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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193] 에피소드 9 : 헝가리 세게드Szeged의 펜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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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1-04 16:56 조회 98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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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헝가리 세게드Szeged의 펜션 주인




 ‘정직이 최상의 정책’이란 서양 금언만 믿고 살아온 백규 부부. 처음 그 말을 만들어낸 유럽의 백성들이야 두 말 할 필요도 없이 그 말만을 따르는 것으로 생각했다. 서유럽을 돌 때는 이 말이 대충 들어맞는 것 같았다.

 원래부터 시장에 가서도 가격 흥정을 못하는 우리였다. 사람들의 속내를 훔쳐보며 눙치기도 하고 가끔은 거짓말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작은 거짓말들은 가끔씩 하며 살아오긴 했지만, 그럴 때마다 받게 되는 심적 부담은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서유럽이 참으로 편했다. 더구나 우리가 누군가. ‘동방예의지국’ 대한민국의 이미지 메이커를 자임(?)하면서 유럽 땅을 돌고 있는 백규 부부다. 치사하게^^ 가격을 후려쳐 깎는 일은 서툴기도 하려니와 아예 해보려는 염(念)도 먹지 않았다. 그러나 동유럽에 오니 사정은 달라졌다. 사람들을 무조건 믿었다가는 손해를 볼 수도 있겠다는 의심이 들게 된 것이다.


             ***

 

 프라하의 인포메이션 센터, 부다페스트의 인포메이션 센터와 숙소 소개업자. 우리는 이들이 서유럽처럼 관광객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으로만 알았다. 프라하에서 수많은 인포메이션 센터들을 목격하면서 체코가 관광대국이라 착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30% 정도의 커미션을 챙기는 소개업자들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아연실색했다.

 프라하에 입성한 첫날. 대문짝만한 ‘인포메이션 센터’ 간판을 달고 있는 부스가 바로 주차장 근처에 있었다. 반색하는 직원이 고맙고 미더웠다. 그에게 관광정보와 숙소정보를 요구했다. 그러나 관광정보는 알려주지도 않고 이리저리 전화를 걸더니 선뜻 숙소 하나를 구해 주었다. 우리가 감지덕지한 것은 당근. 그러나 숙소 주인을 만나보고 나서야 우리가 내기로 한 방값의 30%가 그의 몫임을 알게 되었다. 소개업자가 끼어듦으로써 관광객이 30%의 돈을 더 쓰게 되어 있는, 일종의 ‘착취 구조’였다. 

 부다페스트에서는 인포메이션 센터와 숙소 소개업자가 한 통속이었다. 인포메이션 센터에 숙소 정보를 요구하니 소개업자에게 미루었다. 심지어 우리가 찍어서 요구한 호텔에도 전화를 거는 시늉만 하곤 받지 않는다고 하며 우리를 소개업자에게 보냈음을 나중에야 알았다. 이곳 역시 ‘착취 구조’임은 물론이었다. 잘 지내긴 했지만, 찜찜한 마음은 지금도 어쩔 수 없다.


             ***


 크로아티아에서 터키로 가려면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로 우회해야 한다. 보스니아나 세르비아 등 옛 유고연방의 땅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갈 길은 멀고 시간은 없는 우리. 전속력으로 질주했으나, 사방이 깜깜해진 5시쯤에야 루마니아 쪽 헝가리의 국경도시 세게드Szeged에 도착했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던가. 필요도 없는 낮 시간의 한적한 시골길엔 그리도 많던 숙소의 간판들이 밤 시간의 도심엔 보이지도 않았다.

 복잡한 도심을 몇 바퀴나 돌고 나서야 겨우 펜션 하나를 구하게 되었다. 겉에서 보기완 다르게 들어가니 괜찮았다. 영어는 한 마디도 안 통했지만 손짓 발짓으로 의사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방값 7,500포린트, 아침식사 1,200포린트, 합계 8,700포린트란다. 늘 해온 것처럼 그게 정가인 것으로 알고 응한 우리였다. 들떠있는 주인의 설레발을 친절로 오해하기도 했다. 우리 방의 난방기를 최강의 위치에 올려놓곤, 자신을 가리키며 ‘아이 젠틀맨I gentleman!’이란 브로컨 잉글리쉬를 연발하던 그 영감. 말 많고 달콤한 사람을 믿지 말라는 금언도 잠깐 잊은 우리였다. 

 다음 날 인포메이션센터에 들러 관광정보와 시내 숙박업소들의 가격표를 얻은 우리는 씁쓸함을 씹어야 했다. 리스트에 적혀 있는 그 펜션의 숙박비는 6,500포린트. 아침식사를 포함해도 6,700포린트에 불과했다. 우리에게 2,000포린트의 바가지를 씌운 것이었다.

 30%의 바가지. 큰 액수는 아니라 해도, 자존심이 능멸당한 점은 참을 수 없었다. 동양인이라고 깔본 것일까. 즉각 인포메이션 센터로 달려갔다. 내 신분을 밝힌 다음 가격표를 들이밀고 따졌다.

 ‘우리는 헝가리의 문화와 역사에 경의를 갖고 있는 한국인들이다. 어제 묵은 펜션의 주인이 우리를 속였다. 그래서 우린 지금 크게 실망하고 있다. 이렇게 정직하지 못한 행위가 헝가리의 이미지를 크게 손상시킨다는 점을 알고 있는가? 당장 그에게 전화해 달라. 당장 사과하지 않으면 그 펜션을 인터넷에 올려 헝가리 관광업자들의 부정직한 행태를 세계만방에 고발할 것’이라는 요지의 말이었다.

 부끄러움이었을까. 내 말을 듣고 있는 그녀의 얼굴이 발그레해지는 것을 보았다. 어찌 이런 경우가 한두 번일까. 그녀는 즉시 전화를 걸었다. 헝가리 말로 꽤 긴 시간을 통화했다. 그녀는 그로부터 받은 사과의 뜻을 내게 전했다. 그런 다음 펜션 주인이 돈을 갖고 출발했다며, 대신 자기 돈으로 그 차액을 내 주는 것이었다. 


             ***


 인포메이션 센터를 나오며 씁쓸했다. 우리는 동유럽에 대한 편견을 씻어보려고 무던히 노력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서유럽에 비해 여유가 모자란 것일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기가 어려운 것일까. 그렇게라도 해서 약간의 돈을 더 버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일까.

 한 주먹 가득 동전을 내밀면 액수대로 알아서 가져가는 서유럽 마켓의 캐쉬어들. 동유럽에선 그것도 믿을 수 없게 되었다고 안타까워하는 아내다.  

 그러나 우리가 이곳에서 큰소리를 쳤지만, 과연 우리나라는 어떨까. 외국인들에게 바가지 씌우는 경우가 어찌 택시요금, 숙박요금 뿐이랴. 외국 관광객들에게 정직하지 못한 몇 사람이 나라의 이미지를 그르치고, 결국엔 그들 스스로를 망친다는 것. 어찌 동유럽과 우리나라가 다르겠는가. 

<계속>


**사진 위는 펜션 팔마의 모습, 아래는 카라즈 거리의 모습


2005-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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