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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25]독일 제1신:아헨Aachen에 오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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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12-24 14:00 조회 1,10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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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제1신 : 아헨에 오기까지



 벨기에의 브루헤와 앤트워프에서는 숙소와 혼잡스런 교통문제로 고생을 했다. 그래도 브루헤에서는 70유로(주차장 10유로 포함)에 별 두 개짜리의 고풍스런 호텔에 투숙했고, 앤트워프에서는 찾느라 고생을 하긴 했지만, 스카웃텔이란 깨끗한 호텔에 묵을 수 있었다. 벨기에 사람들은 대해보면 영어 구사력이 뛰어나고 성격 또한 나이스하다. 그러나 도로에서는 상당히 난폭한 편이다. 게다가 앤트워프는 항만을 끼고 있는 도시로서 도로 구조도 복잡하고 교통량 또한 대단했다. 벨기에에 이르러 드디어 내비게이터 역을 맡고 있던 아내는 도시들의 복잡함 때문에 스트레스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페깜에서 브루헤로 오는 과정에서 겪은 우여곡절, 브루헤에서 당한 가족 이산(離散)의 위기 등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 사실이지만. 


             ***


 앤트워프의 교통상황은 지나칠 정도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앤트워프에 입성하는 날 궂은비까지 내렸다. 

 물론 어느 마음씨 착한 젊은 사람이 우리를 호텔 근처에까지 우리를 인도해 주었고, 호텔 근처에서 운 좋게 경찰차를 만나 그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호텔에 당도할 수는 있었다. 그렇게 친절한 벨기에 사람들이 도와주긴 했지만, 주룩주룩 비 내리는 오후 늦게 고도(古都)의 미로 같은 길 때문에 고생한 그곳이 별로 달갑게 느껴질 수 없었다. 벨기에에는 브뤼셀Bruxelles, 메헬렌Mechelen, 겐트Gent, 루뱅Louvain, 디낭Dinant 등 가보고 싶었던 도시들이 남아 있었지만 우리는 우선 벨기에를 벗어나고자 했다. 

 그래서 달려간 곳이 네덜란드의 아인트호벤Eindhoven이었다. 네덜란드 명문구단 필립스의 근거지일 뿐 아니라 지금은 떠나고 없는 히딩크 감독과 박지성, 이영표 선수 등이 활약하던 곳. 왠지 마음이 끌렸다. 물론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었다. 우선 아인트호벤이 독일의 아헨Aachen과 가깝다는 것이 1차적 조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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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여행의 중심은 프랑스와 독일이 될 것인데, 우리는 독일 여행의 시작을 아헨으로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그 이유는 뒤에 언급될 것이다) 그 다음 조건은 아인트호벤이 네덜란드 내에서도 아주 깨끗하고 세련된 도시라는 점이다. 물론 이 점에 대한 무슨 객관적 근거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먼저 다녀온 관광객들의 말이나 그들이 적어놓은 글들을 참고했을 따름이다. 우리는 우선 지금까지 프랑스-벨기에를 거쳐 오면서 고풍(古風)에 취한 심신을 약간은 가볍게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아인트호벤에 들어갔다. 

 그간 거쳐 온 유럽의 어느 도시나 그랬지만, 옛 모습과 새로운 모습이 합쳐져서 도시 전체를 구성하는 점은 아인트호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다른 도시들과 달리 새로운 모습이 많고, 거리는 매우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

 

 우리는 시내 초입에 있는 호텔을 찾았다. 프론트의 아가씨는 매우 친절했다. 정신없이 걸려오는 전화들에 일일이 응대하면서도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애쓰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이곳저곳 전화를 해보더니 빈 호텔방이 없다며 그녀는 괜스레 안타까워 했다. 월드컵 야구를 비롯하여 큰 행사들이 이 도시에서 열리고 있는 때였다. 우리의 불안이 적중한 것이다. 시내 중심부의 인포메이션 센터를 찾아가니 유스호스텔에 방 한 개가 있을지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그곳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거리가 잘 정리되어 있긴 했으나 도로들이 모세혈관처럼 연결되어 있을 뿐 아니라 표기 또한 네덜란드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한 눈에 알아보기가 어려웠다. 우리와 인포메이션 상담자가 영어로 말을 주고받을 때만 유스호스텔이었을 뿐 그곳을 찾아가니 ‘런치룸Lunch Room’이라는 레스토랑의 간판이 크게 달려 있고, 정작 주가 되는 업종인 호텔 이름은 건물 옆쪽 벽에 작은 글씨로 ‘주완De Zwaan’이라고 쓰여 있을 따름이었다. 그러니 어둘 녘 복잡한 거리에서 유스호스텔을 찾기 가 어려운 것은 당연했다. 

