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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33] 독일 제5신(1) : 로마와 게르만의 만남, 그 환상의 조화 - 트리어Trier의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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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12-24 14:11 조회 1,17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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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제5신(1) :  로마와 게르만의 만남, 그 환상의 조화 - 트리어Trier의 감동



 9월 23일, 우리는 트리어의 센트룸으로부터 10km쯤 떨어진 슈바이히Schweich의 한 펜션에 묵었다. 독일어로 ‘바인굿-펜션 쉬프Weingut-Pension Shiff’란 집. 포도밭 한 가운데 있는 집이었다.

 넓고 쾌적한 방에서 피로를 푼 우리. 24일 오전 10시쯤 트리어의 센트룸으로 나왔다.(같은 독일인데 트리어와 달리 앞의 도시들에서는 젠트룸Zentrum으로 표기했다. 대표적인 관공서가 서 있는 도시의 중심부를 지칭하는데, 프랑스에서는 썽뜨르Centre,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는 센트룸Centrum, 독일에서는 젠트룸Zentrum이라 했다. 독일의 도시인 트리어에서 센트룸으로 표기하는 것은 룩셈부르크의 영향 때문이 아닌가 한다. 같은 낱말이라도 철자가 달라지는 양상을 국경을 넘나들며 비교·확인하는 것도 여행의 한 재미였다)

 큰 기대 없이 트리어에 들렀다. 룩셈부르크로 이동하기 위해 거치는 국경 도시 쯤으로 이해한 것이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트리어야말로 지금까지 만난 독일의 어느 도시보다도 역사적 의미가 깊은 곳이었다.


             ***


 로마와 게르만의 만남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트리어다. 센트룸의 광장에 도착한 것이 10시 30분. 이미 그곳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독일은 물론 각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만원이었다. 대부분 가이드를 동반한 단체 여행객들이었다. 가이드의 열정적인 설명도 설명이려니와 그들의 말을 경청하는 지긋하신 노인들의 표정이란! 놀랍도다. 로마제국의 지배를 받은 치욕의(?) 흔적들이 도시를 가득 채우고 있는데, ‘때려 부수자!’는 말이 나오기는커녕 역사교육의 현장으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독일인들의 금도(襟度)와 지혜. 무서운 일이다.

 우리는 어떤가. 일본인들이 밉긴 하지만 어엿한 역사적 유물인 일제 강점시기의 건축물을 쇠톱으로 잘라내고 부숴버린 것이 불과 몇 년 전의 우행(愚行)이었다. 쇠톱으로 잘라낸다 하여 역사가 바뀐다거나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보잘 것 없는 인간의 힘으로 어찌 이루어진 역사를 바꿀 수 있단 말인가. 치욕의 역사일수록 남겨 두어 후대의 교훈으로 삼을 일이다. 부끄럽다하여 그 역사의 물증을 부숴버리기만 하면 없어지는가. 우리의 미래를 망치는 단세포들이 ‘나라를 다스린다’거나, ‘역사를 바로 잡는다’며 설쳐대는 것이 우리나라의 비극적 현실이다. 


             ***


 로마와 게르만이 만난 곳, 트리어. 칼 마르크스Karl Marx가 태어났고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가 한 때 머물며 집필하던 곳이다. 모젤강이 휘감아 흐르는 빼어난 승지(勝地)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곳을 자칫 했으면 뛰어넘을 뻔 한 것이다.

 우리는 외곽에 있는 로마시대의 유적부터 살피기로 했다. 먼저 팔라스트 정원Palastgarten, 선제후의 궁전Kurfursl. Palais, 콘스탄틴 바실리카 성당Kirche Zum Erloser, 카이저의 목욕탕Kaiser-thermen, 원형 경기장Amphitheater 등이다. 이미 베르사이유 궁전에 조성된 마리 앙투와넷의 시골정원을 보며 그녀의 탐욕을 탓한 바 있는 우리.  선제후의 궁전과 정원을 보며 호감을 느낀 것은 아름다우면서도 아담한 규모라고 생각해서였을까.

 탁한 물이 가득한 연못 속의 오리들은 고개를 박고 물 속을 뒤지다가도 스스럼없이 관광객들에게 먹이를 구걸한다. 연못가의 석상들도 오랜 세월의 때를 이기지 못하는가, 거뭇거뭇해진 것들이 많다. 나무도 잔디도 그 시절의 그것들은 아니겠으나, 로마시대의 건축술과 어울리려 스스로 노력하는 듯한 모습들이다. 어쨌든 조화(調和)는 아름답다.

<계속>



 **사진 위는 트리어 대성당의 모습, 아래는 트리어 시가지에서 만난, 1230년에 세운 집(세 왕의 집)


200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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