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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18] 프랑스 제6코스-몽마르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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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12-24 13:48 조회 1,03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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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뜨, 그 성(聖)과 속(俗)의 향연




빠리는 산이 없는 평원의 도시다. 기껏 높은 지대라야 몽마르뜨와 신도시가 조성된 라데빵스 정도를 꼽을 수 있다. 몽마르뜨Montmartre는 해발 130m 정도의 높이로 산이라 할 수는 없고, 꽤 큰 언덕 정도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몽마르뜨의 어원에 대해서는 이설들이 있지만, 순교자의 언덕Mon des Martyrs으로 보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합리적인 듯 하다. 몽마르뜨는 말하자면 빠리의 배꼽으로서 하늘과 교감하기 위한 제단이 놓일 만한 곳이다. 다시 말하면 이 지역을 대표하는 사원이 세워질 가능성이 가장 큰 곳이라는 말이다. 그곳에 샤끄레 꾀르Sacre Coeur성당이 있었다. 숙소와 가까운 지하철 8번 끄레뗄Creteil-Prefecture역에서 출발, 리퍼블릭Republique 역에서 11번으로 갈아탄 다음 두 정거장 째 벨레빌Belleville역에서 다시 2호선으로 갈아타고 앙브르Anvers 역에 내리면 바로 몽마르뜨가 눈 앞에 펼쳐진다. 


             ***    


하늘을 부드럽게 받치며 솟아 있는 덕성스러운 돔이 바로 그 언덕 위에 서 있다. 샤끄레 꾀르 성당이다. 여행자들 모두 순례자의 경건함으로 무장한 채 말 없이 언덕을 오른다. 햇살은 사정없이 내려 꽂히고, 성당의 순백색은 우리의 눈을 부시게 한다. 성당 앞에 이르러 내려다 본 빠리 시내. 내가 아니라 바로 이 성당이 빠리를 굽어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샤끄레 꾀르 성당이야말로 빠리 시민들의 기원을 모아 하늘에 호소하고 하늘의 답을 얻어 빠리의 시민들에게 들려주는 ‘자애로운’ 부모의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첨탑이 하늘을 찌를 듯 하는 빠리와 샤르뜨르의 노뜨르담 대성당들과는 분명 느낌이 다르다. 조성된 시대가 다르니 같은 모습과 성격일 수 없는 것이 당연하지만, 스테인드 글라스 대신 모자이크로 장식한 내부의 모습이나 수녀님들이 대상(臺上)에 일렬로 늘어서서 미사에 참예하는 모습 등이 다른 성당과 분명한 차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쨌든 이채로운 점이 많은 성당이다. 


             ***


몽마르뜨 언덕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존재가 거리의 화가들이다. 우린 화가의 거리를 찾아 그들의 붓놀림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눈길이 마주치는 화가마다 초상화를 그려주겠다고 덤벼들더라만, 이 얼굴, 이 모습을 몽마르뜨 화가의 솜씨로 남겨놓은들 무엇하리.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온 건 세속인들의 욕망으로 샤끄레 꾀르 성당의 감동을 무디게 할 수 없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언덕 아래쪽에서 실로 꼬아 만든 손목걸이를 강매하는 흑인들의 억지 또한 듣던 대로였다. 그들로부터 벗어나는 일도 쉽지는 않았다. 그곳에서 만나는 프랑스인들이 우리의 얼굴을 보고는 일본인으로 오해하는 것도 짜증나는 일들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좋든 싫든 이 모든 것들이 몽마르뜨의 명물인 걸 어쩌랴! 

빠리 시내 어디에서도 바라보이는 몽마르뜨의 샤끄레 꾀르 성당. 빠리지앵들은 이 성당의 둥근 지붕을 바라보며 세속적 일상에서 묻은 때를 정화(淨化)시킬 것이다. 정화된 자아만이 모든 세사(世事)를 원칙과 공리(公理)로 처리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래서 성(聖)과 속(俗)이 적절하게 배합되어 이루어진 몽마르뜨의 이미지는 오늘도 많은 사람들에게 큰 기쁨과 희망을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계속>


**사진 위는 몽마르뜨 샤끄레꾀르 성당, 아래는 몽마르뜨 주택가
 

2005-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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