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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과 다양성, 그리고 대학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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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05-13 17:06 조회 17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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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과 다양성, 그리고 대학개혁


 수능시험이 끝났다. 성격도 꿈도 사는 곳도 각각인 60여만명의 젊은이들이 한 날 한 시에 똑같은 문제들을 풀고 평생을 건 경주의 출발선을 떠난 것이다.

이제 대학 문을 들어서기 위한 2단계의 경주가 시작되었다. 부정확한 정보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눈치를 바탕으로 처절한 생존경쟁이 몇 달간 펼쳐질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자신의 꿈이나 적성과는 무관하게 시험의 결과나 기성세대의 판단에 따라 그들의 미래는 재단되리라. 자신의 의지대로 각자의 꿈을 실현하도록 내버려두는 시대가 더 이상 아니기 때문이다.

대학 문을 들어서는 것으로 그들의 고통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세칭 일류대학의 반열에 들지 못하는 대부분의 대학들은 고득점 수험생들을 싹쓸이해가는 일류대학들에 대하여 열등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금치 못한다. 일류대학에 들어가지 못한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후회와 열등의식의 짐을 평생 내려놓지 못하고, 또 다시 방황하게 된다.

일류대학에 들어갔다고 모두가 만족하는 것 또한 아니다. 그 안에도 분야별로 우열을 가리는 다양한 잣대들이 엄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전 국민을 열등감의 나락에 몰아넣는 것이 획일화된 지금의 대학 입시체제인 셈이다.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입시체제를 그렇게 몰아가는 주범은 국가다. 국가가 주도하게 되면 모든 것이 획일화에 빠질 수밖에 없다.

교육개혁의 핵심은 대학의 개혁이고, 대학이 획기적으로 개혁되면 초•중등교육 또한 정상화 되리라 보는 것이 대부분의 생각이다. 지금 대학을 개혁하고 있다지만, 그 개혁은 국가 주도로 또 하나의 획일화를 강요하는 어리석음에 지나지 않는다. 근래 스스로의 깨달음과 판단으로 개혁에 나서고 있는 일본과 중국의 대학들을 우리 정부와 대학들이 남의 굿 보듯 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대학의 생명은 다양성과 자율에 있다. 국가시험으로 수험생들을 줄 세워놓고 배당해주는 식의 제도는 다양성이나 자율과는 거리가 멀다. 귀찮은 평가를 국가가 대행해 주니 대학으로서야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편안함에 도취되어 자신들의 다리가 썩는 줄 모르고 있는 현실은 분명 비극이다. 언젠가 홀로 서야 할 때 다리가 썩어 있음을 깨닫고 땅을 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들의 입시관리 능력이나 도덕성에 대한 불신을 국가주도의 입시에 대한 명분으로 내세울 수는 없다. 어느 제도에나 따를 수 있는 과도기적 부조리는 국가가 감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면 막을 수 있다. 분명한 건학이념과 개성을 지닌 독립적 교육기관이 대학임을 인정한다면, ‘가능성 있는’ 인재들을 나름대로의 평가 잣대와 방법으로 선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백화점식 구조나 획일화된 학사운영 등 한국 대학들의 문제는 다양성과 자율성의 박탈로부터 나오는 것이며, 정부 간섭 하의 신입생 선발은 그 극명한 사례들 가운데 하나다. 획일화된 평가 잣대로 모집된 신입생들은 졸업 후에도 획일적인 잣대로 대접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 같은 입학제도가 온존하는 한 대학들의 ‘파행적’ 서열화는 막을 수 없으며, 기업들에 의해 자행되는 대학차별의 관행 또한 사라질 수 없다.

건학이념이나 정신, 혹은 개성적인 교육보다는 수능 점수로 대학이 차별될 수는 없다. 4년에 걸쳐 학생들을 통과시키는 것만으로 그 임무를 다하는 것이 대학은 아니다. 다양화만이 대학교육 내실화의 대전제이고, 대학의 내실화를 통해서만이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제대로 키워낼 수 있다. 무한한 가능태의 인간을 키워내는 것이 대학의 이상임을 인정한다면, 지금처럼 획일화된 체제를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대학을 획일화시키는 일이야말로 국가 경쟁력 약화의 주범이고, 경쟁력 약화는 국가적인 재앙으로 직결된다. 다음 신입생 선발부터라도 온전히 대학 자율에 맡겨야


200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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