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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이여, 더 이상 '시위소찬'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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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05-13 17:02 조회 14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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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이여, 더 이상 '시위소찬'하지 말라!

상반기 137건의 법률안 및 각종 동의안 결의안 처리에 272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과반수를 겨우 넘긴 151명 만이 참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의사 정족수를 맞추느라 매일 비상"이라는 의사국 관계자의 푸념이 아니라도, 이 나라 국회의원들의 직무태만이나 유기는 도에 지나치다. 건강이나 해외 출장 등 바쁜 이유야 많을 것이다. 그럴 듯한 이유가 많다해도 그런 불성실이 합리화될 수는 없다. 출석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것이 국회의원의 직책이라면, 그런 국회의 존재의의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 '시위소찬(尸位素餐)'이란 옛 말이 있다. 조정 대신들이 모두 높은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헛되이 녹이나 축내고 있다는 뜻으로, {한서(漢書)}에서 주운(朱雲)이 당시의 고관대작들을 꼬집은 말이다. 실제로 국가의 운영에 중대한 문제임에도 거론조차 되지 않는 것이 정치권에서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는 '시위소찬'의 문제다. 공부 안한다고 사회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을 만큼 미운 털이 박힌 대학에서도 수업일수의 70%를 출석해야 최저 학점이나마 받을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반해 국민들의 전폭적인 기대와 지지를 받아 당선된 의원들의 출석률이 과반수에 불과한 작금의 상황은 달리 변명할 도리가 없다. 정당한 이유 없이 자신의 직무수행을 게을리 하거나 거부하는 행위가 이른바 '직무태만'과 '직무유기'다. 그들이 내세우는 이유들이 과연 정당한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으나, 명분상 옹색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문제는 자신의 일이나 직무에 대한 '직업(프로) 의식'의 부재로부터 나온다. 프로의식은 책임감과 실력을 바탕으로 한다. 자신들의 직책이나 일 때문에 급여를 받고 있으니 국회의원 또한 당당한 직업일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원직을 생계 유지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다고 생계 유지의 수단이 아닌 '덤으로' 받은 일이니만큼 그 직책을 적당히 수행해도 좋다는 생각을 한다면, 국가를 위해 큰 재앙이다. 직업을 잃으면 생계유지나 가족의 부양이라는 기본적인 의무를 수행할 수 없는 대부분의 생활인들처럼 국회의원들도 철저한 직업의식으로 무장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의 직무태만이나 유기의 근원은 우리 사회의 폐단들 가운데 하나인 프로의식의 부재에 있다. 국회의원들의 프로의식은 민생을 살피고 법을 만들며, 행정부의 구성원들을 감시하는 데서 발휘되어야 한다. 제 앞도 못 가리면서 민생을 살필 수는 없고, 수시로 자행되는 이익집단들의 불법에 대하여 준엄한 비판을 가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불성설이다. 의회가 행정부를 견제한다고 하지만, 스스로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서 무슨 근거로 그들의 태만이나 실책을 따질 수 있을까. 현장에서 감시를 받아야 비로소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은 노예들의 행태다. 그래서 노예들에게는 '자율'이라는 게 없다. 타율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자율은 싹틀 리 없다. 인격적 주체로서의 인간에게 허여되는 것, 권한보다 책임이 앞서는 게 자율의 기본이다. 자율로 스스로의 설 자리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타율을 불러온다. 그렇다고 국회의원들에게 도덕군자가 될 것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사회의 통념을 지키려는 '필부필부(匹夫匹婦)'의 양식만이라도 갖추어 달라는 것이다. 실천이 따르지 않는 '말', 때에 따라 달라지는 '말' 때문에 사회적 통합이 지지부진한 현실이다. 미끈한 말로 표를 얻어 당선된 경우라도, 실천을 통해 그 말의 진실성을 입증해야 한다. 우선 회의장에 열심히 출석하여 노력하는 것만이 그 유일한 방법이다. 무엇 보다도 국회 전체의 이미지를 흐려놓는 일부 의원들의 대오각성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병폐를 치유하기 위해서라도 절실하다.

                                                  조규익(숭실대 교수/국문학)
 

2003-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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