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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63] 스위스 제3신(2) : 지상의 낙원인가, 한계를 넘은 생존인가-융프라우요흐Jungfraujoch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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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12-30 00:03 조회 1,86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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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제3신(2) : 지상의 낙원인가, 한계를 넘은 생존

                      인가-융프라우요흐Jungfraujoch에서 

                      들은 태고의 굉음(1)     

 



 콘스탄츠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의 스위스 국경. 국경을 넘은 우리는 취리히에서 1박 2일, 베른에서 2박 3일을 보냈다. 그리고 곧바로 인터라켄 부근의 라우터브루넨으로 달려왔다. 참으로 아름다운 도시들, 취리히와 베른.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여느 유럽의 뛰어난 도시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비록 베른의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긴 했지만.

 우리는 스위스 국경을 넘으면서 약간 실망을 금치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간 스위스만의 모습에 너무 큰 기대를 갖고 있었던 걸까. 프랑스와 독일의 농촌마을들. 가슴이 아릿해질 만큼 아름다운 모습들이었다. 그런데 취리히와 베른에 이르는 연도의 마을들은 별 특징을 갖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우중충하기까지 했다. 물론 베른 지역에 들어와서 눈 덮인 알프스의 봉우리들을 목격한 건 사실이지만. 

 그러나 스위스의 진정한 정취는 알프스가 가까워지면서 느낄 수 있다. 베른의 숙소에서 일찌감치 출발. 다음 행선지를 향해 오전 10시에 출발해보기는 처음이었다. 베른에서 가까운 라우터브루넨. 숙소가 충분하다는 정보도 미리 입수한 터였다. 모처럼 느긋하게 서행하면서 주변의 달라지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날씨도 우리를 도와주었다. 파란 하늘의 강렬한 태양이 하얀 알프스의 설봉을 마구 달구는 모습이라니. 알프스가 가까워지면서 길이 가팔라지고 심하게 굴곡지기 시작했다. 아, 이제 정신 좀 차려야겠구나. 유럽의 도로에서 늘 마음 편하게 운전을 해온 나였지만, 오르막길의 굴곡도로에선 마음의 끈을 조일 수밖에 없었다.

 갑작스런 일이었다. 바다같이 넓은 호수. 그득한 쪽빛 물에 하늘 높이 솟아오른 산이 하나 잠겨 있었다. 건너편 산의 거대한 그림자였다. 그 산의 실물을 올려다보았다. 거의 수직으로 솟은 산. 그 산에는 중턱부터 꼭대기까지 아름다운 집들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그 집들이 이룬 마을들, 호수에 알록달록 떠 있는 요트들, 그리고 유람선. 그제야 보이기 시작한 한 폭의 그림. 우리가 상상해온 스위스의 풍광, 바로 그것이었다. 


             ***


 인터라켄Interlaken의 동쪽 지역엔 브리안저 호수Brienzersee가, 서쪽 지역엔 투너호수Thunersee가 있다. 두 호수는 작은 물길로 연결된다. 그 다리를 건너면서 본격적인 알프스 투어가 시작되는 셈이다. 대부분의 마을들이 해발 수백 미터 이상의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마을에서나 보이는 알프스의 연봉(連峰)들. 그곳을 좀더 가까이 보거나 알프스의 핵심인 융프라우요흐에 가기 위해서는 이들 마을들에서 연결되는 산악열차를 타야 한다. 인터라켄은 해발 567m, 빌더스빌Wilderswil은 584m, 즈봐일뤼치넨Zweilutschinen은 682m, 라우터브루넨은 796m, 벵겐은 1274m에 달한다. 그 뿐인가. 열차를 갈아타야 하는 클라이너샤이덱Kleine Scheidegg은 무려 2061m. 우리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행복한 얼굴도 보았다.

 베른으로부터 1시간쯤 달려 도착한 라우터브루넨. 인포메이션 센터 아가씨는 시원시원하고 친절했다. 놀란 것은 12시부터 세 시간 동안 이 지역의 거의 모든 활동이 중단된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저녁에도 6시 반이면 모든 점포들이 문을 닫는다니! 참으로 놀랍고도 답답한 일이었다. 한국인들은 24시간 내내 일 해도 먹고 살기 어렵다고 말하니, 그 아가씬 대답 없이 웃기만 했다.

 몇 군데 숙박업소를 들러보았으나 터무니없이 비싸고 마음에 들지도 않았다. 누군가의 글을 읽고 기억한다는 아내의 말을 따라 찾아간 ‘캠핑융프라우’. 깎아지른 산 위에서 길게 떨어지는 슈타우프바흐Staubbach 폭포 바로 앞에 있었다. 가격도 주변 경관도 맘에 들었다. 체크인 후 곧바로 찾아간 트륌멜바흐 폭포. 자연의 거대한 포효에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까마득한 알프스 연봉들의 빙하가 녹으면서 모아진 물들. 그것들이 수만 년 암벽을 녹여 만든 폭포였다. 물이 산을 안으로 뚫었으니, 인간이 다시 산을 뚫고 들어가지 않았다면 아무도 그 소리를 들을 수 없었으리라. 수직의 암벽에 계단을 만들고, 쇠로 난간을 만들었으며, 요소마다 등을 달아 자연의 굉음을 인간이 가까이 다가가 듣도록 해둔 스위스 인들. 트륌멜바흐는 자연과 인간의 위대함이 앙상블을 이룬 결정체였다. 트륌멜바흐에서 확인한 스위스인들의 위대함이란 고작 서막에 불과하긴 했지만.  


             ***


 융프라우Jungfrau(4158m), 묀히Monch(4107m), 아이거Eiger(3970m), 쉬렉호른Schreckhorn(4078m), 베터호른Wetterhorn(3701m), 브라이트호른Breithorn(3782m), 칭겔호른Tschingelhorn(3557m), 스팔텐호른Gspaltenhorn(3437m), 슈바르츠호른Schwarzhorn(2928m) 등이 대충 꼽아본 알프스의 연봉들이다. 이중 융프라우는 높이나 생김새로 단연 발군(拔群). 융프라우요흐는 융프라우보다 100m 남짓 낮은 3454m. 엄청난 곳이었다.

 <계속>


**사진 위는  융프라우요흐의 설원에서 바라본 눈의 계곡, 아래는 융프라우요흐Jungfraujoch의 스핑크스 전망대에서 잡은 알프스의 설원


2005-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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