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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174] 여행단상 12 : 해외에서 만나는 대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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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1-04 15:01 조회 93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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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만나는 대기업들



 오라는 데 없어도 갈 곳은 많은 나그네. 그래서 나그네는 항상 바쁘고 외롭다. 갈 곳 많아 바쁘고, 오라는 데 없으니 외롭다. 코스를 정해 놓았든, 정해 놓지 않았든 늘 구름처럼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움직이지 않으면 나그네가 아니다.^^ 

 돌아다니면서 가끔 가뭄에 콩 나듯 한국인 관광객이라도 만나면 반갑다. 우리말이 통하는  사람들. 한 줄기 고국의 소식이라도 얻어 들을 수 있을까 하여 더욱 그렇다. 그러나 여행의 비수기인 지금. 배낭여행자들이 잘 올 수 없는 곳만 골라 다니다시피 하는 우리들. 한국의 관광객들을 만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이제 방학이나 되어야 배낭여행하는 학생들을 좀 만날 수 있을까. 


             ***


 유럽의 각처를 돌아다니며 우리나라 회사들의 이름을 발견할 때 가장 반갑다. 정권 바뀐 뒤 재벌들을 ‘뭐 보듯’ 하는 풍조가 생겼고, 툭하면 타도의 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하지만. 해외에 나와서 그들의 이름을 바라보는 느낌은 많이 다르다. 특히 동유럽의 몇 나라들에서 이들의 모습은 두드러져 보였다. 이 가운데 대표주자는 삼성, LG, 현대.

 서유럽, 동유럽을 막론하고 ‘현대’의 이름을 달고 있는 중장비를 공사현장에서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부다페스트의 센트룸에 도착하자마자 발견한 것이 큼지막한 삼성의 간판이었다. 그 뿐 아니다. 공예박물관으로 가는 도중 만난 어느 빌딩의 에어컨은 모두 LG 제품이었다.

 폴란드에서는 대우차를 많이 만났다. 자그레브를 걸어서 관광하던 중 시내 한 복판에서 큰 건물의 LG 가전제품 판매점을 만났다. 유리를 통해 들여다보니 그 회사가 생산한 온갖 제품들이 모두 구비되어 있었다. 동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쓰는 컴퓨터도 LG와 삼성의 제품이 단연 많았다.  

 지금 우리가 돌고 있는 크로아티아. 동유럽 중에서도 오지다. 1박을 위해 카를로바치에 가려고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빠져 나오자마자 작은 호수 건너편에서 빛나는 현대의 간판을 보았다. 

 어제 우리가 잠시 들렀던 스플릿. 아드리아 해안의 큰 도시다. 길 위엔 현대와 기아 차들이 ‘우글거린다’고 할 정도로 많았다. 거의 모두 새 차들이었다. 몇 개의 빌딩을 지나면서 보니 에어컨은 모조리 LG 마크를 달고 있었다. 이곳의 자동차는 현대와 기아가, 에어컨은 LG가 석권한 느낌이었다.

 1박을 위해 들른 이곳 로드스트라나Rodstrana의 펜션 아미고Pansion Amigos. 방을 보러가니 LG 에어컨이 벽에 달려 있었다. 밤에 춥지 않으냐고 묻자 그녀는 리모컨으로 에어컨을 작동해 보였다. 그러자 뜨거운 바람이 ‘쉬익’하고 밀려나왔다. 냉·난방 겸용의 좋은 제품이라는 자랑도 덧붙였다. 


             ***


 도처에서 만나는 우리나라 회사들의 제품을 보면서, 우리는 ‘상사맨’들을 떠올린다. 심한 내전을 겪은 크로아티아. 제약이 많았을 동 유럽 공산국가들. 우리가 느긋하게 자동차를 몰고 지도를 보며 찾아온 나라와 지역들이다. 이들이 이들 지역에 진출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닐 터. 교통은 얼마나 불편했을까. 지금도 직항로가 개설되어 있지 않은데, 그 시절이야 오죽했으랴. 옷가방 하나 달랑 들고 회사의 명이니 떠나왔을 것이다.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혹은 체코의 프라하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거나, 몇날 며칠을 기차와 자동차로 이곳에 도착했을 것이다. 

 아시아의 동쪽 먼 나라 ‘코리아’라고 하면 대뜸 ‘6·25전쟁’을 떠올리는 이곳 사람들. 좀더 많이 안다고 해야 ‘남이냐 북이냐?’만을 묻는 이곳 사람들을 상대로 시장을 개척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을까. 개중엔 한밤중 모텔에서 눈물을 흘린 이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 화려한 국가 브랜드의 ‘상사맨’들. 그들의 해외시장 개척이야 ‘땅 짚고 헤엄치기’일 터. 그에 비해 국가의 이미지나 브랜드 가치가 형편없었던 우리의 ‘상사맨’들이 겪었을 고뇌는 상상할 수 없으리라. 

 그들은 자신들의 피와 땀으로 척박한 땅에 그들의 깃발을 꽂았다. 일단 깃발을 꽂은 다음의 승부수는 제품의 질. 지금처럼 길거리에서 이들 제품을 손쉽게 볼 수 있는 것은 그들 제품의 질이 좋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

 

 앞으로 찾아갈 나라들이나 그 나라들의 오지에서도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자못 기대되는 오늘, 이들의 존재가 아주 자랑스럽다.  


<계속>   


**사진 위는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 시내에서 발견한 LG 매장, 아래는 부다페스트 센트룸의 삼성 건물

 

200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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