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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21] 프랑스 제7코스(3)-노르망디의 꽃 옹플뢰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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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12-24 13:52 조회 1,15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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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망디의 꽃, 옹플뢰흐



9월 12일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생말로를 뜰 수 있었다. 그만큼 생말로는 내게 큰 감동을 주었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눠진 도시의 구조야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이겠으나, 튼실한 성으로 둘러싸인 구시가지는 공고하게 마련된 기틀 위에서 현재와 미래의 삶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더욱 애착이 가는 것은 성을 둘러싼 절경들이었다. 그것은 그들의 미학이 찾아낸 조화의 아름다움이었다. 그러나 그곳에 오래 머물 수는 없었다. 노르망디의 꽃 ‘옹플뢰흐Hongfleur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


 르하브르와 도빌Dauville 방향으로 길을 잡아들어 30여분을 달리자 멀리서 아름다운 현수교 하나가 아련한 모습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두 개의 교각으로부터 방사형으로 늘어진 철선들이 거미줄처럼 다리 상판을 매달고 있는 형상, 노르망디 대교였다. 대교를 바라보며 오른 쪽으로 돌아 빠져나가니 시가지가 온통 꽃으로 장식된 옹플뢰흐가 눈앞에 펼쳐졌다. 유명 관광지인 그곳 역시 주차난이 대단했고, 숙소를 잡는 일 또한 쉽지 않았다. 승용차를 이용한 관광객들이 대부분이지만, 대형 버스로 수송되는 노인층 관광객들이 많다. 이곳에도 효도관광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노부부가 서로 부축하며 진지한 표정으로 이곳저곳 둘러보는 모습이 아름답다. 마침 시가지 초입에서 ‘이탑Etap호텔’의 방 하나를 얻었고, 호텔 건너편에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하나 확보했으니 운이 좋은 셈이었다. 깨끗한 시설의 방에서 하루의 피로를 말끔히 씻을 수 있었다. 


             ***


다음 날 아침 일찍 시가지 투어에 나섰다. 이곳의 중심은 ‘생 레오나르Saint Leonard 성당’이다. 한 조선공이 이 성당을 30년 동안 지어 헌납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가 감동이었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니 과연 배 모양으로 되어 있었다. 지금은 내부 수리 중이었으며, 안팎으로 검은 세월의 때가 더껑이로 앉아 있었다. 성당 앞에는 흔히 보는 것처럼 광장이 조성되어 있었고, 그로부터 주택가가 방사형에 가까운 모습으로 벌어져 있었다. 작은 전통마을로 이루어진 도시라서인지 만나는 사람들끼리 길거리에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수백 년 묵은 주택들이 즐비하고, 간간이 새롭게 지은 주택들도 외관은 전통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가로등 아래쪽에 달린 꽃바구니들은 아름다운 꽃들을 그득 매달고 있고, 마침 살수차가 거리를 순회하며 그 꽃들에 물을 주고 있었다. 도시의 구석구석 어딜 가나 꽃들이 화려한 모습으로 피어있는 것은 좋은 날씨와 함께 그것을 가꾸는 사람들의 노력 덕분임을 드디어 확인하게 되었다. 어느 집이든 발코니에 꽃을 가꾸거나 꽃바구니를 걸어놓고 있었다. 그 뿐 아니었다. 뒤켠에 텃밭을 가꾸고 있는 집도 있었다. 그러니 도시 전체가 아름다운 꽃 대궐일 수밖에 없었다. 

시가지 안쪽에는 선착장이 있었고, 요트와 소형 선박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이곳이 대서양에 연해 있음을 실감하게 하는 광경이었다. 우리도 그들이 하는 것처럼 도심의 ‘쌈지공원’에 앉아서 바게뜨 빵과 과일을 먹었다. 그곳엔 그곳 출신의 아카데미 프랑스 회원인 사학자의 흉상이 서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들은 훌륭한 학자가 자신들의 고장에서 출생한 데 대하여 크나큰 자부심을 갖고 있는 듯 했다. 사학자를 우대하여 공원에 흉상까지 세워주다니! 돈 많이 번사람, 고관에 오른 사람들만 기억해주는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었다. 인문학과 예술을 바탕으로 해야 비로소 실용학문도 꽃필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프랑스인들은 실천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가 프랑스 도시들 중 가장 오래 머물고 싶은 곳 1위로 꼽은 곳이 옹플뢰흐인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계속>  


**사진 위는 옹플뢰흐 성당, 아래는 옹플뢰흐 출신의 사학자 소렐 박사의 흉상


2005-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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