라스방Graswang은 해발 868m, 린더호프는 943m, 에탈은 877m, 미텐발트는 912m 등 대체로 계룡산보다 높은 지역들이 대부분. 그러나 지내다 보면 고지대라는 느낌은 전혀 없다. 운전하면서 오르내릴 때 고막이 한 번씩 접혔다 펴지는 것 외엔. 그래서 고통보단 즐거움이 많은 셈이다. 알 수 없는 곳을 찾아갈 때의 기대감과 야릇한 불안감도 즐거움을 부추기는 요소들. 그 뿐인가. 산길을 넘어 이동하다보면 저 멀리 보이는 알프스 산의 만년설이 우리의 시선을 잡아끌어 운전을 방해하는 것도 즐거움 중의 하나다.
대체로 비슷한 높이의 이들 지역이 인접해 있는 까닭에 지나고 보면 그 순서가 어그러지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러나 좀 어그러지면 어떠랴. 우리는 지금 우리의 기준으로 선택한 곳들을 지난다. 그 많은 땅과 마을들을 어이 다 밟아보리? 선택된 곳들의 대표성을 강변할 마음도, 그럴 수도 없다. 요컨대 산하의 같고 다른 점을 감식(鑑識)할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생각대로 쉽지 않다.
***
비스교회와 에탈 수도원은 성격상 통하고, 오버아머가우와 미텐발트 역시 담벼락 예술로 통한다. 남는 것은 린더호프 성. 린더호프 성은 루드비히 2세가 만든 성이다. 우린 이미 슈방가우에서 두 개의 성(호엔슈방가우 성,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보고 왔다. 슈방가우에서 두 성을 보며 우리는 낭만주의자 루드비히 2세를 동정하고, 그에게 일종의 편애를 보인 바 있다. 그러나 린더호프 성을 보면서 그에 대한 우리의 마음은 바뀌었다.
린더호프. 우린 그 성을 보기 위해 인근의 그라스방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아침 일찍 산에 올랐으나 그 성은 11시에나 문을 열었다. 우선 주변이 절경이었다. 뛰어난 화가의 솜씨인 듯 고운 단풍과 어우러진 린더호프의 단아한 모습. 단풍 산 너머로 아련히 보이는 알프스의 설봉들까지 눈에 넣으면 린더호프야말로 최고 걸작의 그림이었다.
문을 열고 가이드를 따라 들어서자마자 숨이 막혔다. 화려함의 극치였다. 모두가 황금이었다. 이렇게 화려할 수가 있는가.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모두 24k라 한다. 프랑스의 베르사이유 궁전을 부러워한 루드비히. 그걸 본 떠 이 성을 만들고 헤렌킴제 성을 만들었다 한다. 인간의 힘으로 만든 것 같지 않던 베르사이유의 기억이 떠올라 잠시 머리가 띵했다. 마리앙뚜와넷의 어리석음을 질타한 우리였다. 잠시 혼란했다. 슈방가우에서 우리는 비운의 왕 루드비히를 동정했다. 그러나 지금 이 좋은 자연 속에 황금으로 꾸민 성을 보면서 그를 버리기로 했다. 용서할 수 없었다. 아, 분명 그는 그 때까지 철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분명 왕이 무엇 하는 직책인지를 몰랐던 그. 어쩌면 백성들의 고혈을 짜 내어 환상의 성이나 구축하는 것이 왕의 유일한 책무라고 착각했던 그. 궁의 뒤쪽에는 계단들이 있었고, 그 계단들의 위에는 동굴 비슷한 것이 있었다. 설명에 따르면 그 위로 물을 흘리고 배를 타고 나오면서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를 감상하려 했다니, ‘에라 이 *같은 **!’ 그렇게 우린 루드비히를 책망하고 허탈한 마음으로 산을 내려왔다. 다만, 그런 귀중한 문화유산을 때려 부수지 않고 오늘날까지 고스란히 간수해온 독일국민들은 위대했다.
***
린더호프 때문에 허탈해진 마음을 달래보고 싶어서였을까. 근처의 에탈에 들렀다. 수도원을 보기 위해서였다. 작은 마을 에탈. 민가는 몇 채 보이지 않았다. 시가지래야 호텔 몇 개, 잡화 파는 집, 수도원의 상표를 붙인 술 파는 가게 등등. 빵 가게마저 닫으니 점심 먹을 곳도 없었다. 그러나 수도원의 규모는 컸다. 그리고 그 중심인 성당 또한 대단한 규모였다. 내부의 모습 또한 다른 어느 곳에 비겨도 손색이 없었다.
바실리카 성당.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순백의 대리석에 박아놓은 각종 문양들은 살아 움직였다.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천정화도, 수백 개의 크리스탈로 이루어진 샹들리에도 아름다운 천국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러나 성당을 제외한 다른 부분들에는 접근할 수 없었다. 우리는 수도원의 내부를 보고 싶었다. 어떤 교육을 시켰는지, 어떤 시설에서 생활은 어떻게 했는지도 알고 싶었다. 박물관도 보고 싶었다. 그러나 어느 곳도 나그네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 수도원 앞에는 두 개의 술 가게가 있었다. 모두 성당에서 나온 술, 특히 맥주를 파는 곳이었다. 그런데 한 집의 벽에는 아주 오랜 광고 포스터 하나가 붙어 있었다. 술병 세 개가 나란히 겹쳐 있는 그림과 수도원의 사진이 합성된 포스터였다. 그렇다면 수도원에서 술을 만들어 팔았다는 것인가. 우린 이미 프랑스 페깜의 베네딕틴 수도원을 방문했고, 거기서 술을 양조하여 베네딕틴이란 이름으로서 판매하고 있는 것도 확인한 바 있다. 종교와 술의 관계. 두 번째로 경험하는 이 문제에 대하여 어떤 결론을 내려야 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에탈은 아름다운 곳이고 그곳의 수도원 또한 아름다웠을 것이라는 추정만 가능할 뿐. 술까지 만들어 파는 곳이라면 더욱 그러했을 것 아닌가. 가끔씩 가는 곳마다 흔하디흔한 와인으로 객고(客苦)를 달래곤 하는 우리의 판단.
<계속>
**사진 위는 에탈 바실리카 성당Ettal Basilica, 아래는 오버아머가우Oberammergau의_아름다운_건물_필라투스하우스Pilautshaus
2005-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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