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 이탈리아 제7신(5) : 청록 빛 물결이 휘감아 만든 아드리아 해의 환상공간, 베니스(5) > 여행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여행기

유럽여행기 [313] 이탈리아 제7신(5) : 청록 빛 물결이 휘감아 만든 아드리아 해의 환상공간, 베니스(5)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1-05 15:10 조회 1,101회 댓글 0건

본문

이탈리아 제7신(5) : 청록 빛 물결이 휘감아 만든 아드

                           리아 해의 환상공간, 베니스(5)



다음날인 18일. 우리는 전날의 코스와 반대 방향으로 운하를 돌았다. 로마 광장 앞을 출발한 수상 버스가 지난 코스는 클라라 운하Canale S. Chiara, 스코멘제라 운하Canale Scomenzera, 귀데카 운하Canale Della Guidecca 등이었다.

 우리는 큰 바다와 연결되는 귀데카 운하의 끝, 성 죠지 마기오레 S. Giorgio Maggiore 섬에 내렸다. 성 죠지 마기오레 성당Basilica di S. Giorgio Maggiore이 섬을 가득 채운 채 아름다운 모습으로 서 있었다. 팔라디오Palladio의 설계로 1565-1583년에 걸쳐 완성되었으며, 파사드가 완성된 것은 1611년이라 한다. 

 우리는 이 성당에서 참으로 진기한 만남을 체험했다. 수상버스에서 내린 건 우리 둘 뿐이었다. 성당 문을 밀고 들어가니 소박하면서도 중후한 내부가 인상적이었다. 아무도 없어 한동안 내부를 둘러보다가 뒤쪽으로 돌아 들어가니 종탑 입구를 지키는 노신부 한 분이 있었다.

 그 사무실 앞에는 수백 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녹슨 천사상이 서 있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종탑의 끝에 세웠던 천사 상의 원본이란다. 그것이 무슨 곡절로 떨어져 내리고, 지금 서 있는 것은 그 복제품이라고 했다.

 사무실로 들어가자 노신부가 반색을 하셨다. 돈 피에로Don Piero 신부. 연세는 70 가까이 되어 보이셨다. 영어는 잘 통하지 않았지만, 대뜸 나를 보고 ‘프로페소르...?’ 하시는 게 아닌가. ‘역사를 전공하느냐?’는 물음과 함께.

 그 분은 내 직업을 어떻게 알았을까. 참으로 신기했다. 내가 ‘리떼라뚜르...’ (*이태리 발음에 감감하니 잔뜩 겁을 집어먹으며)하니 더욱 좋아하며 직접 엘리베이터로 안내하여 종탑의 꼭대기까지 우리와 동행했다. 엘리베이터에서 그 분은 남한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하자 ‘코뮤니스트들이 끔찍하다’는 내용의 말씀을 덧붙였다. 말씀을 하는 표정에서 반종교적인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증오 뿐 아니라 공산주의자들과 관련된 모종의 가족사 혹은 개인사를 갖고 있는 듯 했다.

 종탑에서 내려다보는 베니스 시가지는 환상 그 자체였다. 물 위에 떠 있는 신기루였다. 벙벙하게 고인 물에 작은 모형들이 떠 있는 형상이었다. 바로 건너편에 있는 산타마리아 델라 살루테 교회는 더욱 아름다웠다. 1630년 페스트를 물리쳐 준 성모 마리아의 은혜에 감사하기 위해 봉헌한 교회로서  바로크 건축의 걸작이었다. 

 한동안 베니스를 구경하고 내려가니 피에로 신부는 우리를 ‘외인출입금지’의 공간으로 데려가셨다. 보여줄 게 있다는 것이었다. 그곳은 사제들이 모여 미사를 드리는 장소인 듯 했다. 거기에 바로 이 성당의 보물인 그림 한 폭이 정면에 걸려 있었다.

 성 죠지 마기오레가 말을 타고 악룡의 입에 창을 꽂아 넣어 퇴치하는 그림이었다. 그 분은 우리에게 그 그림의 진품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림도 감동적이었지만, 외부 인들이 출입할 수 없는 공간에 들어올 수 있게 해준 그 분의 친절이 더욱 감동적이었다.

 성당에 관한 책자를 한 권 구입하자 엽서를 덤으로 건네 주셨다. 돈을 내려하자 손을 저어 사양했다. 유럽에선 보기 드문 호의였다. 아내는 큰 은혜를 입었다고 좋아했다. 편지를 보내드리기로 약속하고 그 분과 함께 기념촬영을 한 후 그곳을 떠났다. 

 성 죠지 마기오레 성당으로부터 성 마르코 선착장을 거쳐 다시 시가지 투어에 나섰다. 어제와 달리 눈은 그쳤지만, 잔뜩 흐린 날씨는 여전했다. 좀 더 천천히 거리를 걸으면서 수백 년 간 습기 찬 이 땅에서 번영을 이루어 온 사람들의 삶을 상상해 보았다. 인간에게 주어지는 삶의 모습은 천차만별이지만, 이곳 사람들은 그 중에서도 별난 삶을 살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여행의 막바지. 별난 곳에 와서 좋은 만남을 갖게 된 점, 그것에 대해 특히 감사하기로 했다. 베니스는 특별한 추억의 한 장으로 남을 것이다. 

<계속>


**사진 위는 성 죠지성당의 돈 피에로 신부님과 함께, 아래는 같은 성당 종탑 위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경치


2006-01-2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개인정보처리방침 서비스이용약관

:::白圭書屋:::
대표자 : 조규익 | Tel : 010-4320-8442
주소 : 충청남도 공주시 | E-mail : kicho@ssu.ac.kr

Copyright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