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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15] 프랑스 제4코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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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12-24 13:42 조회 58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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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프랑스 제4코스(1)



베르사이유, 인간 욕망의 극한



빠리 서남방 20km에 위치한 베르사이유 궁전. 절대권력을 휘두르던 ‘태양왕’ 루이 14세가 지은 서양식 아방궁이다. 1682년 빠리에서 이곳으로 궁정을 옮긴 이후 1789년까지 이곳은 프랑스 정치·문화·예술의 중심이었고, 절대 권력의 심볼이었다.

 

좌우 대칭의 바로크 양식이 눈부신 곳. 부채꼴로 배치된 건물들은 태양을 상징한다. 루이 14세의 기마상이 광장의 중심부를 압도하고 있으며 바닥은 빠리 시내처럼 육면체의 작은 돌들로 포장되어 있다. 왕의 궁전, 거울의 방, 왕비궁, 왕의 침실, ‘둥근 천정’의 대기실, 황태자 접견실, 황태자비 접견실, 오페라 극장과 예배당... 그 뿐인가. 인공으로 조성된 대정원은 끝없이 넓다. 발이 부르틀 정도로 걸어 다니며 설명을 들어도 하루 이틀에는 소화할 수 없을 만큼 광활하고 사치스럽다. 70m에 가까운 복도를 걸어가며 당시 집 한 채 값이었다던 벽면의 거울에 ‘초라한’ 나를 비춰본다. 신의 높이에까지 자신을 높이길 원했던 한 인간의 욕망이 이뤄낸 ‘바벨탑’의 허망한 꿈이 겹쳐 떠오른다. 그는 무엇 때문에 이런 사치를 추구했을까.

 

베르사이유 궁전이 건축되면서 프랑스 왕조가 무너졌다는 것은 단순한 역사의 아이러니일까. 욕망의 끝은 멸망이라는 진리를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왕과 왕비, 귀족들을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게 한 민중의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공간, 바로 베르사이유다. 예술 양식 또한 베르사이유의 바로크에서 로코코로 바뀌면서 섬세·정교한 소규모의 귀족 양식이 꽃 피기 시작했다. 길드를 중심으로 명품의 주문 제작이 활발해졌고, 그로부터 요즘 돈 있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명품이 탄생되기 시작했으며, 시민계급이 자라났으니 역설적이게도 절대 권력의 상징 베르사이유는 시민시대를 알린 ‘전조(前兆)’였다고나 할까. 


문외한의 눈에도 한 점에 수십·수백억에 달할 듯한 미술품들을 떠나 밖으로 나오니 대정원이 끝없이 펼쳐진다. 물과 나무와 조각상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졌고, 모든 나무들은 두부모처럼 다듬어져 있다. 그러고 보니 샹젤리제 거리의 가로수도 이곳의 정원수들처럼 두부모처럼 다듬어져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어쩌면 베르사이유 시대부터 가로수나 정원수를 이렇게 다듬는 성향이 이루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왜 이렇게 하는 것일까? 그냥 자연이 하고자 하는 대로 놔둘 수는 없었을까. 어떤 이의 분석에 의하면 그것은 ‘인간의 모든 것, 아니 자연까지도 왕이 지배한다’는 생각의 표현이었다나? 정원수를 따라가야만 길이 나오게 만든 것도 심상치 않다. ‘왕이 만든 길을 따라가야만 한다’는 잠재의식을 사람들의 마음속에 심어준다면, 왕권 강화로서는 최고의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 뿐인가. 당시에는 정원수들의 키 또한 인간의 키를 넘지 못하게 만들었다 한다. 재미있는 것은 신하들이 그 정원수들 사이에서 용변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는데, 그곳이 내려다보이는 궁궐에서 왕은 어쩌면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바라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숲 속에서 하는 일이 어찌 용변뿐이었으랴? 궁정에서 알현한 왕의 입에서 ‘어제 경이 거시기 하는 일을 다 보았소’라는 말이 나올 경우 그 귀족은 아마도 혼비백산했을 것이다. 그거야말로 지금 권력의 상층부에서 자행하는 도청과 다를 바가 무엇이겠는지. 도청을 통해 권력에 빌붙어 사는 사람들을 통제하는 일이야말로 옛날 루이 14세의 행각과 같다는 말이다. 

<계속>


**사진 위는 광대한 베르사이유 정원의 한 부분, 아래는 베르사이유 시골정원의 농가


2005-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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