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3] 여행단상 20 : 터키에서 만난 한국의 젊은 여행자들 > 여행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여행기

유럽여행기 [233] 여행단상 20 : 터키에서 만난 한국의 젊은 여행자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1-05 01:10 조회 997회 댓글 0건

본문

 터키에서 만난 한국의 젊은 여행자들



 12월 13일. 이스탄불의 외미뇌뉘 선착장에서 승선한 보스포러스 해협 크루즈 선박의 갑판. 부지런히 갑판을 뛰어다니며 셔터를 누르는 동양인 청년이 눈에 띄었다. 세련된 차림과 몸놀림으로 미루어 한국인일 가능성이 높았다. 잡고 물으니 과연 그랬다.

 권재혁. 유럽 배낭여행 동호회 ‘유랑’의 시삽이었다. 이스탄불을 좋아하여 자주 온다는 그는 터키말도 곧잘 했고 터키에 관한 조예 또한 깊었다. 의기가 통한 우리는 한 나절을 동행하며 여행을 즐겼다. 터키에서 수만 명의 회원들에게 여행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그는 참으로 멋진 젊음이었다. 

 12월 16일. 터키 카파도키아의 트래블러스 펜션에서 일단의 한국인들을 만났다. 광고 전문가 원 선생 부부, 이정록, 이원희, 허이훈·허이준 형제, 막판에 감기로 고생하던 방송사 구성작가 이민정과 그의 친구들.

 원 선생 부부는 여행의 달인(達人)들이었다. 네팔과 인도 등 오지를 포함 8개월째 해외여행 중인 그들은 카파도키아의 매력에 흠뻑 빠져 이곳에서만 한 달 이상 머물고 있었다. 그들과의 짧은 대화를 통해 우리는 여행의 참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카파도키아의 매력에 빠져 있다는 점에서 이정록도 마찬가지 성향의 여행자였다.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의 그도 이곳에서만 한 달 가까이 머물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여기서 깨닫는 바가 많은 듯 했다. 많은 말을 주고받지는 못했으나, 그의 표정에서 해외여행에 관한 그 나름의 철학을 읽을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키부츠에서 ‘워킹 홀리데이’를 마치고, 귀국 길에 터키 여행을 하고 있는 이원희. 의욕적인 그의 태도와 다부진 성격에서 우리나라 신세대의 지향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와 함께 로즈밸리 투어에 참여했던 허이훈·허이준 형제. 대학을 졸업한 후 취업에 성공한 그들. 직장 생활이 시작되기 전 함께 해외여행에 나선 형제의 다정한 모습이 특이하고 부러웠다. 사실 우리가 부러워 한 건 그들이 아니라 그들의 부모였다. 함께 해외여행을 떠나는 ‘금쪽같은’ 아들들이 얼마나 대견스러웠을까. 


             ***


 여행은 만남이다. 해외여행 중엔 외국인들과 외국의 문물, 풍광 모두가 만남의 대상이다. 그간 열다섯 나라들을 돌면서 직접·간접으로 많은 외국인들과 외국의 문물을 만났다. 그들을 통해서 우리는 굳게 지니고 있던 선입견과 편견들을 깰 수 있었다. 우리의 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들은 우리의 거울이기도 했다.

 우리의 여행 시기는 비수기에 속한다. 그런 때문인지 터키에 와서야 비로소 한국의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대략 남녀가 반반, 대부분 신세대 대학생들이었다. 피차 시간이 없어 많은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다. 그러나 몇 마디의 말들을 통해 그들이 매우 건실하고 미래 지향적임을 깨달았다. 그들 중엔 여행지에서 사기를 당한 친구도 있었다. 사실 당사자야 얼마나 괴로웠으랴. 그럼에도 그는 그것을 큰 교훈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당당하고 대견스런 모습이었다. 

 큰 배낭들을 메고 시리아로 떠난 여학생 둘이 있었다. 우리에겐 시리아가 참으로 생소한 나라다. 그럼에도 그들은 망설임 없이 떠났다. 비자 얻기가 까다롭긴 하지만, 국경에 가서 부딪쳐 보겠노라고 했다. 순해 빠진 표정의 그녀들. 그녀들의 당찬 말을 들으며 참으로 마음이 든든해짐을 느꼈다.   


             ***


 따지고 보면 여행만큼 좋은 선생은 없다. 인류사에 큰 족적을 남긴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한 사람들이다. 아직 우리나라의 경우 여행이 일상화 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20대, 30대는 그런대로 여행을 손쉽게 떠나는 세대다. 그러나 40대 이상의 여행문화는 좀 다르다. 무언가 인생의 쓴맛을 본 사람들이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떠나거나, 전환을 모색하는 사람들이 그 계기로 택하는 것이 해외여행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여행을 떠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비용이 큰 걸림돌이다. 40대 이상의 가장들. 사실 여행을 떠나기가 참으로 어려운 입장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여행을 하는 것은 ‘그러지 않고는 못 배길’ 현실적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40대 이상은 더 이상 우리 사회의 주역이 아니다. 무섭게 자라나고 있는 신세대를 보라. ‘후생(後生) 가외(可畏)’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들의 생각은 40대 이상과 분명 다르다. 터키에서 내가 만난 한국인들은 20대-30대의 젊은 세대들인 것만 보아도 그렇다.

 우리는 그 시절에 아웅다웅 현실의 올가미를 한 순간도 벗어나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들은 달랐다. 경우에 따라 멋진 해외여행을 위해선 직장도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나는 분명히 알 수 있다. 만약 이들이 현재의 직장을 벗어나 해외여행을 떠나려 했다면, 그들 스스로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좀더 높이 나는 새가 좀더 멀리 보듯이, 넓은 세계를 가슴에 품을 수 있는 이들이 결코 뒤쳐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나는 갖고 있다.

 해외에 나와서도 ‘점찍고 돌아다니는’ 여행보다는 멋진 곳을 선택하여 조용히 자신을 관조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그간 우리가 추구해오던 삶의 방식도 수정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슬그머니 해보게 된다.   


**사진 위, 아래 모두 트래블러스 펜션의 식당에서 만난 한국의 젊은이들


2005-12-23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개인정보처리방침 서비스이용약관

:::白圭書屋:::
대표자 : 조규익 | Tel : 010-4320-8442
주소 : 충청남도 공주시 | E-mail : kicho@ssu.ac.kr

Copyright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