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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198] 루마니아 제1신(5) : 아, 끔찍했던 루마니아여!(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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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1-05 00:28 조회 1,01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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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제1신(5) : 아, 끔찍했던 루마니아여!(5)



 가로막대 앞에 차를 대고, 농담으로 ‘미인계(?) 좀 써보라’며 아내에게 패스포트를 들려 보냈으나. 차창을 통해 보이는 아내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내려서 가 보았다. 그 부스엔 젊은 녀석들 ‘서너 놈’이 앉아 있었다. 다짜고짜 ‘도로통행세’를 내지 않았으니 벌금 130유로를 내라는 것이었다. 도로통행세라니? 그런 말은 들어본 적도 없는 우리였다.

 도로 통행세라는 규정이 있었다면 입국할 때 요구했어야 하지 않나? 30분이나 우리를 붙잡아 두고 입국심사를 하던 사람들은 도로 통행세의 ‘도’자도 입에 올린 적이 없었다. 만약 그런 게 있었다면 그것을 내지 않고 어떻게 루마니아에 들어올 수 있었겠는가.

 우리는 따졌다. ‘입국할 때 그런 것을 받아내지 않은 당신들의 잘못 아닌가. 그 땐 요구하지도 알려주지도 않고, 출국하려는 지금에 와서 벌금을 내라니. 말이 되는가.’라는 게 우리들의 항변 요지였다.

 그러자 그 중 한 녀석이 우리를 유리 부스 밖으로 데리고 가 그곳에 적힌 문구를 보여 주었다. 그게 바로 규정이란 것이었다. 그들의 문장으로 써 있어서 내용은 확실치 않으나 ‘Check auto tax' 비슷한 문구가 들어 있는 듯 했다. 

 그 중 한 녀석이 해결책은 두 가지라고 했다. 하나는 ‘당신들이 입국한 그곳에 가서 그들에게 따지는 일이 첫째이고, 두 번째는 벌금을 내는 일’이라 했다. 이런 천하에 망종들이 있나? 사흘 동안 ‘죽음을 무릅쓴 채’ 루마니아를 뚫고 내려온 일을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는 데, 억울하면 다시 그곳으로 가서 항의하라?

 ‘망할 놈들’이었다. 항의해도 말이 안 통했다. 막막했다. 흡사 발가벗고 야수가 들끓는 사반나의 한 복판에 선 듯한 느낌. 호소할 곳도 없었다. 주변엔 으르렁대는 표범과 하이에나들...

 무엇보다 난감한 사실은 가진 돈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가진 돈이 없다고 했다. 그러자 그 녀석들은 미국 달러는 가진 게 없냐고 물었다. 유로가 없는데 미국 달러가 있을 리 있나. 그 중 한 녀석이 수정 제의를 했다. 50유로만 내고 가라는 것이었다.

 아, 이 놈들이 이런 방법으로 나약한 외국 관광객들을 상대로 돈을 갈취하는 구나! 분노가 치밀었다. 자칫했더라면 ‘You are terrible thieves!’란 욕설이 나올 뻔 했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든 호구(虎口)는 벗어나야 했다. 다급한 아내는 지갑까지 털어 보였다. 그 속에 든 건 기념으로 남겨둔 10레이짜리 지폐 한 장과 동전들, 그리고 먼지뿐이었다. 불가리아에 넘어가서 송금해줄 테니 당신들의 은행 계좌번호를 알려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따뜻한 부스 안에서 그들은 통닭을 질겅질겅 씹어 먹으면서 저희들끼리 찧고 까불었다. 찬 바람 불어대는 루마니아의 국경. 오들오들 떨면서 그들의 표정이나 바라보아야 하는, 자존심 강한 백규 부부의 처량한 신세였다. 


<계속>


**사진 위는 불가리아의 국경에서, 아래는 그리이스의 국경에서


2005-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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