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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70] 스위스 제5신(2) : 글라루스 교회, 클뢴탈 호수와 호숫가의 작은 교회, 그리고 글라루스 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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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12-30 00:38 조회 1,79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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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제5신(2) : 글라루스 교회, 클뢴탈 호수와 호숫

                       가의 작은 교회, 그리고 글라루스 

                       뮤지엄 




글라루스 교회Die Stadtkirche Glarus. 건립연도(1861)는 그리 오래지 않으나, 큰 규모에 빼어난 자태를 지니고 있었다. 오른쪽에 퇴디산, 왼쪽에 글뢰르니쉬산을 끼고 있는 곳. 말하자면 ‘좌청룡 우백호’의 풍수(?)를 갖춘 셈이었다. 두 개의 첨탑이 나란히 서 있고, 첨탑들 사이에 커다란 장미문양을 지닌 삼각지붕의 구조물이 끼어 있었다. 개신교 교회였다. 장중하고 단정한 내부구조에 아름다운 스테인드 글라스와 파이프오르간이 일품이었다. 시내의 어디에서나 보이는 큰 교회였다. 주일임에도 불구하고 예배는커녕 사람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2001년 건축상을 받은 사실을 적은 동판이 바깥 벽에 자랑스레 걸려 있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이 클뢴탈Klontal 호수와 그 호숫가에 있는 클뢴탈교회. 사실 처음엔 그곳에 호수가 있는 줄도 몰랐다. 글라루스에 속한 작은 마을, 클뢴탈의 초원에 작고 아름다운 교회가 있다하여 꼬불꼬불 산길을 넘어간 것이다. 스위스의 어느 곳이든 접근하려면 높은 산을 넘어야 하고, 높은 산을 넘기 위해선 좁고 가파른 길을 달려야 한다. 

 서쪽으로 단풍이 곱게 든 산을 굽이굽이 넘으니, 옥색의 물이 나타났다. 왼쪽엔 병풍 같은 돌산, 오른 쪽의 산 또한 병풍 같았으나 단풍이 곱고 부드러웠다. 물을 사이에 두고 남성과 여성이 우뚝 서서 사랑을 나누는 형국이었다. 그 물이 바로 클뢴탈 호수Klontaler See. 물 색깔이 고왔다. 맑고 투명하여 주변의 산들, 단풍들이 고스란히 비쳐났다. 정녕 거울이었다. 흡사 호수에 몸을 기울이면 내 마음까지 비쳐낼 듯, 곱고 맑았다. 호수 전체는 옥빛이었다. 신라 왕들의 무덤에서 출토된 진녹색의 곡옥(曲玉)들이 풍기는 고고함. 그 색감을 이곳 클뢴탈 호수의 물에서 읽어냈다면 좀 지나친가. 

 배를 띄우고 사랑을 속삭이는 두 청춘남녀를 빼곤 호수의 적막을 깨뜨릴만한 아무 것도 없었다. 호수의 길이는 850m였고, 큰소리로 부르면 건너편 사람에게 들릴 정도의 폭이었다. 작음과 고요함, 그리고 맑음. 클뢴탈 호수의 컨셉이었다. 양 옆으로 옹립하고 선 암벽들이 지켜주어서인가 호수는 안심하고 잠에 빠져 있었다. 좁은 길을 마주 오는 차들과 교대로 비켜가며 한동안 달리니, 호수 끝 마을이 나왔다. 석양이 곱게 비치는 초원. 그 한켠에 참나무와 오리나무들이 옹기종기 모여 숲을 이루고 있었다. 교회는 그곳에 숨듯, 서 있었다. 참으로 작은 교회였다. 문은 잠겨 있었으나 오전 예배를 보았는가, 온기가 건물 주위에 흩어져 있었다. 작은 교회! 우린 이미 해발 1453m의 리기칼트바트 마을에서 작은 교회를 보았다. 그 교회의 입구엔 청동으로 만든 닭 한 마리가 서 있었고, 문 옆에는 닭을 데포르마숑한 십자가가 걸려 있었다. 교회당 안은 작고 예뻤다. 강단을 중심으로 이십 여개의 좌석이 둥그렇게 배열되어 있었고, 2층에도 몇 좌석이 있었으나 사용한 흔적은 없었다. 그 교회와 이 교회, 분위기가 아주 흡사했으나, 전자는 높은 곳에 후자는 평화로운 초원에 있다는 것이 달랐다.

