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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183] 크로아티아 제4신(5) : 아드리아틱 블루와 환상의 조화를 이룬 돌의 도시-두브로브닉Dubrovn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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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1-04 15:15 조회 83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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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제4신(5) : 아드리아틱 블루와 환상의 조화

                              를 이룬 돌의 도시-두브로브닉

                              Dubrovnik(5) 



석양 무렵, 본 성과 따로 떨어져 홀로 서 있는 포트 로브리예나치Fort Lovrijenac에 올랐다. 예상대로 문은 잠겨 있었다. 그러나 그 너머로 찬란한 아드리아 해와 석양, 그리고 석양에 물든 구름을 볼 수 있었다. 발아래 시가지, 사람들의 움직임까지 살필 수 있었다. 아, 그들이 이 성채를 지은 목적은 분명했다. 고개를 돌리면 성 안팎 사람들의 동태를, 그 고개를 또 다른 방향으로 틀면 밀려오는 적들의 동태까지 살필 수 있는 것이 이 성의 특징이었다. 보호와 감시의 이중성은 예로부터 다스리는 자들이 내세워 온 위선적 명분이었다. 그것이 옛 성에 고스란히 구현되어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목격한 가장 극적인 모습은 딴 데 있었다. 바로 프란치스카 수도원 뮤지엄이었다. 이미 수도원의 기능은 상실한 채 뮤지엄, 그것도 제한적인 기능의 뮤지엄 역할만 하고 있었다. 문은 굳게 잠겨져 있었다. 우리가 찾아가 벨을 눌러야 문을 따줄 만큼 관리인은 게을렀다. 하품하면서 우리가 빨리 가 주기만 바라는 듯한 그의 눈초리가 따가워 오래도록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전시실 벽 한 복판을 뚫고 지나간 박격포 구멍이었다. 그곳 사람들은 그 구멍을  그대로 보존해두고 있었다. 포탄이 멈춘 자리엔 증거물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1991년 내전 당시 두브로브닉을 뺏으려는 보스니아 군이 쏜 것이라고 했다. 지금껏 계속되고 있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목격하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15-16세기 성화나 예수고상보다는 박격포에 뚫린 구멍으로부터 인류의 모순적 행적을 깨달을 수 있었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이루어진 많은 것들을 감추고 있는 두브로브닉은 우리에게 할말이 너무 많아 그만 입을 다물어버린 듯 했다. 그렇게 아드리아 해변의 하루는 저물어 갔다. 돌 위에 축조한 돌의 세계. 지금까지 천년의 역사를 이어온 것처럼 앞으로의 천년도 끄떡없을 것이다. 아드리아의 청록색 바닷물이 변하지 않는 한 두브로브닉성의 빛깔 또한 바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보아온 온갖 아름답고 의미심장한 것들을 ‘덮어쓰기’ 해버린 두브로브닉성. 내 마음에 남겨준 감동을 앞으로 과연 어떻게 발효시킬 것인가. 

<계속>



**사진 위는-프란치스카 모나스터리 뮤지엄 전시실의 벽에 난 내전 중의 박격포 구멍, 아래는 포트 로브리예나치Fort  Lovfijenac


200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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