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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281] 이탈리아 제2신(6) : 깊고 화려한 역사, 그러나 감당할 수 없는 무질서-나폴리의 환상과 현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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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1-05 14:25 조회 1,09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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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제2신(6) : 깊고 화려한 역사, 그러나 감당할 

                           수 없는 무질서-나폴리의 환상과 현

                           실(6)


                  


 ‘1km 미학의 항구도시’ 나폴리. 멀리서 보면 그럴 듯한 미항이나, 한 발만 다가서면 숨 막히는 무질서와 지저분함, 불편함의 도가니였다. 보행자를 무시하는 차량들, 질서를 무시하는 사람들이 한데 엉겨 만들어내는 아수라의 현장을 그곳에서 보고 느꼈다.

 흡사 내일이 없는 사람들처럼 자신들의 보금자리에 마구 버리는 쓰레기들, 담배꽁초들, 깨버리는 유리병들, 시내 한 복판의 거리에서 질주하는 자동차들, 요리조리 곡예운전으로 지나는 사람들의 간을 졸게 하는 오토바이 폭주족들, 스모그가 도시를 뒤덮어 늘 개운치 못한 공기...

 복잡다단한 역사를 거쳐 온 만큼 유물과 유적들은 많았다. 그러나 그 역시 전혀 ‘청결하고 단정하게’ 관리되지 못하고 있었다. ‘우린 귀한 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으니 보고 싶은 사람은 와서 보라’는 배짱일까. 제대로 된 표지판이 드물고, 있다 해도 거의 이탈리아말로 되어 있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고 ‘그대들이 필요하면 이탈리아어를 배워오라’는, 그 또한 못 말리는 배짱일까. 그것도 좋다. 세계적으로 내 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한 역사 유적들 주변에 널린 휴지조각과 날 선 병 조각들이 나그네를 비웃듯 올려다보는 이 ‘원시성’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정작 우리는 폼페이에서 폼페이에 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폼페이의 중요한 유물들이 엉뚱한 나폴리에 와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나폴리에서 그 아름답고 괴기스럽기조차 한 예술품들을 보았다. 그것들이 말없이 증거 하는 역사적 진실도 뚜렷이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가 늘 해온 것처럼, 한 순간에 닥친 도시의 멸망을 자연재해로 돌리면 마음은 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설명되지 않는 점도 분명히 있었다. 이 자리에서 신의 섭리를 들먹이고 싶진 않지만, 공동체의 구성원들 스스로 느끼는 ‘종말에 대한 낌새’를 누군들 부정할 수 있을까. ‘환락이 극에 달하면 멸망으로 내닫는다’는 진리에서 누군들 자유로울 수 있으랴? 


 폼페이의 폐허와 나폴리에서 삶의 진리를 얼마간 깨달은 우리는 이제 로마제국의 핵심을 향해서 달려간다. 


**사진 위는 나폴리 국립고고학박물관에 소장 중인 폼페이 시가지 모형도, 아래는 캐슬 누오보 곁에서 발굴 중인 옛 도시의 유적


2006-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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