 주일날 사람을 찾아볼 수 없고, 들어갈 수 없었다는 데 약간의 실망을 느꼈을 뿐 교회는 아름다웠다. 유럽에 온 이래, 크고 호화로운 교회와 성당에만 익숙해진 우리였다. 많은 신도를 수용하려면 큰 교회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호화로울 필요가 있었을까. 호화로움의 정도가 신심의 정도와 비례하는 것은 아닐 테니까. 그러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딱지들은 그렇게 크고 호화로운 교회들에만 붙어 있었다. 작은 교회의 큰 소리를 듣지 못한 증거라고나 할까. 


            ***


 석양이 기울 무렵, 뇌펠Nofels로 차를 달렸다. 프로일러팔라스트Freulerpalast의 글라루스 뮤지엄Museum des Landes Glarus에 들르기 위해서였다. 카스파 프로일러Kaspar Freuler에 의해 세워진 프로일러팔라스트. 지금의 박물관이 바로 그 건물이다. 이름 또한 프로일러팔라스트. 프로일러가 세운 건물 이름을 딴 것이다.

 1642년 건립을 시작, 1645년 내장공사 완공, 1650년에 완공을 본 박물관이다. 1942년 빌딩 내부에 대한 보수를 마쳤고, 1983년부터 1992년까지 역사적인 기념비로 재생될 수 있었다. 이곳에선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글라루스 출신의 멀티탤런트 추디Tchudi에 관한 자료들이 전시되고 있었으며, 맨 위층에는 실크에 관한 모든 것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실크에 무늬를 넣는 전통적인 방법과 과정이 사실적으로 설명되고 있었다.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발전시키려는 그들의 노력. 그것이 바로 이 코너에 응축되어 있었다. 글라루스 지역에서 옛날부터 벌어졌던 각종 전투의 자료들이나 출토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도서나 사진, 옛 지도 등 많은 문헌자료들도 있었다. 말하자면 지역 박물관인 셈이었다. 그러나 전시된 자료들 모두는 당시 스위스 인들이 함께 걸어온 역사적 자취의 보편적 측면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박물관의 가치는 바로 이것이다. 특수성과 보편성. 지역 박물관은 그 지역만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공간이다. 동시에 국가 전체 박물관의 한 부분으로서 민족적 특성을 온전히 구비한 보편적 공간이기도 하다. 스위스를 비롯한 유럽 지역의 뮤지엄들을 돌아보면서 특수성과 보편성의 조화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온전히 유지하고 있는 요인이 바로 그들의 커뮤니티 안에 좋은 박물관들을 만들고, 유지·확충하는 데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 점을 글라루스의 박물관에서 확인했다.


             ***


 잘 곳을 찾아 헤매다가 우연히 들른 글라루스. 만약 이곳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슈타트 교회도, 클뢴탈 호수와 교회도, 박물관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넓게는 유럽문화, 좁게는 스위스 혹은 글라루스의 문화와 역사를 만나지 못할 뻔 했다. 스위스의 숨겨진 아름다움, 역사의 특수성과 보편성 등을 우리는 뜻하지 않게 만난 글라루스에서 배웠다. 여행은 우리의 선생님이라는 점을 이곳에서 확인했다. 그리고 우리는 어딘가로 떠났다. 

<계속>


**사진 위는 클뢴탈 호수Klontalersee와 주변의 산, 아래는 클뢴탈호숫가의 작은 교회-다스 키르헤라인 임 클뢴탈Das Kirchlein Im Klontal


2005-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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