 ‘꿩 대신 닭’이랄까. 유스호스텔 옆에 레스토랑을 겸업하고 있는 벤노호텔Hotel Benno에 우연히 들러 방을 하나 겨우 얻을 수 있었다. 좀 비쌌으나 쾌적했다. 저녁식사 후 밤거리에 나와 보았다. 밤만 되면 죽은 듯한 다른 도시들에 비하면 이곳은 젊음의 열기로 흥청거렸다. 좋게 말하면 젊음과 정열의 도시요, 나쁘게 말하면 향락의 도시였다. 우리에겐 큰 매력이 없는 곳이었다.


             ***


 다음 날, 호텔에서 나온 우리는 필립스 구장을 찾아 그라운드의 잔디를 밟아 보았다. 부드러운 바닥과 잔디였다. 잔디의 부드러움과 들소 같은 젊음들, 잘 들어맞지 않을 듯한 대비였다. 그러나 바람이 불면 누웠다가 잠잠해지면 다시 일어서는 것이 잔디라면, 불 태워도 다음해 봄에 다시 살아나는 것이 잔디라면, 축구장을 잔디로 만들기 시작한 인간의 지혜는 대단하다. 

 필립스 구장 전체는 스포츠와 비즈니스 마케팅의 절묘한 결합체였다. 단순히 공만 차는 곳이 아니었다. 선수들의 이미지를 철저히  관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돈 될만한 각종 상품들을 제작하여 판매하는 곳이기도 했다. 스포츠에 대한 흥미와 그 이면에 대한 환멸이 교차하는 곳이기도 했다. 그만큼 우리가 늙었다는 증거일까. 우리의 아들 하나도 축구 경기만 있다하면 광화문으로 달려가 거리응원에 나서곤 한다. 참으로 못 말리는 광기의 근원을 이곳 아인트호벤의 필립스 구장에서 비로소 확인한 것이다. 스포츠 비즈니스란 미명 아래 그들은 애들의 혼을 빼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있었던 것이다. 


             ***

 

 우리는 더 이상 그곳에 머물지 않기로 했다. 네덜란드에도 가야할 많은 곳들이 남아 있었다. 암스테르담Amsterdam은 꼭 가야할 곳이고, 볼렌담과 마르켄Volendam&Marken·후른과 엥크호이젠Hoorn&Enkhuizen·히트후른Giethoorn·위트레흐트Utrecht·헤이그Hague·로테르담Rotterdam·마스트리히트Maastricht 등은 자동차를 탄 채 지나쳐 보기라도 하고픈 도시들이었다. 그러나 대도시들이라면 아내는 경기(驚氣)를 일으킬 듯 했다. 원래 나는 운하의 도시 암스테르담의 크루즈 선상에서 많은 걸 느끼고 싶었다. 무엇보다 그곳은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예술가와 문인들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암스테르담에만 암스테르담 역사박물관·국립미술관·시립근대미술관·네덜란드 해양박물관 등을 비롯한60여개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산재해 있다. 우리가 좋아하는 렘브란트, 고흐를 만날 수 있고, 나찌에 의해 진 꽃 안네 프랑크도 만날 수 있다. 신교회와 구교회를 동시에 만날 수도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히딩크 마을로 통칭되고 있는 암스테르담 인근의 파세펠트Varsseveld도 방문할 수 있다. 유럽을 한 바퀴 돌아온 후 찾기로 작정하고, 문화와 예술의 나라 네덜란드를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우리는 네덜란드에 대한 미련을 매정하게 뿌리치고 아인트호벤을 떠나 독일 국경을 훌쩍 넘은 것이다.<계속>   



**사진 위는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의 필립스 구장, 아래는 앤트워프 인근의 소도시 호보켄에 세워진 '넬로와 파트라슈' 동상(여러분, <플란더스의 개>라는 동화를 읽어보셨지요? 그 무대가 바로 호보켄이란 작은 도시랍니다>


200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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