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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218] 여행단상 15(2) : 삐끼들의 천국, 이스탄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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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1-05 00:53 조회 92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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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끼들의 천국, 이스탄불(2) 



이스탄불의 거리를 걸을라치면 여름날 저녁 들녘의 각다귀 떼처럼 삐끼들이 달라붙는다. 식당에도, 기념품점에도, 호텔에도, 선착장에도, 노점상에도 삐끼 없는 곳이 없다. 그리고 그들은 매우 집요하다. 서툰 영어와 한국어를 구사하며 대략 2, 30m쯤은 따라온다. 참으로 괴롭다.

 길을 가면서 사람들의 표정이나 가게의 물건들, 간판들을 보는 것도 관광의 쏠쏠한 재미일 수 있는데, 이곳에선 그러기가 쉽지 않다. 삐끼들의 거센 공격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놀랄만한 일이 있다. 이곳에서 2-3일 지나면 접근해오는 삐끼들의 숫자가 확 준다는 사실이다. 말하자면 그들은 관광객들이 ‘초짜’인지 아닌지를 구분해내는 ‘감’까지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


 일본어 ‘히꾸(引く)’의 파생명사 ‘히끼(引き)’에서 나온 말, 삐끼. 어감 못지않게 어원 또한 고상하지 못하다. 아무래도 ‘잡아끈다’는 삐끼 본연의 이미지 때문일까.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고객’을 잡아 끌어온다는 ‘강제성’이 함축된 말이다. 상대방을 ‘오도록 하려면’ 정당한 정보를 제공하여 마음을 돌리기보다는 감언이설을 농하거나 때로는 협박도 써야 할 것이다. 그래서 ‘거짓·부도덕’은 삐끼라는 말의 어감을 형성하는 주된 요소들이다. 쉽게 말하자면 ‘삐끼는 사기꾼’이다. 일본어 어원을 갖고 있는 것을 보면 삐끼의 원조는 일본일 텐데, 일본 삐끼들의 행태는 알 수가 없다. 

 늦은 밤 강남의 술집거리를 걸어보면 우리나라 삐끼들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다. 가끔 매스컴의 사회면을 장식하는 사건들은 상당수 삐끼들과 관련이 있다. 취객을 끌어다가 놓고 지갑을 뺏는다거나, 마시지도 않은 술값을 청구하는 등 못된 짓거리는 모두 그들이 저지른다. 술집 앞에 진을 치고 있다가 어슬렁대는 남녀들을 보면 ‘썩은 고기에 파리 달라붙듯’ 삐끼들이 덤빈다. ‘*좋은 남녀들이 많다’거나 ‘기본만 시키면 팁은 없다’ 는 둥 어떤 클레오파트라를 데려와도 소용없을 취객들에게 온갖 감언이설을 늘어놓으며 그들의 호주머니를 털어가는 ‘도둑들’이 한국의 삐끼들이다. 그야말로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주역들이 바로 그들이다. 

 삐끼는 몸으로든 말로든 상대방과 접촉을 해야 한다.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끌어당기는 것’ 이상 직접적이고 강한 접촉행위도 없을 것이다.

 서유럽에서는 삐끼를 목격한 적이 없다. 이 지역의 풍토로는 처음부터 아예 삐끼가 자생할 수 없게 되어있다. 잘 모르는 남에게 접근한다거나 적극적으로 다가가 접촉하는 일은 꿈에도 상상할 수 없는 것이 이들의 문화다. 늘 개인의 공간이 확보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곳을 파고들어 삐끼노릇을 하기란 불가능한 것이다.

 동유럽에도 삐끼들은 있었다. 특히 체코의 프라하나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서 ‘삐끼 비스름한’ 친구들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이들도 기껏 식당의 피켓 등을 들고 나지막한 소리로 손님들의 주의를 끌려고 할 뿐, 터키나 우리나라의 삐끼들처럼 손님의 팔과 어깨를 잡아끈다거나 집요하게 따라붙으며 감언이설을 농하지는 않았다. 

<계속>


**사진 위는 이스탄불에서 만난 권재혁씨(네이버 유럽배낭여행까페 '유랑'의 시삽)와 함께 갈라타 지역의 상가 지역을 투어하는 도중, 아래는 갈라타 지역의 중심 상가 거리


200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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