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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217] 여행단상 15(1) : 삐끼들의 천국, 이스탄불(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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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1-05 00:51 조회 92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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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끼들의 천국, 이스탄불(1)



이스탄불의 구시가 호텔거리. 호텔을 잡기 위해 잠시 차를 멈추고 있는데, 터키 청년 하나가 다가왔다. 대뜸 ‘안녕하세요?’라고 말을 걸어왔다. 우리는 갑자기 어리벙벙해졌다. 어떻게 우리가 한국인인줄 알았으며, 어쩌면 그렇게 한국어를 잘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척 보면 한국인을 알아볼 수 있다고 했다. 자신의 한국 이름은 ‘정응수’라며, 자기네 호텔이 싸고 좋으니 그리로 오라고 끌었다. 싱글싱글 웃는 얼굴이 싫진 않았으나, 능숙한 한국어와 눙치는 말솜씨가 너무 징그러웠다. 그래서 핑계를 대곤 그 자리를 피해버렸다.

 보스포러스 투어를 알아볼까하여 선착장엘 나갔다. 삐끼로 보이는 남자들이 이미 곳곳에 진을 치고 있었다. 그 중 몇이 다가왔고, 그 가운데 하나가 우리를 ‘선점’했다. 좋은 배를 갖고 있는데, 180리라를 내란다. 그러면서 호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자료들을 꺼내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 자료들 속에는 어떤 한국인이 써 준 ‘추천서’(?)도 있었다. ‘아저씨가 소개해준 배를 타고 돌아본 보스포러스 바다가 환상적이었다’는 요지의 내용이었다. 그 자료들은 손때에 절어 있었다. 얼마나 많은 한국 관광객들이 이 문구에 넘어갔을까 생각하니 딱했다. 우리가 흥미를 보이지 않자 가격 비교표까지 꺼내 보여주며 장황하게 설명했다. 그의 가격이 가장 싸다는 것이었다. 가격을 잘 알지 못하는 우리는 더 알아볼 요량으로 그냥 걸었다. 그러자 본격적으로 따라붙기 시작했다. 그가 보기에 우리는 좋은 먹잇감이었다. 이제 갓 이스탄불에 도착한 관광객. 더구나 우리는 그들의 영원한 ‘봉’, 한국인 아닌가.

 그냥 잽싸게 걸어가자 160을 불렀다. 그래도 관심을 보이지 않자 그는 140으로 깎았다. 계속 앞만 보고 걸어가자 120으로 후려치는 것이었다. 그래도 걸어가자 그는 자신의 친구까지 데려와 우리를 잡았다. 뿌리치고 걸어가자 그들은 ‘후회할 것’이라고 협박(?)까지 했다. 지긋지긋하게 따라붙는 삐끼들 때문에 보스포러스 투어를 포기할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그럴 순 없었다. 선박회사나 국가에서 운영하는 투어는 없을까 알아보려고 다시 가자 이전의 그들과 새로운 삐끼들이 따라붙었다. 이들을 간신히 피해 선박회사의 건물로 들어갔다. 수백 명이 탈 수 있는, 시설 좋은 큰 배였다. 왕복 3시간짜리 투어, 가격은 두 사람 합쳐 15리라였다. 자칫했으면 큰 바가지를 쓸 뻔 했다.

 선착장으로부터 걸어 올라오는 길이었다. 길 건너편의 화려한 장식용 접시들이 눈에 띄었다. 잠시 건너다보려는 순간, 어깨를 스쳐오는 사람이 있었다. 길 건너에 대기하고 있던 삐끼, 어느 순간 건너온 것이었다. 우리의 속마음까지 ‘귀신같이’ 알아채는 그들이었다. 잠시 구경하려던 눈길을 거두어 황급히 돌아섰지만, 기분은 영 ‘아니었다.’

 술탄 아흐메드 광장을 걷는데, 탤런트 ‘김**’처럼 생긴 삐끼 하나가 달라붙었다. 생김새 때문인지 대개 악역 아니면 괄괄한 역만 주로 맡아 평소 별로 호감을 갖고 있지 못하던 그 탤런트였다. 그 표정에 ‘가식적일 듯한’ 웃음이 가미된 삐끼의 얼굴을 보는 순간, ‘사기꾼이닷!’ 하는 외침이 마음속으로부터 터져 나왔다. 못 말릴 ‘의심병’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익히 들어온 삐끼들의 수법과 한국인 피해자들의 충고를 외면할 수는 없는 일. 그를 뿌리치고 가는 우리의 등 뒤에서 ‘당신들, 돈을 떨어뜨렸소!’ 하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의 주목을 끌어보려는 수작임은 물론이었다. 

<계속>


**사진 위는 이스탄불에서 묵은 호텔과 우리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 아래는 에미뇌뉘 선착장에서 고등어 케밥을 만들어 팔고 있는 어선(이곳에서 먹은 고등어 케밥은 대단히 맛있었음)


200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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