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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19] 프랑스 7코스(1)-몽생미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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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12-24 13:49 조회 1,13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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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생미셸Mont-Saint-Michel의 환상



9월 10일. 빠리를 떠나 서쪽으로 이동하는 날이다.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궂은비는 아니었으나, 프랑스 중·남부 지역이 물난리를 겪고 있다니 심상찮은 일이다. 먼저 몽생미셸·생 말로를 거쳐 에뜨르따Etretat와 지베르니Giverny에 들르기로 했다. 

 고속도로 A86에서 A13으로 바꾸어 타고 후앙Ruen에서 빠져나와야 하는데, 그만 인터체인지를 지나치고 말았다. 어제 갔던 드로Dreuxe 방향으로 달리고 있는 게 아닌가. 방향을 바꾸기 위해 부랴부랴 작은 마을로 들어갔다. 거리가 깨끗하고 자연이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그 사이사이에 넓고 고급스런 집들이 박혀 있었다. 마을 이름은 기억할 수 없으나 중산층 이상이 모여 사는 교외의 소도시인 듯 했다. 비 내리는 토요일이라선지 마을엔 사람 그림자도 구경할 수 없었다. 겨우 우편물을 가지러 나온 아주머니 한 사람을 만나 지도를 들이대고 물었으나 영어가  통하지 않았다. 상냥한 그녀는 고맙게도 남편까지 불러와 우리를 도와주려 했다. 그녀의 남편은 비교적 유창한 영어로 우리에게 지도를 설명해 주었으나, 결국은 우리는 그가 설명해준 길을 포기하고 지도를 보며 우리가 헤쳐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A86으로 가다가 N12로 갈아타고 드로 방향으로 잡아들었다. 중간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은 다음 D933과 D16을 갈아타기로 했다. 베르농Vernon 인근에서 깡Caen까지 A13으로 달리고 깡Caen으로부터 A84를 타고 드디어 몽생미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중간에 헤매는 바람에 우리는 두 시간 남짓 거리를 네 시간 만에 도착했다. 


             ***


소금냄새가 풍겨오고, 석양이 유난히 붉은 것으로 미루어 대서양인 듯 했다. A84로 접어들어 한적한 산 속을 달리던 우리는 갑자기 석양 속에 우뚝 솟아오른 첨탑을 보게 되었다. 아, 바로 저거다! 급히 핸들을 꺾어 소로로 접어든 후에도 20분 넘게 달렸다. 왜 이 성당은 이처럼 고요하고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 외떨어진 모퉁이에 서 있는 걸까. 이것 역시 ‘신의 뜻’인가. 아니면 신의 부름을 받았다고 착각하는 인간의 집착 때문인가. 


             ***    


믿을 수 없지만, 이 성당은 천년에 걸쳐 완성되었다 한다. 산을 깎아가면서 성당을 지었기 때문이란다. 지금도 성당의 아래쪽으로는 많은 건물들이 ‘붙어’ 있는데, 이것들이 성당의 지지대 역할을 한다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다. 베네딕트 수도회가 이 성당을 관리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고, 그런 연유로 신학의 중심지 역할을 하게 되었다 한다. 프랑스 혁명 때는 80여년간 감옥으로 사용되기도 한 이 성당은 로마네스크, 고딕 등 다양한 양식이 혼합되어 있다. 천년 동안 지어졌다면, 그간 명멸했던 건축양식들이 모두 사용되었을 것 아닌가. 우리는 한밤중에 그곳을 방문했다. 성당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빛은 신앙의 촛불처럼 대서양을 비추고 있었다. 우리는 회랑과 계단을 통해 성당의 바로 아래까지 올라갔다. 그 안에는 호텔도, 레스토랑, 선물가게, 박물관 등도 있었다. 성당은 성역이지만, 성당에 부속된 각종 상점들은 속인들의 차지였다. 그래서 나는 비록 섣부르긴 하나 몽생미셸 역시 성과 속의 결사체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몽생미셸로부터 1, 2km쯤 밖으로 나오면 다양한 호텔과 식당들이 늘어선 거리가 나온다. 이곳에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체인호텔도 있으나  주로 근처에 살던 농민들이 자신들의 집을 개조하여 만든 호텔, 비앤비B&B, 지트Gite 등 각종 숙박업소들이 많았다. 흡사 우리나라 관광지 근처의 민박집들 같은 인상이었다. 미셸 성인 덕분에 근처의 농민들은 크게 덕을 보고 있으니, 대를 이어 이 땅을 지켜온 농민들이 그나마 살 길을 찾았다는 것은 종교적인 해석의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


해는 져서 어둑어둑해지자 잘 곳이 문제였다. 성당에서 가까운 호텔부터 뒤졌으나 방이 없었다. 이들은 방이 모두 나가면 대문에 ‘껌쁠리뜨complete’라는 표지판을 내걸고 응답조차 없다. 평소부터 이 단어를 좋아해온 나로서는 이 단어가 참으로 야속하기 그지없는 상황에 쓰이고 있는 점이 안타까웠다. 이십여 집을 전전하며 ‘complete’의 매정함을 맛보았다. 아예 숙소의 단계를 ‘지트gite’로 내리기 직전에 농가를 개조하여 만든 ‘비앤비’를 하나 구할 수 있었다. 주인아줌마는 좀 무뚝뚝했으나 집안은 정결했다. 2층에 있는 방의 창가엔 꽃바구니가 밖으로 매달려 있었고, 창문을 통해서 대서양으로 넘어가는 석양이 비껴들었다. 그 뿐인가. 목장으로부터는 양떼들의 소리가 정겹게 들려오고, 낯익은 새소리들도 쉴 새 없이 찾아들었다. 방 안에는 꽃무늬 벽지가 발라져 있고, 침대 시트 또한 깨끗했다. 오르내리는 나무계단과 마룻바닥의 삐걱거리는 소리가 거슬리긴 했으나, 카펫 깔린 호텔의 그것보다 훨씬 인간적이었다. 뜨거운 물이 콸콸 쏟아지는 욕조와 깨끗한 변기도 마음에 들었다. 아침을 제공하고 40유로에 이런 방을 구했으니 첫 숙소치고는 성공작이었다. 

하룻밤을 자고 나서 식당에 내려오니 정갈한 음식이 차려져 있다. 따끈한 우유와 차, 맛있는 바게뜨와 잼, 각종 치즈 등이 진열된 식탁에서 외국인들과 함께 한 아침식사 또한 무엇과 바꿀 수 없는 추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빠리에서 온 대학생들 네 명, 르하브르Le Havre에서 온 아줌마, 독일에서 온 부부 등과 함께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마치고 기념사진까지 찍었다. 몽생미셸은 프랑스에서 만난 종교적 감동의 새로운 장이다. 앞으로 또 어떤 종교적 감동이 나를 기다릴까? 

 <계속>    

  

**사진 위는 몽생미셸 원경, 아래는 B&B에서 묵은 다음날 아침 식탁에서 외국인들과 함께


2005-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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