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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195] 루마니아 제1신(2) : 아, 끔찍했던 루마니아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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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1-05 00:25 조회 98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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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제1신(2) : 아, 끔찍했던 루마니아여!(2) 



비 내리는 아라드를 뒤로 하고 다시 달렸다. 목숨을 걸고 달렸다. 도로는 무법천지였다. 가도 가도 끝날 줄 모르는 편도 1차선의 국도. 꼬불꼬불 산 길. 군데군데 파이고, 누덕누덕 기워 붙인 아스팔트. 언덕길이고 굽은 길이고 아무데서나 추월과 과속을 일삼는 차들. 그들은 흡사 추월하기 위해 자동차를 운전하는 듯 했다.

 ‘양보’라는 단어는 이들 사전에 아예 없는 듯 했다. 어느 소도시를 지날 때인가. 우리가 진행하던 차선에서 공사를 하고 있었다. 그러니 차선을 바꿔야 할 것 아닌가. 깜빡이를 켜고 뒤쪽을 보니 7-8m 후방에 커다란 밴 한 대가 오고 있었다. 안심하고 차선을 바꾸었다.

 그러자 간 떨어지는 경적소리가 울렸다. ‘왜 내 차 앞을 가로막느냐?’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 차는 반대편 차선을 침범하면서까지 다시 내 차 앞으로 끼어들었다. 힐끗 운전자를 쳐다보았다. 아, 핸들을 잡은 육십 대 초반쯤의 그 남자, 내게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불쌍한 인간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가끔 목격하던 그런 유의 인간을 이곳에서도 보게 될 줄이야! 깜빡이 켠 차를 보면 무조건 양보해주던 서유럽의 운전문화에 익숙해 있던 우리. 우리가 동유럽을 달리고 있다는 것을 깜빡 잊고 있었던 것이다.

 등짝의 땀이 마를 새도 없이 긴장 속에 달렸다. 황량한 들판 뿐, 눈을 줄만한 경관도 없었고 그럴 여유도 없었다.

 오후 다섯 시가 넘은 깜깜한 시각, 디바Deva란 도시에 도착했다. 매캐한 매연 냄새가 코를 찔렀다. 역시 도로를 질주하는 차량들. 겁먹은 눈으로 차량들을 피해 길을 건너는 사람들. 도색을 하지 못해 흉물처럼 서 있는 아파트들...

 잠자리를 찾아 앞 뒤 분간 못할 도심을 서너 바퀴나 돌아야 했다. 겨우 한 구석에서 호텔 간판을 발견하고 들어갔다. 리셉션의 직원들은 불친절했다. 방값은 280만 레이였다. 별 셋의 호텔이었다. 방을 보기 위해 50대 후반의 직원 한 사람과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는 금방 부서질 듯 덜컹거렸다. 4층까지 오르는 동안 간이 오그라드는 듯 했다. ‘이 엘리베이터 괜찮은 거냐?’고 물었다. ‘보다시피 잘 움직이고 있다’는 무뚝뚝한 대답이 돌아왔다. 

 이 호텔은 리모델링 중이었다. 공사 중인데도 손님을 받는 모양이었다. 방에 들어가니, 그 방은 이제 막 공사가 끝났는지, 화장실 바닥엔 흰 페인트 자국들이 그대로였다. ‘저거 문제없냐?’고 물었다. 그러자 ‘저게 대체 무슨 문제냐?’고 힐난하는 투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지. 호텔 화장실 바닥에 페인트가 덕지덕지 묻어 있다하여 볼일을 못보는 일이야 없겠지. 그게 그들의 의식 수준이었다. 낡아서 금방 허물어질 듯한 호텔을 다시 짓지 못하고 겨우 리모델링이나 할 정도로 이 나라의 경제사정은 열악한 듯 했다.


<계속>


**사진 위는 1박을 한 루마니아 디바호텔, 아래는 디바호텔방에서 내려다 본 디바 시내 일부


2005-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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