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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42] 독일 제9신(2) : 슈파이어Speyer, 세계문화유산이 빛나는 작지만 큰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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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12-24 14:22 조회 1,74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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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제9신(2) : 슈파이어Speyer, 세계문화유산이 빛나는 작지만 큰 마을




 돔에 들었다. 정식 이름은 ‘Kaiser und Mariendom zu Speyer’. 우리말로 ‘황제의 성당’이라고나 할까. 돔의 지하에 있는 ‘The Emperors’ Tombs’. 명칭 속에 ‘Kaiser’란 말이 들어간 것도 아마 그 때문이리라. 여러 기의 묘가 있었다. 그 가운데 첫 번째가 돔의 설립자인 황제 콘라드 2세Conrad Ⅱ. 나머지도 황제이거나 황후 혹은 왕들이었다. 

 로마네스크 시대에 이루어진 가장 큰 건물 슈파이어 돔. 황제 콘라드는 즉위하던 1027년 서구세계에서 가장 큰 성당을 짓기로 했다. 그러나 그는 1039년에 죽었고, 미처 완성되지도 못한 돔에 묻혔다. 그의 아들 헨리 3세(1039-1056)에 의해서였다. 헨리 4세(1056-1106) 때 비로소 완성된 돔. 성 마리St. Mary와 교황 성 스테판Pope St. Stephen에게 봉헌되었다. 

 종교에 깊이 뿌리를 둔 중세 신성로마제국의 역사. 그리고 그것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돔의 역사. 돔의 건립 배경에는 그러한 역사적·지적 추진력이 작용했다. 건립 기간 내내 힘  겨루기로 황제와 교황 사이의 갈등은 고조되었으나, 어쨌든 헨리 4세는 이 대역사(大役事)를 마무리했다. 1106년 결국 돔은 서구에서 가장 큰 성당으로 세상에 선을 보인 것이다. 물론 돔을 자신들이 지닌 힘의 상징으로 삼고자 한 것이 통치세력의 속셈이었을 것이다. 그런 세속적 목적이 얼마나 실현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돔의 내부는 예상보다 단순하지만, 장중했다. 한결같이 ‘화려한’ 이전의 돔들과 달랐다. 돌만으로 깎아 세운 엄청난 크기의 기둥들. 돌의 천연 무늬를 직선과 곡선으로 연결시켜 이룩한 조화미가 특이했다. 흡사 바리톤의 저음, 그 장중함이 온몸을 붕 뜨게 하는 느낌. 청동의 녹 빛으로 두드러진 돔의 둥근 지붕과 안팎으로 이루는 조화 또한 두드러졌다. 이 돔을 공중에서 보면 어떨까. 십자가 모양을 이루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대부분의 성당들이 그런 것처럼. 첨탑 천정의 성화와 성모 마리아가 축복 받는 내용의 성화는 모두 19세기 중반인 1853년부터 20세기 중반인 1957년 사이에 그려진 것들이라 한다. 갖가지 선과 원형을 복합하여 십자형으로 디자인한 돔의 내부 모습 또한 특이하다. 

 네 개의 탑과 두 개의 돔으로 이루어진 슈파이어 대성당. 가장 크고 의미 깊은 로마네스크 양식의 이 건축이 1981년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나 할까.

 정치와 종교의 타협. 돔을 단순히 그 산물만으로 볼 수는 없으리라. 신의 권능에 복종하지 않는 한 결코 이루어낼 수 없는 대역사의 증거물을 우리는 슈파이어에서 목격했다.

 


             ***


 슈파이어에 돔만 있는 건 아니었다. 삼위일체 교회Dreifaltigkeitskirche, 성령교회Heiliggeistkirche, 평화교회'Friedenskirche' St. Bernhard, 고딕성당The Gothic Chapel, 루드비히 신학교회Seminarkirche St. Ludwig, 추모교회Gedachtniskirche, 막달레나 수도원 교회Klosterkirche St. Magdalena 등등. 작은 도시의 곳곳에 촘촘히 박혀있는 신·구의 교회들. 하나였던 교회가 신·구로 나뉘기 시작했고, 나뉘고 난 뒤에도 한동안 두 분파가 갈등을 빚으며 공존해온 실상을 우리는 유럽 투어를 통해 확인해가고 있다. 이미 거쳐 온 하이델베르크의 성령교회에 그 증거가 확연히 남아 있었다. 신교측이 교회를 장악하기 이전에는, 좌석을 나누어 번갈아가며 양측이 예배를 본 모양이었다. 슈파이어에서도 그랬을 가능성이 없지 않아 있었다. 

 구교의 교회이건 신교의 교회이건, 모두 아름답다. 유럽에 온 이래 지금껏 우리는 교회들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왔다. 시골 마을이나 도회를 막론하고 중심에는 교회가 있다. 그리고 그 교회는 그 공동체의 건축미를 대표한다. 물론 성전을 ‘꾸미는’ 일이 중요한 건 아니다. 그러나 아름다움에 무슨 토를 달 수 있을까. 


             ***


  종교적인 분위기가 압도하는, 특이한 공간 슈파이어. 전혀 알고 있지 못하던 그곳에 갔다. 그곳에서 아름다움의 갈래가 다양함을 느꼈다. 정신미학과 예술미학이 하나로 합치되는 경지를 확인했다. 비록 비는 내리고, 잘 곳조차 없어서 허겁지겁 도망쳐 나오긴 했으나...

 <계속> 

 

 **사진 위는 슈파이어 돔의 내부, 아래는 시가지 출입문(Main City Gate-Alt Portal)


2005-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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