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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194] 루마니아 제1신(1) : 아, 끔찍했던 루마니아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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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1-05 00:24 조회 99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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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제1신(1) : 아, 끔찍했던 루마니아여!(1)




 12월 6일. 내리는 비를 맞으며 헝가리의 세게드를 떠난 우리. 얼마 지나지 않아 루마니아 국경 검문소에 도착했다. 프랑스 자동차를 몰고 온 한국인은 처음 보는 듯, 검문소의 관리들도 헤매는 듯 했다.

 비자를 요구하기에 ‘비자 없이도 루마니아를 통과할 수 있다더라’고 하니 그 때서야 서류들을 뒤져보고 확인하는 그들이었다. 이것저것 물어보며 패스포트를 한 장 한 장 세듯 넘겨보는 것이었다. 자동차 서류까지 확인하며 우리의 아래 위를 핥듯이 살폈다. ‘남이냐 북이냐’를 서너 번이나 물었고, 수도가 어디냐는, 쓸데없는 질문도 두 번이나 했다. 삼십 분 가까운 시간이 흘러서야 겨우 국경을 통과할 수 있었다. 


             ***


 루마니아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었다. 크로아티아를 빠져나와 터키로 가려면 통과할 수밖에 없는 나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겨우 차우세스쿠의 공산 루마니아, 게오르규의 루마니아만을 알 뿐. 동유럽 공산주의 붕괴 후 루마니아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알 수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예상대로 체코나 헝가리 등 동유럽의 선발국들에 비해 훨씬 처지는 모습이었다. 황량한 산악지대와 기름기 빠진 평원의 연속이었다. 간혹 나타나는 마을들, 주택들,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 모두 사회주의 시절의 ‘남루’를 벗지 못하고 있었다. 

 루마니아 돈도 정보도 없었던 우리는 처음 만나는 도시에 들어가기로 했다. 방코맛Bankomat 즉 현금자동인출기에서 돈도 뽑고 루마니아 지도도 얻으려는 속셈이었다.

 아라드Arad는 큰 도시였다. 흩뿌리는 겨울비로 거리는 질척댔고, 매연 또한 심했다. 길거리에 자동차는 밀리고, 몇몇 공공건물이나 사적을 뺀 주거건물들은 때에 절어 있었다. 무표정한 사람들은 거리를 누비고, 주인 없는 개들은 이리저리 배회하며 먹이를 탐하고 있었다.

 인포메이션센터를 찾을 수 없어 특급호텔인 베스트웨스턴 호텔에 갔으나, 제대로 영어를 하지 못하는 리셉션의 여직원만 어두컴컴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루마니아 도로지도 좀 줄 수 있소? 환율은 어떻게 되오? 현금자동인출기는 어디에 있소?’라는 서너 마디 말을 여러 번 반복했음에도 뚱한 표정으로 호텔 명함 한 장만을 내미는 것이었다. 혀를 차며 그냥 거리로 나왔다. 그러나 은행을 찾기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우리는 은행에 가서 크게 놀랐다. 루마니아 화폐가 복잡했다. 얼마 전 바뀐 듯, 현재는 구권과 신권을 함께 쓰고 있었다. 구권을 1만분의 1로 줄인 것이 신권이었다. ATM에서 돈을 찾으니 구권이 좌르르 쏟아졌다. 이 돈을 들고 은행 창구로 가니 신권으로 바꿔 주었다. 은행 직원들은 친절했다. 그러나 그들의 자상한 설명에도 ‘돈 머릿수 헤아림’은 영 낯설기만 했다. 특히 외국인들의 입장에서 동전은 더 분간하기 어려웠다.

 시장기가 돌아 들른 핏자 집. 식사를 한 뒤 빌bill을 받아보니 230,000. 이런! 손바닥만한 핏자 두 판, 음료수 두 병에 ‘이십삼만’이란 거금이 청구된 것이었다. 영(0) 네 개를 떼면 된다는 캐쉬어의 설명에 우리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루마니아 돈 23원, 6유로를 살짝 넘어서는 금액이었다. 동유럽에 와서 놀랄만한 일도 많지만, 지나치게 큰 이 나라의 돈 머릿수는 그중에서도 압권이었다. 그래서 1만분의 1로 줄인 모양인데, 그러다 보니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들도 혼란스러웠다.  


<계속>

 

**사진 위는 로마니아 아라드Arad 거리, 아래는 아라드Arad 의 아름다운 건물


2005-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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