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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의 대규모 건축계획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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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05-13 17:03 조회 15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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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숭실대학신문 857호(2003. 9. 8.)에 사설로 실렸습니다. 숭실의 대규모 건축계획에 붙여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대규모 건축공사에 향후 7년 간 1천4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학교당국의 결정은 이 시점에서 매우 타당하고 적절하다. 캠퍼스가 호텔이나 병원, 가정과 같은 수준의 편안하고 안전한 공간으로 탈바꿈된다는 것은 숭실의 현 상황을 고려해볼 때 ‘꿈 같은’ 이야기로 들리긴 하나 마음 먹기에 따라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이처럼 천문학적인 액수를 투자하는 사업이라면 그에 걸맞는 목표나 지향점은 있어야 한다. 대학의 개조를 통한 일류대학으로의 상승은 그 주요 목표일 수 있다. ‘호텔 수준의 건물을 여러 동 짓는 것’은 그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일들의 한 부분일 따름이다. 대규모 건축사업을 통해 대학의 환경을 개선하는 일은 말하자면 ‘하드웨어’의 확장이나 개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하드웨어 못지 않게 소프트웨어 또한 긴요하다. 대학의 소프트웨어는 무엇일까.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기 위한 대학의 정신, 그 정신을 구현시킬 인적 자원, 인적 자원에 대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 등등, 따지고 보면 무수하다. 지금 한국의 대학들은 무한경쟁의 시대에 접어 들었다. 입학생의 숫자는 해마다 감소하고 대학에 대한 투자규모는 해마다 늘어난다. 재단이나 정부로부터 이렇다할 재정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형편이니 등록금을 제외하고는 투자의 여력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마저 외면할 경우 대학은 버텨나갈 재주가 없다. 그래서 대학마다 학생들을 유인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학생들을 유인할 방책으로 캠퍼스의 환경을 개선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대학의 위상이 높아진다고 보면 오산이다. 뛰어난 교수진과 충분한 연구지원, 유능한 행정인력과 효율적인 행정체계, 잘 갖추어진 정보망과 풍부한 장서 등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항목들은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교수진의 질을 높이고 연구비의 투자에 과감해야 하는 것은 교수진의 뛰어난 연구성과나 양질의 교육을 받은 졸업생이야말로 대학의 위상을 높이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건물 등 외면에 대한 투자는 순식간에 가능하지만,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는 긴 시간을 요한다. 이 시점에서 균형잡힌 시각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조규익(국문과 교수)


200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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