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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163] 헝가리 제1신(11) : 살아 움직이는 역사와 문화의 큰 바다, 부다페스트(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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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1-04 14:37 조회 90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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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제1신(11) : 살아 움직이는 역사와 문화의 큰 바

                          다, 부다페스트(11)



 미술관의 그림에 취해, 컴컴해진 오후 늦게서야 광장으로 나올 수 있었다. 부다페스트와 함께 한 닷새의 피로가 몰려왔다. 우리는 도나우 강가 세체니 온천에서 몸을 풀기로 했다. 광장으로부터 강변을 따라 5분쯤 걸어가자 과연 온천장이 나왔다.

 수영복을 갈아입고 노천 온천으로 나가니 자욱한 김 속에 서양인들 수백 명이 온천 연못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장관이었다. 한국의 기준으로 보면 물은 미지근했다. 서양인들이 이렇게 온천욕을 좋아할 줄을 우리는 미처 모르고 있었다. 온천탕 옆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기는 축들도 있고, 과연 부다페스트는 재미있는 관광지였다. 이 온천은 페슈트 지역에서 처음으로 지어졌고, 최대 규모란다. 온천 앞 건물에 들어가니 실내에도 대규모 탕이 설치되어 있고, 그곳엔 주로 노인들이 몸을 담그고 있었다. 

 한 시간 반 정도 온천을 하고 밖으로 나가니 상당액을 환불해주는 게 아닌가. 들어갈 때 낸 돈에 비해 시간을 적게 사용했다는 이유였다. 혀를 내 두를만한 합리성과 영업 윤리. 새삼 우리나라의 영업장들이 생각났다.

 온천장에서 땀을 흘리다가 돌아오는 길. 불이 환한 광장 부근에서 함성을 들었다. 도나우 강을 가로질러 광장으로 연결되는 다리 밑에 스케이트장이 있었다. 수천 명의 시민들이 환한 불빛 아래 스케이트를 지치는 장관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쁜’ 여자애들 대여섯 명이 다리 위의 우리보고 사진을 찍으라고 포즈를 취한다. 그 틈을 놓칠세라 셔터를 눌렀으나, 내 손이 떨렸기 때문일까. 한 장도 못 건지고 말았다. 

 한쪽엔 땀 흘리는 온천장, 또 한 쪽엔 스케이트장. 부다페스트 시민들의 풍요와 자유로움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두 곳이었다. 환하게 웃으며 손을 잡고 스케이트를 지치는 여학생들의 모습에서 헝가리의 밝은 미래를 목격했다면, 좀 지나친가.      


             ***


 부다페스트. 헝가리 민족의 갈등과 시련의 역사가 예술로 꽃 핀 공간. 4백년 예속의 역사를 미래의 자산으로 승화시킨 이들의 자존심. 우린 짧은 기간 그 실체를 보고 느꼈다. 헝가리는 단순히 소련이나 공산주의에 매여 살던 동유럽의 나라들 중의 하나가 아니었다.

 오랜 동안 지속해온 투쟁의 역사. 소련이나 공산주의도 그 투쟁의 대상이었을 뿐 이들이 결코 그들을 수용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부다페스트의 모든 것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피를 통해 이루어낸 역사와 문화의 보고, 부다페스트를 맛본 우리는 이제 아드리아해 연안의 아름다운 나라, 크로아티아로 떠난다. 


<계속>


**사진 위는  세체니 온천장, 아래는 스케이트장    


2005-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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