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 루마니아 제1신(6) : 아, 끔찍했던 루마니아여!(6) > 여행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여행기

유럽여행기 [199] 루마니아 제1신(6) : 아, 끔찍했던 루마니아여!(6)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1-05 00:29 조회 1,027회 댓글 0건

본문


루마니아 제1신(6) : 아, 끔찍했던 루마니아여!(6) 



얼마나 지났을까. 더 나올 게 없다고 판단한 듯. 그 중 특히 악랄해 보이는 녀석이 50만레이라도 놓고 가라고 선심을 쓰는 척 했다. 50만레이만 내면 다리 통행세도 낼 필요가 없다고 했다.

 '아이구, 이제 살았구나!' 우리는 반색했다. 다리 통행세로 준비해둔 돈 가운데 50만레이를 주었다. 그러나 우리가 그리 만만한가. 우리는 영수증을 요구했다. 사악하면서도 미련한(?) 그들은 ‘개발 새발’ 영수증을 써 주었다.

 ‘이제 끝났을까?’ 의아해 하며 30m 전방의 다음 가로막대 앞으로 갔다. 그러자 그곳에서 기다리는 중후한 몸집의 여성은 다리 통행세를 내라고 했다. 무슨 말? 우린 이미 내고 왔는데?

 통행세를 내려 해도 그 녀석들에게 50만 레이를 내준 까닭에 돈이 모자랐다. 우린 항변했다. 이미 뒤쪽의 부스에서 내고 왔노라고. 영수증까지 보여주자 그녀는 아내를 데리고 그곳으로 갔다.

 한참 만에 돌아온 아내, 벌레 씹은 표정이었다. 여직원이 그들에게 그 돈을 돌려주라고 한 모양이었다. 이미 꼬투리를 잡힌 그들은 갖은 악담을 퍼부으며 아내에게 돈을 돌려주었다고 했다. 그 돈과 남은 돈을 합쳐 다리 통행세를 내고 1시간 여 만에 겨우 국경을 통과했다.

 추운 날씨에도 이마와 등짝에선 진땀이 흘렀다.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국경을 흐르는 두나강. 그 위에 놓여있는 다리는 아름다웠지만, 그 아름다움을 감상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다리를 건너 불가리아를 달리면서 우리는 루마니아 입국 당시부터 지금까지의 상황을 연결해 보았다. 그 녀석들의 말대로 자동차를 몰고 루마니아로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도로 통행세(Road Tax)를 물리는 규정이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왜 입국 심사원들은 그런 말을 한 마디도 내비치지 않았을까.

 입국 심사 당시 이유도 없이 질질 끌던 그들. 비자 어쩌고 하며 입국 허가를 내주지 않을 듯 하던 그들. 겨우 입국을 하고나서 ‘혹시 그들이 돈을 바란 건 아니었을까’라고 의심했을 정도였다.

 만약 도로 통행세의 규정이 있음에도, 우리의 자동차 서류까지 세밀히 뒤져본 그들이 그 말을 한 마디도 비치지 않았다면, 참으로 가증스런 부패의 연결고리가 형성되어 있을 가능성이 컸다.

 우리는 불가리아 국경을 통과하면서 8유로의 도로 통행세를 냈다. 만약 그런 규정이 있다면 루마니아의 경우도 그 액수는 비슷할 것이다. 그런데 그 녀석들은 우리에게 130유로의 벌금을 내라고 했다.

 원래의 요금보다 16배 이상의 벌금. 벌금을 받아내는 것이 그들로선 훨씬 이익 아닌가. 더구나 입국할 때 8유로를 받으면 고스란히 국고로 들어간다. 그러나 벌금을 받을 경우 자동차 한 대당 130유로의 거금을 챙길 수 있고, 이 돈은 모두 그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것 아닌가. 그래서 이 나라 국경검문소의 관리들 사이엔 일종의 묵계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입국할 때 아예 도로교통세 이야기는 하지도 말자. 그리고 나가는 외국인들에게 벌금을 받아내자. 그걸 너도 나도 챙겨보자.’ 얼마나 멋진^^ 수법인가. 

 호소할 데 없는 약자, 외국 관광객들이야 이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그대로 ‘법’ 아닌가. 우리도 만약 호주머니에 돈이 있었다면 고스란히 내 주고 말았을 것이다. 


<계속>


**사진 위는 디바에서 부크레슈티 가는 길에 만난 햇볕과 구름, 아래는 부크레슈티 시내의 아파트들


2005-12-12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개인정보처리방침 서비스이용약관

:::白圭書屋:::
대표자 : 조규익 | Tel : 010-4320-8442
주소 : 충청남도 공주시 | E-mail : kicho@ssu.ac.kr

Copyright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