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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20] 프랑스 제7코스(2)-생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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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12-24 13:51 조회 1,04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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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으로 구현된 생말로St. Malo의 꿈



몽생미셸을 뒤로 하고 50여km를 달려 찾아간 생말로. 가까운 거리였으나 몽생미셸에서 D176→N176→E401→N137 등으로 바꾸어가며 찾아가는 길이 단순치는 않았다. 가는 길의 창밖으로 펼쳐지는 전원의 풍경이 다른 지역들 못지 않게 아름다운 것은 물론이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길을 잃었다. 생말로 시 중심부에 들어가 만난 한 여성에게 지도를 들이대니 그녀 역시 유창한 불어로 설명을 했다. “뚜도아 뚜도아”란 말만 짐작으로 알아듣고 손가락으로 짚어준 방향으로 나아가니 바닷가로 이어지고, 그만 숨 막히는 경치를 만나고 말았다. 새파랗게 펼쳐진 대서양에 요트들의 행렬이 꿈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그곳에 그림 같은 고성(古城)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녀가 유일하게 사용한 ‘old city'라는 외마디 영어단어가 바로 이 고성을 의미했음을 비로소 깨달았다.

고성의 관광객들뿐만 아니라 요트의 매니아들도 세계각처에서 몰려드는 듯 광활한 주차장은 어디나 만원이었다. 간신히 고성 안으로 진입하여 길옆 주차를 한 우리는 지나는 경찰관에게 ’불법주차‘가 아님을 확인받은 다음 관광을 시작했다. 


             ***


엄청난 곳이었다. 돌만으로 이 어마어마한 성채와 건물들을 모두 지었다니! 프랑스에 온 이래 어딜 가나 입을 다물 수 없는 것은 그 많은 돌들로 모든 건축물들을 만들었다는 점, 그 돌들의 규모도 규모려니와 흡사 밀랍을 다루듯 정교하게 다듬어 온갖 모양들을 모두 형상했다는 점 등의 이유 때문이다. 이곳도 예외가 아니었다. 우리는 우선 높은 성벽에 올라 도보로 성을 돌았다. 성벽에 오르니 성 안의 모습이 생생하게 들어왔다. 중심에는 성당이 우뚝 솟아있고, 주택가가 방사형으로 늘어서 있었다. 성벽 옆 주택가에는 상가와 호텔 촌이 형성되어 있었고, 때마침 점심시간이라 많은 관광객들이 식당 안팎에 빽빽이 앉아 음식들을 먹고 있었다. 내려다보니 어떤 식당에서는 이곳의 특산인 게찜을 비롯한 해산물을 팔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익힌 게들을 열심히 뜯고 있었으며 또 다른 곳에서는 익힌 홍합을 열심히 까먹는 모습들이 보였다. 우리도 한 바퀴 돈 다음 내려가 그들과 합류하리라 마음먹고 열심히 돌았다. 그러나 성은 너무 아름답고 길고 두꺼웠다. 또한 성 위에서 바라다 보이는 대서양은 얼마나 광활하며 아름다운가! 성 건너 1~2km 쯤 되는 작은 섬에도 또 하나의 작은 성(해적의 섬)이 이루어져 있었다. 그곳을 중심으로 요트대회가 열리고 있는 걸까. 수많은 요트들이 밀집되어 있었고, 그들을 보호하는 헬리콥터가 계속 선회했다. 많은 관광객들은 그 섬을 배경으로 사진들을 찍고 있었다. 


             ***


성의 동북쪽으로 돌아가니 긴 백사장이 있었고, 아직도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였다. 천혜의 관광지였다. 성벽에 걸터앉아 하염없이 먼 바다를 바라보며 분위기를 즐기는 젊은 부부도 있었고, 손을 잡고 걸어가는 노부부들도 보였다. 급하게 점만 찍고 다음 코스로 돌아가는 우리네 관광여행과는 다른 모습의 여유가 부러웠다. 성벽에서 내려온 우리는 중심부에 있는 성당부터 확인하기로 했다. 성당 곁에는 제1차 대전 때 희생된 레지스땅스 대원들의 추모비를 중심으로 작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성당은 어느 곳 못지않게 고풍스럽고 웅장했다. 때마침 시간이 되었는지 성당 안팎으로 30분이나 넘게 종소리가 연주되었다. 우리는 자리에 앉아 그 종소리가 끝나도록 움직일 수 없었다. 깨달음을 촉구하려는 듯 그 종소리는 집요하게 마음을 파고들었다. 성당을 나온 우리는 상가 쪽으로 난 주택가의 길을 걸었다. 집집마다 발코니에는 꽃바구니가 내걸려 있고, 아름다운 꽃들이 그득 피어 있었다. 골목은 깨끗하고 조용했으며, 상가 가까이 내려오자 비로소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먹자골목으로 내려왔으나 아까 성벽 위에서 내려다보이던 게 요리와 홍합 요리를 먹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이미 점심시각이 훨씬 지나 노천 까페를 철시한 듯 했다. 하는 수 없이 골목으로 다시 들어가 한 식당에서 팬케익 정식을 시켜 먹었다.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주인아줌마에게 음식을 시켜먹는 건 즐거운 고역이었다. 그 식당 주변에는 섹스샾도, 편의점도, 고급 디자인의 옷가게들도 있었다. 개인의 자유와 본능을 추구하는 프랑스인들의 취향이랄까. 프랑스어에 대한 고집만 빼곤 관광에 대한 프랑스 사람들의 감각은 매우 뛰어난 듯 했다. 


             ***

 

우리는 3시간 넘게 생말로를 느꼈다. 프랑스는 성자(聖者)의 나라다. 실제 사적이건 만들어 붙였건 어딜 가나 ‘생St.’이 없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몽생미셸이나 생말로와 같이 잘 알려진 경우 아니라도 차를 몰고 지나다 보면 작은 마을 어디에서나 다양한 건물에 큰 글자로 ‘생St.◯◯◯' 식으로 새겨진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프랑스가 전통적으로 가톨릭국가라는 점을 감안한다 해도 아주 많은 성자들을 만들어 놓고 경모하는 모습은 내 눈에 무척 이채롭기만 하다. 그들 대부분은 살아 있을 때 권력으로부터 박해를 받았으나 죽은 뒤 비로소 영광을 누리는 인물들일 것이다. 융성한 가톨릭의 힘이 아니라도 국민 대다수가 성자들을 추앙하지 않았다면 오늘날까지 그 존재가 남아 있지도 않거니와 관광 상품으로까지 활용되는 일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 성자들 덕분에 후손들이 큰 혜택을 입고 있는 점을 몽생미셸이나 생말로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점은 분명 프랑스인들의 지혜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의 천부적 자유를 가장 중시하면서도 자기 나라와 전통문화에 대한 공통의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은 프랑스인들의 저력이다. 사실 어느 나라나 그것만이 미래를 기약하는 전제조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말로는 프랑스의 과거·현재·미래가 담겨있는 환상적인 공간이었다.

<계속>


**사진 위는 생말로 성에서 바라본 앞 바다, 아래는 생말로 성 안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외국인들


2005-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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