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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216] 터키 제1신(8) : 공존과 조화, 그리고 발효의 공간-이스탄불(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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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1-05 00:50 조회 92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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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제1신(8) : 공존과 조화, 그리고 발효의 공간(8) 



이스탄불이 보고 싶었다. 이스탄불에서 이스탄불을 호흡하면서 새삼 이스탄불을 보고 싶다는 건 무슨 모순어법이란 말인가. 사실은 시도 때도 없이 덤벼드는 삐끼들의 시달림으로부터 벗어나 이스탄불을 ‘미학적으로’ 관조하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에미뇌뉘 선착장으로 내달렸다.

 우리는 수백 명의 관광객들과 함께 크루즈선에 몸을 실었다. 왕복 3시간, 보스포러스의 낭만과 이스탄불의 아름다움을 느껴볼 셈이었다. 낚시꾼들 다닥다닥 들러붙은 갈라타 다리 앞을 빙 돌아 떠나는 배를 철없는 갈매기들이 따라 붙었다. 아침마다 호텔 식당 밖에서 우리들의 식탁을 기웃거리던, 바로 그들이었다. 먹이를 던져주는 사람 하나 없건만, 그들은 왜 이토록 필사적으로 따라붙는 것일까. 아마 호기심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갈매기를 농하고, 그들은 우리의 표정을 탐했다. 우리는 보스포러스의 물 색깔을 닮은 갈매기의 눈동자를 처음으로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사정없이 내려 쪼이는 햇살은 모스크들의 첨탑에 반사되어 우리들의 눈을 자극했다. 유럽지역 두 부분과 아시아 지역에 그득한 빨간 지붕의 집들은 보스포러스 바다로 쏟아질 듯 위태롭게 아름다웠다.

 그렇다. 유럽과 아시아는 그렇게 바닷물로 연결되어 있었다. 바닷물은 분명 ‘서로를 갈라놓는’ 경계가 아니었다. 자꾸만 멀어지려는 그 땅덩어리들을 하나로 꿰매는 봉합선이었다. 그래서 이스탄불은 위대하고 아름다웠다. 서로 다른 것들을 하나로 녹이는 용광로였다.

 동서가 하나로 융합되어 독특한 문화를 이룬 곳. 그곳에서 약간은 낯선 이슬람의 노랫소리를 들었다. 그렇다고 그들이 ‘한 손에는 코란, 한 손에는 칼’을 든 투사들은 결코 아니었다. 약간은 미덥지 못할 만큼 친절하고 사기성 또한 짙은 그곳 사람들이었지만, 세계인들을 향해 가슴만은 열어두고 있었다. 분명한 것은 그곳 사람들이 더 이상 터키인이나 이스탄불 사람이 아니라 세계인이란 사실이었다. 덩달아 우리도 그곳 사람들을 닮아 우리의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음을 드디어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 모스크의 에잔과 교회의 종소리가 함께 울릴 때 비로소 이스탄불이 추구하는 융화의 이상은 실현될 것이다. 이스탄불이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가능성이었다. 그걸 안고 우리는 이스탄불을 떠났다. 터키의 핵심으로 더 깊이 들어가려는 욕망을 가슴 가득 품고서. 

<계속>   


**사진 위는 보스포러스 크루즈선상에서 만난 갈매기들, 아래는 그 배에서 만난 '이쁜' 아기


200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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