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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314] 이탈리아 제7신(6) : 청록 빛 물결이 휘감아 만든 아드리아 해의 환상공간, 베니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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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2-01-05 15:11 조회 95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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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제7신(6) : 청록 빛 물결이 휘감아 만든 아드

                           리아 해의 환상공간, 베니스(6) 



<이탈리아를 떠나며>


베니스를 끝으로 3주에 걸친 이탈리아 답사도 끝이 났다. 베니스로부터 프랑스 남부까지의 긴 거리. 그 중에 토리노, 밀라노 등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곳들도 있었지만, 더 이상의 욕심을 접기로 했다. 예정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탈리아는 로마 문명의 전시장이었다. 로마인들이 주변지역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다 결국 이탈리아의 탈을 뒤집어 쓴 것일 테니 지금도 이탈리아의 내용은 로마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로마에 가서 로마를 찾으려 했다. 그러나 보이는 건 폐허뿐이었다. 로마에 오기 전 우리가 만난 옛 도시들도 모두 폐허뿐이었다. 폐허로 남아있는 그 도시들 모두가 로마인들의 작품이었다.

 폐허는 성충(成蟲)이 날아가고 남은 매미 애벌레 껍질이나 잠자리 애벌레 껍질과 같았다. 매미나 잠자리는 지금 멋진 모습으로 날고 있지만, 그들이 남긴 애벌레의 껍질들은 어떤가? 생명이 모두 사라진 건조한 물체일 뿐이다. 그러나 겉으론 생명이 소멸된 것처럼 보이지만, 정녕 그것들이 생명과 관련하여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하는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애벌레가 껍질을 남기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 멋진 매미와 잠자리가 태어날 수 있을까. 

 로마문명도 그랬다. 지금은 모두 폐허로 전락한 듯한 로마문명이다. 매미 애벌레 혹은 잠자리 애벌레의 말라버린 껍질과 같은 존재가 바로 로마문명이다. 로마문명은 지금 세계를 주름잡는 영미문화의 토대를 형성했고, 전 세계 기독교 문화의 뼈대를 이룩하지 않았는가. 마치 애벌레의 건조한 껍질을 박차고 나온 ‘멋진 매미’처럼 유럽 문화는 그들의 위용을 세계에 과시하고 있지 않은가. 

 에페소에서도, 코린트에서도, 폼페이에서도, 오르비에토에서도, 아씨시에서도, 피에솔레에서도 로마문명은 당당한 주인이었다. 이탈리아는 로마문명의 밭에 불과했다. 로마문명의 씨앗으로 싹 트고 꽃 피고 열매 맺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폐허를 문명사 진행 과정의 아름다운 ‘대사작용(代謝作用)’ 혹은 그 결과물로 보고자 한다. 말하자면 문명사의 신진대사 작용, 그 노폐물로 남은 것이 지금 보는 폐허들이라고 한다면 좀 지나친가. 

 그래서 여름날 아침 이슬에 젖은 한 마리 매미의 껍질을 바라보며 새로운 삶을 상상하고 노래하듯, 이제부터 우리는 그 폐허들을 사랑하기로 했다. 에페소의 돌덩이들을 보면서, 로마 공회장의 부러진 돌기둥들을 보면서 가졌던 허무감은 이제 청산하고 그 자체가 생명의 증거물일 수 있음을 인정하고자 한다. 욕망과 허무. 이 두 명제는 유럽여행에 나서면서 우리가 굳게 지니고 있던 의식의 틀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 명제를 ‘진실과 희망’으로 바꾸고자 한다. 

 그리이스의 파트라 항에서 배를 타고 아드리아 해를 건너 이탈리아의 바리 항에 도착한 날은 1월 1일. 입국심사를 받기 위해 부두에서 만난 이탈리아 경찰은 우리에게 도둑을 조심하고 차 문을 잘 잠그고 다니라는 당부까지 했다. 경찰관이 외국인에게 자국민을 조심하라는 주의까지 줄 정도로 엉망인 나라가 이탈리아였다.

 위대한 로마문명의 주인공들, 그리고 못난 후손들. 그러나 로마문명은 분명 이탈리아만의 것은 아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은 로마문명의 보편성과 우수성을 뜻한다. 이탈리아가 로마는 아니지만, 이탈리아의 몇몇 도시들에서 로마문명의 보편성과 우수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점, 앞으로 더욱 진지하게 살펴 볼 일이다.


**사진 위는 발굴 중인 피에솔레의 폐허, 아래는 로마 공회장터의 한 부분


2006-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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