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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213] 터키 제1신(5) : 공존과 조화, 그리고 발효의 공간-이스탄불(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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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1-05 00:48 조회 95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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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제1신(5) : 공존과 조화, 그리고 발효의 공간-이스탄불(5)



이틀에 걸쳐 방문한 술탄 아흐멧 사원(이슬람)과 아야 소피아(가톨릭). 화해 불가능한 두 종교, 상호 융통할 수 없는 두 정신세계가 지척에서 서로 마주보고 있는 모순의 현장이었다. 적어도 이 공간에서만은 술탄 아흐멧 사원은 승자요, 아야 소피아는 패자였다. 하루에 다섯 번씩 술탄 아흐멧 사원은 기도를 알리는 노래(에잔)를 전 시가지에 쩌렁쩌렁 울려 보낸다. 그러나 시간마다 종소리를 울려 내야 할 아야 소피아는 침묵을 지킨다. 오토만 제국이 이스탄불을 정복한 이래 수백 년 동안 지켜온 침묵일 것이다. 또 다시 뒤집어질 역사의 고비를 기다리는 기다림의 침묵일 수도, 생명이 종식된 영원의 침묵일 수도 있는 아야소피아의 고요함이었다. 이스탄불이 겪어온 격랑의 역사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두 사원은 그대로 인간의 어리석음과 깨달음이 교차하는 현장이기도 했다. 

 오토만 제국 14번째 술탄 아흐멧. 그는 1603-1617년 사이의 15년 동안 제국을 다스렸고,  1609-1616 사이에 이 사원을 완성했다. 위치는 톱카프 궁전 근처 고대 경기장 히포드럼 자리였다. 우리가 사원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2시 20분경. 5분쯤 분수대를 서성대는데 갑자기 분수가 그치면서 까랑까랑한 낭송(朗誦) 소리가 전 시가지에 울려 퍼졌다. 사원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안내인은 기도시간이라며 우리를 막았다. 30분 후에 오라는 것이었다. 나중에 우연히 만난 터키사람에게 물었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저 소리는 대체 뭔가?’ 하고. 그러자 그는 짧은 영어로 신이 나서 설명했다. 다른 나라에서 찾아온 이교도에게 이슬람교를 선전할 절호의 찬스라도 얻은 듯이. 이 소리를 ‘에잔Ezan’이라 부른다고 했다. 오전 5시 30분, 11시 30분, 오후 2시 30분, 4시 30분, 6시 등 하루 다섯 차례의 기도회에 나오라는 뜻이라 했다. 즉 ‘모두 모스크에 나와 알라신에게 기도하자’는 내용으로 이맘의 육성이라 했다.    바깥뜰로 나오니, 사원의 벽을 둘러가며 설비된 수도꼭지들에 사람들이 하나씩 앉아 손발과 얼굴을 닦고 있었다. 그 중의 한 사람에게 다가가 물었다. 그러자 그는 기도를 하기 위해 몸을 정결히 하고 있노라고 했다. 놀라웠다. 하루에 다섯 번씩이나 몸을 정결히 하고 기도에 참여하다니!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두 모인 듯 했다. 책가방을 든 대학생, 길 가던 신사, 산책하던 노인, 아이들. 손발을 닦는 모습이 경건하고 아름다웠다. 이슬람교의 원리가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하루에 몇 차례씩이나 몸을 정결히 하고 기도로 마음을 다스리는 그들의 모습에서 신선한 희망을 읽었다.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그의 적개심만 다스릴 수 있다면, 이들의 생활 태도 자체가 한 없이 경솔해지기 쉬운 인간의 삶을 얼마간 눌러줄 수 있지 않을까. 

<계속> 


**사진 위는 블루모스크의 내부모습, 아래는 기도를 위해 손, 발, 얼굴을 닦고 있는 모슬림


200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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