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기 [57] 독일 제15신(3) : 보덴호, 메어스부르크, 콘스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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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12-29 23:52 조회 1,641회 댓글 0건본문
독일 제15신(3) : 보덴호, 메어스부르크, 콘스탄츠
메어스부르크 옛 성. 성은 낡았지만 아름다웠다. 그러나 넘치는 자기 방어의 의지를 느끼면서는 좀 끔찍해지기도 했다. 지금도 날카롭게 빛을 내는 각종 무기들. 그것들은 결국 자기 자신을 겨냥한 것들에 불과했다.
내 집의 서재 한켠에는 젊은 시절 어머니께서 쓰시던 물레와 다듬잇돌, 베틀의 북과 부테 등이 놓여있다. 겨우 3, 40년 전의 것들에 불과하나, 나는 늘 그것들을 보면서 따뜻한 정감에 젖곤 한다. 어머니 돌아가신 후에 그것들을 보면 눈물이 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천 수백 년 전의 생활문화재들을 보고 있다. 그들의 피와 땀, 희망과 좌절이 끈끈하게 배어있는 그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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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천 수백 년의 시간대를 단 몇 시간 만에 섭렵했다. 이제 고요한 보덴호를 건너 콘스탄츠로 왔다. 우리는 우람한 카페리에 자동차를 싣고, 미지의 땅 콘스탄츠에 왔다. 호반의 도시 콘스탄츠. 스위스와 맞붙은 이곳에서 우리는 오래 머물 수 없었다. 도심으로부터 자동차로 5분도 안 걸리는 스위스. 우린 어려서부터 늘 스위스를 꿈 꾸어왔기 때문이다. 스위스를 빨리 밟아 보고픈 우리의 초조감. 이제 독일엔 식상했다는 것일까. 아름다운 콘스탄츠도 그저 스쳐가는 간이역일 뿐이었다.
그러나 콘스탄츠의 건물들 역시 기가 막히게 아름다웠다. 구 시가지의 중심인 뮌스터 성당. 17세기에 건립된 이후 몇 번의 보수와 개수를 거쳤지만, 지금 또 새로운 보수공사를 하고 있었다. 엄청난 규모와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다른 성당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초기 교회의 보물들이 지하에 그득했다.
뮌스터 광장엔 언제 만들어졌는지도 모를 만큼 낡은, 요셉·마리아·예수의 성가족상이 서 있었다. 뮌스터를 중심으로 구시가지는 펼쳐져 있었다. 뮌스터 가까이에 프로테스탄트 성 스테판 교회가 있었다. 이 교회 역시 규모와 아름다움이 출중했다. 뮌스터 성당과 성 스테판 교회의 첨탑들이 나란히 서서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형상이었다. 나그네의 눈에는 콘스탄츠가 표방하는 조화의 아름다움으로 보였다.
호반의 선착장에는 우리가 ‘자유의 여신상’이라 불러준 여신이 서서히 돌아가며 자신의 아름다운 몸매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 앞을 가득 메운 사람들. 어떤 이들은 요트를, 어떤 이들은 연락선을 타고 있었다. 그들은 보덴호를 가로질러 어디론가 갈 것이다. 요트에 몸을 맡긴 사람들은 보덴호의 사랑을 듬뿍 느낄 것이다. 우리도 잠시 콘스탄츠를, 아니 독일을 떠나고자 한다. 그간 독일의 매력에 너무 빠져 있었음을 새삼 깨달은 것이다. ‘좋아하는 것’과 ‘빠지는 것’은 다르다. 좋아하되 빠지지 않을 수 있는가. 그것이 우리의 과제였다.
우린 지금 독일을 떠나 스위스 국경을 넘고 있다. 취리히로 향하는 마음이 가벼우면서도 무거운 것도 그 때문이다.
<계속>
**사진 위는 메어스베르크에서 페리호를 타고 보덴호를 건너면서 보인 풍경, 아래는 아름다운 건물들이 많은 콘스탄츠 시내 풍경
2005-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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