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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41] 독일 제9신(1) : 슈파이어Speyer, 세계문화유산이 빛나는 작지만 큰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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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12-24 14:21 조회 1,76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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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제9신(1) : 슈파이어Speyer, 세계문화유산이 빛나는 작지만 큰 마을



 10월의 첫날. 새벽 1시나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으나 4시쯤 일어남. 발자취를 기록해 두어야 한다는 의무감 아닌 의무감 때문일까. 매일같이 짐을 풀고 싸는 유목민의 삶. 기록마저 남기지 않는다면, 종당엔 어느 골짝 어느 능선을 거쳐 왔는지 알 길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발자취 모두를 기억하는 것이 무어 그리 중요한가. 내가 거쳐 온 길이 기록으로 남길 만큼 가치 있는 것인가. 어쩌면 황금덩어리로 착각하고 가뜩이나 무거운 등짐 속에 주워 넣은 돌덩어리들은 아닐까. 허망한 소유의 집착! 그러나 ‘무소유(無所有)’의 삶을 외치는 어느 선사마저 부지런히 기록을 남기는 이유는? 기록하는 일이야말로 어쩌면 마음속에 쌓이는 것들을 덜어내고 버리는 작업이기 때문일까. 마음에 쌓이는 것들을 덜어낼수록 자꾸만 덜어내는 일에 집착하는 나. 알 수 없는 일이다. 

 

             ***


 숙소를 찾아 헤맨 어제의 피로 때문일까. 몸이 약간 무겁다. 슈파이어Speyer, 작은 마을로만 생각하고 약간 가볍게 생각한 우리. 하이델베르크에서 가깝다는 지도상의 정보만 믿고 느지막하게 출발한 것이 실책이었다. 인근의 큰 도시 호큰하임Hockenheim만 보고 가면 되었을 것을, 이정표에도 나와 있지 않은 슈파이어를 찾다가 여러 번 길을 놓쳤다. 간신히 찾은 슈파이어. 작은 도시 같은데, 엄청난 높이로 솟아 있는 돔의 첨탑들이 위압적이었다. 그러나 센트룸이 붐비지 않아 일단은 안도. 인포메이션 센터에 들어가 숙소 상황을 알아본 뒤에야 ‘아차!’ 했다. 방이 없었다. 도대체 그들은 무슨 재주로 방들을 우리보다 먼저 ‘새치기’할 수 있는 걸까.

 여기에 오기까지 ‘슈파이어’란 이름을 들은 적이 없다. 우리나라에 전혀 알려져 있지도 않은 곳이니 내가 알 리 없다. 그러나 대단한 곳이었다. 주차장에서 인포메이션 센터까지 기백m를 걷는 동안 우리는 묘한 감동을 받았다. 깨끗한 거리, 넓은 광장. 건물들은 흡사 어느 종교 공동체의 그것들과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사방에 삐죽삐죽 솟은 교회와 성당의 첨탑들. 무엇 하나 버릴 게 없을 만큼, 묘한 조화를 이루며 우리를 감탄하게 했다. 이곳의 돔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외면만으로도 납득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묵을 방이 없었다.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온 듯 했다. 

 하는 수 없었다. 상담원이 알려준 대로 인근의 마을들을 뒤질 수밖에. 생각만큼 숙소도 없으려니와, 있다 해도 이미 ‘all booked' 상태. 완전히 어두워진 후. 어느 마을의 경찰관에게 도움을 청하니 순찰차를 따라 오란다. 그가 알려준 호텔에는 방이 있었다. 짐을 풀고 식사를 마치니 피로가 엄습한다. 하이델베르크에서 찍은 150여장의 사진들. 대충 정리하고 잠자리에 든 것이 새벽 1시가 넘어서였다.


             ***


 하이델베르크 노정을 정리하고 창문을 여니, 비가 내린다. 줄기가 눈에 보이는 ‘궂은비’다.  프랑스를 제외한 유럽의 날씨는 참 고약하다. 벨기에의 앤트워프에서도 독일에서도 벌써 몇 번째 비로 고생이다. 밤엔 분명 하늘이 맑았는데 자고 일어나면 비가 내리기 일쑤다. 깊어진 가을이 겨울로 바뀐다는 신호인가.

 호텔에서 차려준 아침. 아름다운 식탁, 정갈한 음식. 아침 해장에 좋다고 아내는 늘 뜨거운 차를 찾는다. 빵과 함께 하는 뜨거운 독일 차 맛이 그만이다. 약간 성글어진 빗줄기를 뚫고 슈파이어에 도착. 비가 내리는데도 광장과 돔에 득실대는 사람들. 돔에 들어가기 전, 이곳에서 하루를 더 묵을 요량으로 시내의 호텔 탐색에 들어갔다. 시내 관광을 겸한 일이었다. 아무데도 빈 방은 없었으나, 주택가는 기가 막히게 아름다웠다. 돔의 첨탑들은 시내의 어디에서도 보였다. 마을들 사이로 작은 물줄기 하나가 흐르고 있었다. 버드나무와 온갖 물풀들이 어우러져 물에 드리운 모습이 보기에 그만이었다.

<계속>


 ** 사진 위는 슈파이어 돔(Kaiser und Mariendom), 아래는 신교 교회(Gedaktnis Kirche)


2005-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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