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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17] 프랑스 제5코스-샤르뜨르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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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12-24 13:46 조회 96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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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프랑스 제5코스


우연이 선사한 즐거움과 감동



차를 몰고 A86 도로를 신나게 달렸다. 루아르강 고성 지대를 탐사하러 가는 길. 그러나 중간에 길을 잘못 들었다. 엉뚱한 길이 나온다. 지도를 아무리 살펴도 A10은 연결되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새로운 대상을 물색한다. 아, 지도에 샤르뜨르 대성당이 선명하지 않은가. ‘꿩 대신 닭’이란 이런 때 써먹으라고 있는 말이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그리로 머리를 돌린다.


국도변의 아름다운 경치. 그림같이 아기자기한 집들이 작은 마을들을 이루어 넓은 평원의 요소마다 박혀 있다. 자연 속에도 꽃들은 지천으로 피어있는데, 집집마다 꽃밭을 가꾸고, 마을 어귀마다 어김없이 만들어져 있는 로터리에는 다양한 꽃들이 화려함을 자랑한다. 교각에는 꽃바구니들이 내걸려 있고, 공동주택의 발코니에도 꽃바구니는 영락없이 걸려 있다. 프랑스 시골마을들은 한 마디로 ‘꽃 대궐들’이다. 그런 즐거움이 운전의 고단함을 달래준다.


두어 시간의 운전 끝에 멀리 언덕 너머로 첨탑 두 개가 아련히 보이기 시작했다. 휘파람 불며 찾아간 작은 마을. 마을 이름은 샤르뜨르Chartres였다. 빠리 남서쪽 90km 지점. 사람들에게 샤르뜨르 대성당으로 불리지만 정식 명칭은 노뜨르담 대성당으로 빠리의 것과 같다. 숨이 막혔다. 빠리의 노뜨르담 대성당에서 느낀 것과 다른 차원의 감동이 우리를 감싼다. 로댕은 ‘프랑스의 아크로폴리스’라 찬양했지만, 내겐 그와 다른 숭고미를 지닌 감동의 전당이다. 


추정에 의하면 이 성당의 역사는 4세기 때 로마황제 테오도시우스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12-13세기에 지어진 건물 중심부로부터 현재의 건물은 시작된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오른쪽 탑(임미숙은 석가탑과 같은 분위기라 했음)은 옛날의 종루로서 1145-1170년에 세워진 로마네스크 양식이며 다소 복잡한 모양의 왼쪽 탑(아내는 다보탑과 같은 분위기라 했음)은 16세기에 재건된 고딕양식으로 신 종루다. 세 개의 정문은 1145년에, 그 위쪽의 로마네스크 양식의 창문은 1150년에 각각 만든 것으로 구약성서의 내용과 예수 탄생과 처형 등의 장면이 부조되어 있고, 장미문양이 크게 새겨져 있다. 세 개의 문이나 장미문양 등의 배치는 빠리의 노뜨르담 대성당과 일치한다.

 

성당 안은 어두웠으나 정교함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장미문양이나 각종 성서 이야기를 소재로 한 각종 형태의 스테인드 글라스만이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푸른빛을 발하고 있었다. 지하에는 순교자들이 머물렀던 로마네스크 양식의 예배당도 있었다. 

어쨌든 엄청난 크기의 돌들을 ‘자유자재로’ 빚어 극진한 종교의 세계를 표상한 샤르뜨르 대성당. 내겐 신이 빚어낸 인간의 예술품으로 보였다. 화려하고 거대하되 속되지 않고, 다양하되 시끄럽지 않은 샤르뜨르는 인간이 만들어낸 신앙적 구조물의 최고봉이었다. 

이곳에서 나는 비로소 신을 만났다.

<계속>



**사진 위는 샤르뜨르 대성당의 전경, 아래는 내부의 장미문양 스테인드 글라스


2005-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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