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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49] 독일 제13신(2) : 튀빙겐 대학의 인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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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12-24 14:35 조회 1,81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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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제13신(2) : 튀빙겐 대학의 인문주의


 횔덜린트룸에서 나와 골목길을 조금 올라가니 튀빙겐 대학 건물들이 나옵디다. 특히 ‘부르제Burse'라는 건물. 대학본부에 이어 지어진 이 건물에는 강의실, 연구실, 도서관, 기숙사 등의 시설들이 들어 있어요. 인문주의 개혁가 필립 멜란크톤 Philipp Melanchthon이 오랫동안 강의를 한 곳이지요. 1803년과 1805년 사이엔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바뀌어 튀빙겐의 첫 병원으로 사용되기도 했지요. 그 병원의 첫 환자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횔덜린이었소. 치료 불가능한 정신착란으로 판정되어 결국 1807년 3월에 퇴원을 하긴 했지만.
 형의 전공이 철학 아니오? 그래서 철학세미나Philosophisches Seminar 책임교수 방엘 방문해 보았소. 방학이라 책임을 맡은 교수들Prof. Dr. Michael Heidelberger/Prof. Dr. Dr. h. c. Manfred Frank은 보이지 않았소. 조교인 코흐Koch선생을 만나 그곳 강좌 진행방법을 들어보았소. 한 학기 전에 완성된 계획과 세미나 내용이 학생들에게 배포된다는 것이오. 그 책자를 받아보니 세미나의 세부 주제와 내용 및 교수별 과제, 참고문헌 등이 소상히 실려 있었소. 물론 철학전공 교수들이 세미나를 공동으로 진행합디다. 나도 우선 다음 학기부터 라도 뜻이 맞는 몇 분과 이런 공동 세미나를 한 번 운영해볼 작정이오.  
 몇 발짝 걸어 올라가니 프로테스탄트 신학원이 있었소. 1534년 뷔르템베르크Wurttemberg에서 종교개혁운동이 시작된 이후 이곳은 신학생들을 양성하는 교육장으로 바뀌었소. 이 건물의 역사적 영향은 튀빙겐이나 뷔르템베르크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었소. 그것이 바로 ‘슈티프트’라는 것이오. 독일에 넘어온 이래 여러 지역에서 ‘슈티프트교회Stift Kirche'들을 목격했는데, 바로 프로테스탄트 개혁주의를 표방한 신 교회들이었소. 그 진원지가 바로 여기요! 말하자면 유럽 지성사의 한 부분이 여기서 쓰인 것이지요.
 당시 유명했던 학생들 가운데 케플러Johannes Kepler, 슈와브Gustav Schwab, 뫼리케Eduard Morike, 쿠르츠Hermann Kurz 등은 우리들의 귀에도 설지 않소.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 헤겔, 횔덜린, 쉘링Schelling 등 18세기 이곳의 지성을 대표하는, 이른바 삼총사는 이 건물에서 함께 생활하고 공부한 지기(知己)들이었다는 점이오. 놀라운 지성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인물들이라고 할 수 있지 않소?  

             ***

  C형! 우리는 신학원을 뒤로 하고 호엔튀빙겐Hohentubingen성으로 올라갔소. 그런데 그 통로 또한 대단했소. 건물에는 건립 연대가 새겨져 있었는데, 빠른 건 1300년대 늦어도 1600년대였소. 그런데, 그토록 견고한 모습으로 서 있을 수 있다니! 이 거리가 가장 이른 시기에 형성되었고, 집들 또한 가장 오래되었다고 하오.
 바로 앞에서 내가 신학원 이야기를 했잖소? 그 학생들 가운데 케플러가 있었지요. 형 혹시 고등학교 물리학 시간에 배운 ‘케플러의 법칙’이 생각나오? 그 케플러를 가르친 미카엘 마스틀린Michael Mastlin이란 천문학자의 집이 바로 이 거리에 있다는 사실, 흥미롭지 않소? 똑똑한 제자 하나만 제대로 길러도 이렇게 후대에 전혀 생각지도 않던 백규의 글에까지 이름이 등장할 수 있는 것을. 우리는 지금껏 너무 숫자에만 집착해온 것 같소.
<계속>


**사진 위는 튀빙겐대 신학원 마당에 있는 기념물, 아래는 플라타너스 길에서 건너다 본 슈티프트교회


2005-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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