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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185] 여행단상 16(2) : 유럽에서 체감(體感)하는 자동차 문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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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1-04 15:19 조회 1,02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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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에서 체감(體感)하는 자동차 문화(2)



그러나 동유럽에 오자 상황은 바뀌었다. 이들은 너무 성급했다. 소름 끼칠 정도로 이들은 과속을 즐겼다. 대부분 30-50km로 제한된 시내에서도 과속을 일삼았다. 답답할 정도로 규정을 지키는 서유럽의 나라들에 비해 험하다고 할 만한 수준이었다. 서유럽에서는 경적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다. 눈 부라리는 운전자를 본 적도 없었다. 그러나 이 나라들에서는 운전자들의 신경질을 담은 경적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눈 부라리는 운전자들을 보는 일 또한 다반사. 

 무엇보다 소름 끼치는 일은 시도 때도 없이 자행하는 추월이다. 동유럽 국가들의 국도는 대부분 편도 1차선(왕복 2차선). 번번이 앞에서 차가 달려오는 데도 그들은 추월을 감행한다. 그 뿐 아니다. 고갯길에서 추월할 수 없다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원칙이다. 그러나 이들은 그 너머에서 차가 오는지 안 오는지 걱정할 필요도 없이 추월을 일삼는다.

 바로 앞에서 ‘아슬아슬’ 비껴 들어가는 추월차량들. 동유럽에서 운전하다보면 등에서 땀 마를 때가 없다. 그런데 그렇게 바삐 추월해간 차들을 얼마 안 가서 만나게 된다. 이들의 도로 사정이 그리 좋지 않기 때문에 곳곳에서 막히기 마련. 그럼에도 이들은 추월과 과속을 일삼는다. 흡사 추월이나 과속 없는 운전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이들 지역에서 사고 장면을 목격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두어 달을 운전하면서도 교통사고 한 건 목격한 적이 없는 서유럽. 그에 비해 동유럽은 끔찍한 곳이다.


             ***


 동유럽을 운전하면서 소름 끼치는 추월장면들을 목격할 때마다 우리는 이들의 자동차 문화와 삶의 질을 논하곤 했다. 대충 수십 배로 ‘느껴지는’ 서유럽과 동유럽의 경제적 격차. 그것은 곧바로 그들이 누리는 ‘삶의 질’로 이어질 것이다.

 자동차 문화로만 따질 경우, 서유럽과 동유럽의 차이는 문명과 야만 수준이었다. 그걸 구분하는 기준은 다름 아닌 ‘사람을 배려하느냐’의 여부였다. 단순화 시킨다면 서유럽에서는 인간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동유럽에서는 하찮게 여긴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값을 귀하게 여기는 풍조가 정착되지 않는 한, 아니 교통문화가 세련되지 않는 한 동유럽은 결코 서유럽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다.


             ***


 그러나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 동유럽의 자동차 문화가 아무리 험하다 해도, ‘한국에서 온’ 나는 우리나라보다 이곳이 운전하기에 훨씬 편한 게 사실이었다. 우리나라처럼 끔찍한 사고현장을 보는 일이 쉽지 않았고, 길을 지나다니면서 멱살잡이하는 운전자들을 본 적이 없다. 번번이 추월을 당하면서도 ‘내게 눈 부라리는’ 이곳 운전자들을 만난 적이 없었다. 가끔 경적이 울리긴 해도, 내 차를 향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꾸물댄다고 전조등을 함부로 휘둘러대는 운전자를 만난 적도 없다. 차선을 바꾸기 위해 깜빡이를 켰을 때,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무조건 차를 멈추어 주었다. 모두가 한국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모습들이다. 

 사실 동유럽 사람들의 급한 성질은 우리와 비슷하다. 그들의 교통문화 또한 우리와 비슷하다. 그들의 무리한 추월 습관을 비판했지만, 고속도로나 국도를 달려보면 그들보다 한 술 더 뜨는 것이 우리다. 그래도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긴 자동차의 역사를 갖고 있다. 자동차 문화를 바꾸지 않는 한 동유럽은 서유럽을 따라잡을 수 없다. 우리 또한 자동차 문화를 바꾸지 않는 한 서유럽은커녕 동유럽조차 따라잡을 수 없다. 


<계속>


**사진 위는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Zagreb의 옐라츄이치 광장Ban J. Jelacic Square,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슬로바키아로 가는 도중 눈을 뒤집어 쓴 백규 부부의 자동차


200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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