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2] 이탈리아 제5신(3) : 프란치스꼬Francis 성인과 함께 살아있는 산정(山頂)의 낙원-돌의 도시 아씨시Assisi > 여행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여행기

유럽여행기 [302] 이탈리아 제5신(3) : 프란치스꼬Francis 성인과 함께 살아있는 산정(山頂)의 낙원-돌의 도시 아씨시Assis…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1-05 14:56 조회 1,127회 댓글 0건

본문


이탈리아 제5신(3) : 프란치스꼬Francis 성인과 함께 살

                          아있는 산정(山頂)의 낙원-돌의 도

                          시 아씨시Assisi 



   <아씨시의 추억 하나>


오르비에토에서 아내가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꼬 수녀회에 전화를 걸 때만 해도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의심은 두 가지였다. 아무리 돈 받는 숙소라지만 수녀원에서 나 같은 남자도 재워줄 것인가. 청빈의 귀감인 프란치스꼬 성인을 받드는 곳이라면 숙소와 음식의 질이 얼마나 열악(?)할 것인가. 

 그래서 그곳이 순례객들로 꽉 차 있거나, 아니면 찾기 어려워 다른 호텔로 바꾸어갈 수 있길 내심 바랐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수녀원을 찾을 수 있었고, 남자라고 문전박대를 당하지도 않았다. 대부분 나이 든 분들이고, 젊은 분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특히 우리를 반겨준 문지기 수녀님은 수녀회의 부총장까지 지낸 분이라고. 순명(順命)을 생명으로 여기는 이곳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애당초 우리는 더블베드룸을 쓰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와보니 더블베드룸이 있는 호텔 건물 전체를 수리하는 중이었다. 그래서 대신 안내를 받아 간 곳이 도미토리룸이었다. 침대가 모두 여덟 개 쯤 놓인 큰 방. 수녀님들 서너 분이 청소를 하고 있었다. ‘All for you!'라고 말씀하시는 문지기 수녀님의 웃음이 인상적이었다. 비수기라서 아무도 오지 않는 지금. 더구나 더블베드룸이 공사 중이니 이 큰 방을 우리 둘이서 쓰라는 것이었다.

 느낌에 운동장같이 넓었다. 그러나 방은 훈훈했다. 깨끗한 화장실과 욕실. 처음 갖는 수녀원 체험에 도미토리 숙박까지 체험하게 되었으니 약간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체험하고 배우는 것을 마다해본 적이 없는 백규 부부 아닌가.^^

 저녁시간이었다. 식당에 가니 60대의 노 수녀님이 만면에 미소를 띠고 우리를 반긴다. 프란치스꼬 성인이 잡숫던 식의 청빈한 메뉴가 나오는가 긴장하고 있는데. 웬걸, 유럽 여행 중 처음으로 접해보는 코스요리가 아닌가. 맛있는 아씨시 와인도 병째로 나왔다. 그것도 모르고 배고픈 김에 첫 코스로 나온 파스타 요리를 양껏 먹었으니. 와인은 겨우 두 잔을 마셨을 뿐이고, 핏자와 티본스테이크, 디저트는 손도 대보지 못한 채 남겨야 했다. 

 아침 식탁의 빵도 일품이었다. 갓 구운 듯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빵. 다른 곳에선 보기 드문 수준이었다. 영어가 한 마디도 통하지 않는 작은 키의 노 수녀님. 음식을 받을 때마다 사진을 찍거나 음식이름을 적어달라는 내 행동이 재미있다는 듯 파안대소를 하시면서 내 어깨를 툭툭 치시던 노 수녀님. 식탁 위에는 늘 미소 한 접시가 덤으로 놓여 있곤 했다. 노인의 시중을 받는 것이 부담스러워 늘 엉거주춤한 자세로 음식을 받긴 했지만, 봉사하는 즐거움이 느껴져 기분은 매우 좋았다. 

 이곳에서 아씨시 프란치스꼬 전교 수녀회 소속의 한국인 최 아가다 수녀를 만날 수 있었다. 그 분으로부터 아씨시에 관한 정보를 자세히 얻어듣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진한 동포애까지 덤으로 맛보았다. 다음날 아침엔 문을 나서다가 미사를 집전하고 돌아가는 한국인 신부님도 한 분 만났다. 우리의 일정을 묻는 자상한 말씀, 배어나오는 동포에 대한 정. 낯선 외국의 여행지에서 만나는 동족이 반가운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


 뜻하지 않았던 수도원 체험. 멀고 낯설게만 생각되던 공간이었으나 막상 들어가 보니 그곳의 공기도 훈훈하긴 마찬가지였다. 유럽의 다양한 나라들을 돌았지만, 그렇게 저렴한 비용으로 환영까지 받아보긴 처음이었다. 이런 경험이 우리의 정신을 살찌우는데 어떤 역할을 할지 알 수는 없으나, 참으로 멋진 추억인 것만은 사실이다.


 **수녀원 숙소 전화 :39-075-815-5233(최 아가다 수녀님)      


**사진 위는 아가다 최 수녀님과 함께, 아래는 식사시중을 들어주신 노 수녀님과 함께


2006-01-16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개인정보처리방침 서비스이용약관

:::白圭書屋:::
대표자 : 조규익 | Tel : 010-4320-8442
주소 : 충청남도 공주시 | E-mail : kicho@ssu.ac.kr

Copyright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