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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30] 독일 제3신(4):처음으로 만난 ‘짐머 프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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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12-24 14:07 조회 1,13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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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제3신(4)-처음으로 만난 ‘짐머 프라이’



오후 2시 40분 본을 출발, 9번 도로를 타고 코블렌츠로 향했다. 라인강변의 국도를 타고 가는 길에 작고 예쁜 마을이 보이면 들어가 보려는 심산으로 고속도로를 타지 않았다. 심화되는 아내의 대도시 스트레스. 이제부터 맑고 아름다운 대자연을 호흡하기로 했다. 길옆으로 간간이 아름다운 마을들이 지나갔다. 몇 군데 들어가서 그들의 사는 모습을 훔쳐보기도 했다. 집들을 아름답게 꾸미는 일은 이미 프랑스와 벨기에 네덜란드에서도 목격한 바 있다. 독일 사람들도 그들 못지않았다. 집 주위, 추녀 밑, 현관 앞, 창틀, 발코니 등 온통 꽃 투성이였다.

 4시 넘어 어느 동네를 지나다가 어귀에 ‘짐머 프라이Zimmer Frei’라는 글귀를 보았다. 라인강변의 아름다운 동네였다. 무조건 찾아갔다. 한참 만에 할아버지 한 분이 나오셨다. 말이 안 통하여 손짓 발짓으로 서로의 의사를 교환했다. ‘50유로에 1박, 더블베드, 샤워실·화장실 포함, 아침식사 포함’이라는 조건이었다. ‘오케이’를 외친 우리. 처음으로 ‘Zimmer Frei’를 체험하게 되었으니 아내도 약간 들뜨는 모양이었다.

 2층의 아담한 방이었다. 우린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느낌이었다. 마을 빵집에서 사온 독일 빵으로 식사를 마친 우리는 모처럼 정리를 마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이른 아침 식당에 나가니 우리 외에 또 한 팀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두 ‘젊은 할머니들’이었다. 나이는 60대로 보이는데 라인강변을 따라 자전거 여행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부러운 삶이었다. 손자들을 키워주느라 꼬부랑허리 펼 날 없는 한국의 할머니들 생각이 났다. 독일 사람들답지 않게 붙임성도 그만이었다.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기념사진까지 찍었다. 그 중의 한 할머니는 내게 이름과 주소를 적어주며 자기 집에 오라고 신신당부까지 했다. 여행 중 자기가 며칠 재워주겠노라는 호의였다. 이곳에 다니다 보면 대부분의 호텔들이 아침식사를 제공하는데, 식당에서 만나는 외국인들과 대화를 나눠보는 것 또한 특이한 재미였다. 우리는 라인강변에서 또 다른 ‘짐머 프라이’를 찾기로 했다.


             ***


 9월 21일 10시 정각. 레마겐의 게스트 하우스를 출발. 9번을 타고 코블렌츠에 입성. 이제 비로소 라인가도의 진미를 맛보게 되는 듯. 조용하고 깨끗하다는 것이 코블렌츠의 첫 인상이었다. 그에 비해 불친절한 인포메이션 센터의 상담원은 매우 불쾌했다. 그러나 거리 시민들의 친절은 그 불쾌감을 말끔히 씻어주었다. 우리가 지도를 보며 머뭇거리기만 해도 자청해서 알려 줄 정도였다.

 우리는 우선 뢰르 거리와 론델 거리가 만나는 지점의 예수성심성당Herz-Jesu-Kirche을 찾았다. 성당 건축가 루드비히 베커가 설계한 이 성당은 1900-1903년에 건축되었다. 코블렌츠 시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성당으로서 원래 신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건축되었으나 2차 세계대전 때 크게 손상을 입어 1950-1952년에 복원되었다고 한다. 내부에는 독특한 형태의 피에타상이 있으며, 특히 성모에게 안긴 성 헤드윅 상은 피에타 상의 이미지를 원용한 것으로 보였다. 화려한 꽃무늬의 천정과 다양한 스테인드글라스는 투박한 형태의 십자가와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 


 예수성심성당을 나와 상가를 관통하니 구시가가 나왔다. 이곳에 늘어선 주택이나 상가들은 모두 수백 년 된 건축물들로서 기념물로 지정된 것들이 많았다. 벽에 아름다운 채색의 그림이 그려진 집들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색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 주택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은 수백 년간 다듬어온 미학의 소산이리라. 구시가를 관통한 곳에 뮌츠 광장이 있고 그곳에 ‘성모 교회’가 있었다. 이 교회의 특징은 화려함이었다. 본당 내부의 돔과 아치, 천정의 장식, 성모자상 등 모두 화려한 터치로 이루어져 있었다. 특이한 것은 본당 내부 전면에 걸린 예수 고상의 십자가 모양이었다. 정확한 열십자(十)가 아니라 줄기에 양쪽으로 위를 향한 가지가 돋친 형상의 특이한 모습으로 되어 있었다. 천정 뿐 아니라 스테인드글라스도 모두 화려함을 특징으로 하고 있으며 벽에 부조된 성인들의 형상 또한 매우 역동적으로 묘사되어 있었다.    

<계속>


**사진 위는 레마겐의 게스트 하우스에서 아침식사를 하던 중 만난 독일의 중년여성 여행자들과 함께 한 모습, 아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짐을 풀고  있는 모습


200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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